지난달 필자는 '애플, 테슬라 인수설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통해서 애플과 테슬라의 합병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 회사의 상황과 이해관계, 시너지를 생각했을 때 고려할만한 선택이라는 내용이었죠. 물론 두 회사는 이 쟁점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습니다.
 


애플-테슬라, 왜 인수를 염원하나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애플과 테슬라의 본질적인 기업 가치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는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테슬라가 전기차를 개발하는 건 탄소 배출,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고, 애플이 전기차를 개발하려는 건 자사의 컴퓨터 생태계를 자동차에 옮겨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테슬라는 전기차와 관련한 자사 특허를 개방하는 등 접근하고 있으나 애플의 전례를 본다면 테슬라의 이런 가치와 상반되죠. 애플이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합병을 얘기하기에는 걸리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런 와중에 포브스는 '애플이 2,000억 달러의 현금을 이용하여 신규 사업을 위한 기업 인수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FBR에 따르면 인수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는 고프로, 어도비, 박스 등이 거론되었는데, 온갖 기업 인수설이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던 애플이기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작년에 30억 달러를 들여 비츠를 인수했고, 이는 이전에는 애플에 없었던 인수 사례였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고자 인수했던 사례를 많았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업체를 인수했던 적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비츠는 애플의 최대 인수 사례입니다.
 
 그리고 애플의 인수 대상 목록에 테슬라도 포함했습니다. 애플 CEO 팀 쿡이 인수와 관련하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만나면서 이미 인수설이 한 차례 휩쓸었기에 특별한 뉴스는 아니지만,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테슬라를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투자자들이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면서 분석보다도 일종의 염원이 되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애플은 비트를 30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현재 3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애플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바뀌놓을 만한 제안인데도 애플의 테슬라 인수를 긴 시간 동안 강력하게 주장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두 회사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거라고 할 수 있으나 어찌 보면 좀 더 불안한 기대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테슬라 인수설이 떠오르게 된 결정적인 열쇠는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입니다. 타이탄 프로젝트는 전기차 개발이 목적이며, 2019년 출시를 목표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문제는 타이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겁니다.
 
 아이폰의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애플은 또 다른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이패드는 아이폰만큼 수요를 이끌지 못했고, 맥의 성적은 PC보단 나으나 미미하며, 야심에 차게 준비한 애플 워치는 아이폰만큼 큰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최근 기능을 대폭 추가한 애플 TV가 발매되었지만, 이조차 애플의 성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죠.
 
 그렇기에 타이탄 프로젝트는 애플이 아이폰을 대신하여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될 사업으로 꼽히지만, 앞서 몇 가지 제품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에 불안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애플은 아이맥, 아이팟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판매하면서 애플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고, 그런 기세가 아이폰까지 이어진 것인데, 현재로는 꺾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죠. 물론 제품은 계속해서 많이 판매하긴 할 테지만, 성장이 멈춘다면 투자자들의 생각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이탄 프로젝트는 성장에 사활을 건 계획인데, 몇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죠. 애플의 전기차가 성장 발판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과 세부적으로는 '과연 애플이 제대로 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까?', '2019년이 목표라면 시장 진입은 늦은 게 아닐까?' 등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테슬라는 가장 잘나가는 전기차 업체지만,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내년에는 테슬라에 대항한 전기차의 출시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고로 전기차 시장이 내년부터 활기를 띨 가능성인 큰데, 애플의 목표인 2019년까지는 너무 멀죠. 전기차의 품질이 획기적이지 않다면 훨씬 많은 경쟁자를 상대해야 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애플이 살아남을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니 아예 도박일지라도 테슬라를 인수하는 것이 이런 불안감을 잠재우고, 애플이 더 빨리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나온 것입니다. 시너지도 중요하지만, 애플의 앞으로의 성장 동력에 전기차만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테슬라 인수를 현실성과 별개로 염원하게 하는 거죠.
 
 


 포브스는 애플이 보유한 2,000억 달러의 현금을 얘기했으나 실제 테슬라를 인수한다면 비용은 300~1,000억 달러 규모까지 분석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잠재력까지 고려한다면 인수 금액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건데, 현금 보유량이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큰 규모이므로 투자자들의 인수 압박에 대한 애플의 고민도 깊으리라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타이탄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테슬라 인수설과 맞물리면서 평가될 가능성이 큰 탓에 미래 전략에서 어떤 쪽이 나은지 분명하게 나눌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아마 타이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은 계속해서 애플의 테슬라 인수설이 강조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애플의 성장 동력에 대한 우려도 강조되겠죠. 이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게 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