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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에코의 포지셔닝


 아마존은 많은 하드웨어 제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킨들이 있고, 태블릿인 킨들 파이어, 그리고 TV와 연결하는 제품군인 파이어 TV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기한 제품들은 모두 아마존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묶인 것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시 버튼처럼 상품 주문을 위한 단일 기능의 하드웨어도 있지만, 넓은 범위의 활용이 가능한 제품으로는 '에코(Echo)'가 유일하죠.
 


아마존 에코의 포지셔닝
 
 아마존이 에코를 처음 선보인 건 2014년 11월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는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외부 소매점에서 판매도 시작했습니다.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꽤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에서 에코는 어떤 제품일까요?
 
 


 이달 초, 미국 슈퍼볼 기간 중 홍보 차원에서 아마존과 도미노피자가 제휴하여 에코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에코에 도미노피자의 계정을 입력하고, 음성인식으로 명령하여 간단하게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이죠.
 
 도미노피자가 여러 주문 방법을 계속 도입하고 있는 탓에 도미노피자의 관전에서 보면, 이전부터 해왔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아마존의 관점에서는 날씨나 알려주던 에코가 음식 배달에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다른 외부 기업이 에코로 주문받길 원하면 이용자는 주문하고자 전화하거나 모바일 앱을 실행할 필요 없이 원하는 주문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어찌 보면 전화를 거는 과정, 걸어서 주소를 얘기하고, 메뉴를 선택하는 과정을 줄여버린 겁니다.
 
 그런데 에코와 에코에 탑재한 가상 비서 시스템인 알렉사(Alexa)의 개념은 여타 경쟁 제품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세세한 기능에서 차이는 보이겠지만,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구글 나우도 당장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습니다. 알렉사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에코를 무조건 구매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건 그런 점에서 에코가 범용성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1010데이터의 자료를 보면 에코는 2015년 미국 전체 스피커 판매 점유율의 25.9%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10% 미만의 보스나 소노스를 크게 제친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에코의 스피커 성능을 깊게 생각한 덕분에 에코가 스피커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건 아닐 겁니다. 아마존은 한 번도 에코를 진화한 스피커로 광고한 적이 없습니다. 스피커라기보다는 자잘한 기능을 가진 '무언가'라고만 얘길 했었죠.
 
 하지만 1010데이터의 자료가 중요한 건 스피커라는 카테고리의 영역을 에코가 충분히 침투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스피커는 일정한 공간에 소리를 전달하는 목적의 제품입니다. 그러나 해당 공간을 에코가 차지하면서 여타 스피커 제품과의 격차를 벌려놓은 것입니다.
 
 필자는 에코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공간을 품은 제품'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개인적인 기기라면, 에코는 공간적인 기기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말입니다. 즉, 1010데이터의 자료는 '일반적인 스피커보다 에코가 더 빠르게 공간들을 장악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에코가 거실에 설치되었다면 굳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시리나 구글 나우를 찾지 않을 겁니다. 에코가 도달할 수 있는 공간 안에 있는 상태이므로 알레사를 부르는 편이 훨씬 접근성이 좋죠. 외부라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에코가 붙잡고 있는 거실에서 다른 가상 비서를 쓸 필요성은 굉장히 줄어드는 겁니다.
 
 물론 개인적인 활용에서 시리나 구글 나우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다시 외부에서 쓰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실제 외부에서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하는 걸 잘 볼 수 없는 이유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공간이거나 명령을 통해서 개인적인 활동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다른 얘기지만, 만약 에코가 해당 공간을 부여잡은 상태라면 스마트폰의 이동성이라는 장점은 의미가 없게 됩니다.
 
 에코와 알렉사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가상 비서 경쟁에서 아마존은 경쟁사보다 더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아마존은 에코를 스피커 형태로 만들었고, 작년 에코는 어떤 스피커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많은 소비자가 스피커 형태인 에코 어떤 목적의 제품인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며, 아마존이 강조하는 '무언가'의 포지셔닝이 확고해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뚜렷해진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2세대의 에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그레이드될 에코는 현재 에코의 가격인 180달러보다 저렴하고, 유선 방식이 아닌 충전할 수 있는 독(Dock)이 제공되어 충전 후 다른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뜬소문으로는 크기는 맥주캔 정도인데, 거실에서 사용하던 에코는 부엌으로 옮기거나 차량이나 여행 시 호텔에서도 쓸 수 있게 하려는 것이 목표로 보입니다. 고로 에코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에 스마트폰과는 다른 이동성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이미 아마존은 포드와 제휴하여 포드 자동차에 알렉사를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에코와 연동하여 자동차에서 집 온도를 조절하거나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는 등 자동차를 에코처럼 만들 계획입니다. 그럼 자동차라는 공간도 에코가 확보할 수 있을 텐데, 이미 집에서 에코를 많이 활용하는 이용자라면 차세대 에코는 포드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에코를 차량에 두는 것으로 자동차라는 공간을 에코에 내줄 가능성이 큽니다.
 
 스마트폰의 존재나 애플이나 구글 등도 자동차와 연결하는 플랫폼을 선보인 상태지만, 스마트폰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상비서에 집중한 에코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차량에서 내리더라도 에코는 스마트폰과 다르게 자동차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않을 테니 스마트폰과는 다른 포지셔닝이 경쟁력으로 나타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에코는 확실히 미래형 PC를 증명하고 있으며, 아마존이 앞으로 에코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확대해나갈지 매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