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 페이, 왜 고난 속인가


 지난 5월, 시장조사기관 피닉스 마케팅 인터내셔널(Phoenix Marketing International)은 설문 조사에서 아이폰 6와 아이폰 6+ 사용자의 66%가 애플 페이에 가입했지만, 이 중 절반은 애플 페이 이용에서 불만을 겪었다는 응답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 페이, 왜 고난 속인가
 
 하지만 이용자의 59%가 점원에게 애플 페이 지원 여부를 물은 것으로 나타났고, 애플 페이 사용자 중 74%가 '카드보다 편하다.'라고 응답하여 정체한 모바일 결제가 다시 전진할 기회를 맞이한 것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곧 1년을 맞이할 애플 페이의 현재는 어떨까요?
 
 


 블룸버그는 '팀 쿡 CEO는 올해가 애플 페이의 해가 되리라 말했지만, 아직 실망적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에이트(Aite) 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애플 페이는 미국 전체 거래의 약 1%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애플 페이의 파트너로 참여한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는 '애플 페이 거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는데, 출시한 지 1년이 다가왔음에도 큰 성장세를 보이지 않다는 게 부진을 방증한다는 거죠.
 
 더군다나 인포스카우트(InfoScout)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응답자 중 13%만 애플 페이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포스카우트의 CEO 재러드 슈라이버(Jared Schrieber)는 '사람들이 왜 애플 페이를 사용해야 하는지 모른다.'면서 '현재 결제 방식에 불만이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런 애플 페이의 부진 원인으로 인프라를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EMV 칩 단말기가 애플 페이도 지원하므로 EMV 칩 카드 사용이 늘고, 단말기 보급이 빨라지면 덩달아 애플 페이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고, 삼성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타당한 분석이죠. 실제 애플 페이가 공개된 후부터 가맹점 부족은 계속해서 애플 페이 성패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닉스 마케팅 인터내셔널의 설문 결과처럼 대부분 이용자가 애플 페이의 지원 여부를 물어야 했고, 거기서 불편함을 느꼈다면 자연스럽게 인프라 문제로 직결할 수 있으니 인프라로 연결하는 건 간단하죠.
 
 그러나 이를 달리 얘기하면 마그네틱 방식으로 순식간에 이용 가능 매장을 늘린 삼성의 삼성 페이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점유율이 중요하지만, 선점으로 수요를 더 당길 수 있는 건 삼성일 테니까요. 단지 필자는 이것이 애플이나 삼성이나 공통으로 가진 문제이고, 크게 보면 애플에 더 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상 점유율이란 것은 전체 결제 중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서비스를 지원하는 단말기의 점유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삼성 페이가 선점 효과로 이용 가능 매장을 늘렸더라도 지원하는 단말기의 점유율이 낮으면 전체 결제 점유율에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고로 블룸버그의 분석처럼 인프라가 절대적인 문제라면, 삼성은 현재 북미 점유율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으나 삼성 페이 관점에서는 애플 페이를 조준하는 데 단말기 점유율을 늘릴 방안만 마련하면 됩니다. 그런데 반대로 삼성 페이로 단말기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느냐고 본다면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전자 지갑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건 밎지만, 소비자가 구매할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니까요. 삼성이 삼성 페이를 활성화할 근본적으로 수월한 방법은 단말기의 판매를 늘리는 거지만, 삼성 페이가 판매를 늘릴 요소는 아니므로 가맹점만이 전자지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겁니다.
 
 다시 애플 페이의 관점으로 돌아오면, 아이폰의 북미 점유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라면 애플은 가맹점을 늘리기만 하면 애플 페이를 활성화할 수 있을 텐데, 여기서 다시 슈라이버의 '사람들이 왜 애플 페이를 사용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상기했듯이 삼성 페이가 성과로 가는 핵심적인 길은 지원 단말기 점유율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 경쟁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단말기 점유율이 높은 애플은 애플 페이 자체에 주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블룸버그의 보도처럼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겁니다. 즉, 가맹점의 문제인지, 애플 페이 자체의 경쟁력 문제인지 단안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애플 페이를 바라보자면, 아주 근본적인 원인에 도달하게 됩니다. 애플 페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전자지갑 시장에 화두를 던진 건 좋습니다. 다만 애플 페이가 기존 플랫폼 맞물려 내는 흡입력은 부족합니다. 애플 페이의 기본적인 구조는 기존 바코드나 NFC 결제 서비스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걸 iOS에 포함하고, 지문 인식을 더했을 뿐 플랫폼에 종속한 사용자가 필히 사용해서 얻을 이점이 없습니다.
 
 가령 애플 페이로 결제할 때 특별한 포인트를 적립한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해당 포인트로 앱이나 음악을 구매하거나 애플 뮤직 구독권을 결제하는 등 사용할 수 있고요. 그러나 현재 애플 페이는 이용해야 할 동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식당에서 결제하고자 한다면 아이폰을 꺼낼지 지갑을 꺼낼지 선택해야 하는데, 어쨌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므로 지원 여부를 묻거나 결제 실패를 우려한다면 여전히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기에 슈라이버의 '현재 결제 방식에 불만이 없다.'라는 말이 상당히 무게감 있게 느껴지는 거죠.
 
 위에서 얘기한 포인트 적립과 같은 동기 부여가 있다면 적어도 애플 페이 사용에 이용자가 고민할 수 있게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꼭 저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이용자가 애플 페이를 써야 할 이유를 애플이 부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플랫폼에 포함한 건 맞지만, 어떤 면에서는 동떨어진 서비스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콘텐츠인 것도 아니고, 오직 사용자 경험에 따라서만 이용자가 가치를 느낄 서비스이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가맹점이 지금부터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애플 페이와 지갑의 선택에서 명확한 동기와 차이를 두지 않으면 계속해서 고난 속일 겁니다. 물론 단말기 보급이 가속했을 때 지원 여부를 물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사용자 경험은 개선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삼성 페이처럼 단말기 판매 자체에 영향을 끼칠만한 존재로 떠오르긴 어렵게 되니 차별화나 시장 선점에서 밀린 상태가 돼버리겠죠. 가맹점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상황은 애플이나 삼성, 또는 구글 등의 경쟁사와도 서로 큰 차이를 내지 못할 테죠. 그건 애플 페이에 대한 기대를 한 층 떨어뜨리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가맹점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서비스 차별화가 기술적인 유용함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 혜택이 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혜택이 만족스럽다면 지원 여부를 묻는 불편한 사용자 경험에도 시도할 여지를 늘릴 수 있고, 가맹점으로서는 애플 페이가 늘어남에 따라서 결제 단말기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순서를 바꾸더라도 방안은 되겠지만, 현재 이용 가능 매장이 많은 삼성과의 선점 경쟁을 무작정 이후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건 장기적으로는 장밋빛이겠으나 현재 평가를 끌어올리는 데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가맹점을 늘린 삼성은 단말기 판매를 늘릴 방안이 필요하지만, 지원 여부를 묻는 사용자 경험에서는 앞서더라도 스마트폰과 카드 중 선택에서 절대적인 필요성을 제시한 건 아니기에 결제 서비스들이 도달해야 할 꼭짓점은 같습니다. 선점 경쟁에서 이 문제를 누가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실상 가맹점과 이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 진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주년을 앞둔 만큼 애플은 문제점을 직시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서 고찰해야만 애플 페이에 대한 평가를 달리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