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걱정할 필요가 없다.'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을 발표했을 때부터 콘텐츠 부족이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은 있었고, 통신사를 비롯한 IPTV 업체들의 텃새로 런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 점에서 넷플릭스를 본다면 결코 우려할 수 없죠.
넷플릭스, 콘텐츠 부족으로 한국에서 실패한다고?
지난해, 넷플릭스는 '2016년에 한국을 포함한 130여 개 국가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몇 개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한꺼번에 확장하기로 한 것인데, 특히 모바일 활용에 적극적이고, 콘텐츠 소비가 빠른 한국은 넷플릭스도 주목하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에 넷플릭스는 한국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에 넷플릭스 앱을 설치하거나 넷플릭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됩니다. 이메일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고, '베이식', '스탠다드', '프리미엄'의 3가지 요금제를 선택하여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요금제는 각각 7.99달러, 9.99달러, 11.99달러로 이용할 수 있고, 1명, 2명, 4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됩니다. 첫 한 달 동안은 어느 요금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한 달 후 자동 결제되는 방식으로 원하지 않는 이용자는 미리 구독을 중단해야 합니다.
넷플릭스라는 이름, 쉬운 가입 방식, 한 달 무료라는 점 덕분에 서비스 시작 후 빠르게 관심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콘텐츠였습니다. 국내 콘텐츠는 매우 한정적이었고, 외국 콘텐츠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몇몇 자체 콘텐츠도 빠져있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제작에 참여했지만, 제작사와의 계약 문제가 있기에 곧바로 한국에서 제공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을 선언했을 때 흥분했던 소비자들의 기대를 잘라버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실망했다는 반응도 쉽게 찾을 수 있죠. 그래서인지 넷플릭스가 한국에 정착하지 못한 채 실패하리라는 지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출하기 전부터 국내 콘텐츠가 부족하리라는 예상이었는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 외국 콘텐츠까지 부족하니 여타 IPTV와 비교하여 이용자를 폭발적으로 끌어들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넷플릭스가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봅니다.
분명 풍부한 콘텐츠가 폭풍처럼 밀려온 건 아닙니다. 익숙하지 않은 콘텐츠도 있고, 외국 TV 시리즈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면 콘텐츠만 놓고 이용을 고민할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다만, 한 달 무료 이용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IPTV도 요금을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넷플릭스의 특징은 TV를 벗어나서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국내에서 반쪽짜리인 애플 TV나 구글의 크롬캐스트,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당장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에 꼭 보고 싶었던 콘텐츠가 없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콘텐츠에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 기기로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국내에도 푹처럼 구독 방식의 서비스는 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죠. 단지 접근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여타 국내 서비스에서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까지 제공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특히 넷플릭스 독점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존재만으로 경쟁력을 가집니다.
여태 비슷한 국내 서비스들은 콘텐츠 확보 규모만을 요금과 비교하여 서비스 경쟁력을 강조했지만, 접근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분산한 것이 넷플릭스입니다. 콘텐츠가 각기 경쟁력을 가지기 시작하고, 이 콘텐츠들을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쪽이 편하다는 인식만 갖출 수 있다면 콘텐츠 수가 밀리더라도 추가하는 콘텐츠로 충분히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 국내 서비스들의 콘텐츠 경쟁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콘텐츠든 경쟁력을 가지는 건 맞지만, 각 서비스를 뚜렷하게 경계 지을 경쟁력은 없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특징은 실시간 방송이나 전날 방영한 콘텐츠를 가져놓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 전편을 한꺼번에 제공하여 여가에 몰아서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으로 시간별이나 콘텐츠별로 요금제를 고려하여 결제하게 한 것과는 다른 경험을 줍니다. 그건 몰아보기가 편한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강력한 장점이 될 것입니다.
실제 미국에서 코드 커팅 동향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실시간 방송이나 VOD의 영향이 아닌 콘텐츠를 주말에 몰아볼 수 있게 하고, 몰아보는 비용을 기존 케이블 방송과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여러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한 달 무료 이용으로 넷플릭스의 강점이 독점 콘텐츠, 몰아보는 방식 등을 경험했을 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얻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콘텐츠 추가는 그 뒷얘기라는 겁니다. 지금도 계속 콘텐츠는 추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콘텐츠를 성향에 따라서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나 시청 중인 콘텐츠를 관리하고, 메뉴를 간소화한 앱의 완성도는 덤입니다.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와 비교하여 절대적인 강점을 가졌다는 건 아닙니다. 상기한 푹이나 호핀 등 서비스도 이용자의 성향과 일치한다면 충분히 좋은 서비스죠. 하지만 넷플릭스가 가진 강점을 토대로 독점하는 콘텐츠에 소비자가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는 동향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미 넷플릭스가 몰아보는 동향이나 여타 서비스에서 접근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로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겁니다. 이제 이것이 넷플릭스라는 서비스를 상징하는 것이 된다면 되레 소비자들을 추가될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하겠죠.
이는 콘텐츠가 아닌 사용자 경험에서 넷플릭스가 경쟁력을 가질 여지를 보였다는 의미입니다. 콘텐츠 수, 가격, 각기 다른 경쟁력만 내세웠던 서비스들과 다른 경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런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경험과 콘텐츠 소비 성향이 맞는 국내 소비자가 얼마나 존재하겠느냐에 달렸겠죠.
고로 필자는 넷플릭스의 성공 공식이 콘텐츠 부족에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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