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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고프로가 동영상 편집 스타트업을 인수한 이유


 고프로의 간단한 실마리에서 시작한 회사지만, 시장이 커지고,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가진 것만으로 대응할 수 없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고프로도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액션캠을 내놓거나 형태를 바꾸어 접근성에 초점을 둔 제품을 선보이는 등 시도는 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거죠.
 


고프로가 동영상 편집 스타트업을 인수한 이유
 
 고프로 주가는 올해 2개월 동안 30% 이상 하락했습니다. 작년부터 계속 하락하는 중이었기에 특별한 현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해를 넘어서도 뾰족한 돌파구를 보여주지 못한 고프로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고프로가 진입할 수밖에 없게 된 시장을 놓고 2016년을 고민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지난해 7월, 고프로는 작은 크기의 액션캠인 '히어로4 세션(HERO4 Session)'을 출시했습니다. 별도의 하우징 없이 방수할 수 있고, 이중 마이크로 잡음을 줄이며, 자동 저조도 모드 등으로 초보자도 쉽게 액션캠에 접근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49만 5,000원이었던 제품 가격을 9월에 한 번, 12월에 다시 한 번 낮추면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판매량을 끌어올리고자 제품을 출시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가격에 구매를 호소할 제품으로 낙인 찍어버린 겁니다. 덕분에 3분기 고프로의 실적은 처참했습니다.
 
 뒤를 이어 내놓은 건 '고프로 히어로 플러스(GoPro Hero+)'입니다. 20만원대 보급형 액션캠으로 샤오미 등 경쟁사들이 저가 액션캠을 출시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격적이지 않은 어중간한 가격 정책과 사양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경쟁자가 샤오미였긴 했으나 그걸 배제하더라도 시장에서 고프로가 이익을 낼 방법은 카메라를 판매한 매출에서 얻는 것이고, 해당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서 이익률을 극한으로 줄일 수 없는 하드웨어 중심의 회사라는 점을 명확하게 증명하는 실적이었습니다. 하드웨어의 발전 역사를 보았을 때 언제나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하드웨어 중심의 고프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투자자들은 분석한 겁니다.
 
 고프로에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지난 2일, 고프로는 스튜플릭스(Stupeflix)와 베모리(Vemory)라는 스타트업 2곳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비용은 1억500만 달러 규모이고, 두 회사는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습니다. 이미 고프로는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둔 상태입니다.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은 갖추고 있으며, 작년에는 프랑스의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 업체인 '콜러(Kolor)'를 인수하기도 했죠.
 
 고프로는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이나 '내 아이를 기록하는 방법' 등 촬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고프로로 생성한 콘텐츠를 지원하는 '고프로 어워드(GoPro Award)'를 개최했습니다. 일반적인 이용자들이 고프로 제품을 사용하여 어떤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꽤 평범한 전략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전에는 고프로가 실행하지 않았던 방법입니다.
 
 본래 고프로가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고프로만의 경험이 있다고 소비자에게 계속해서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고프로로 촬영한 훌륭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비자가 '이 동영상은 어떻게 촬영한 걸까?'하는 궁금증을 유발했죠. 문제는 하드웨어의 성능과 특징을 강조하고자 익스트림 스포츠나 대중적이지 않은 콘텐츠가 많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고프로 어워드를 열거나 여행이나 아이를 촬영하는 좀 더 대중적인 경험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동영상 편집 스타트업을 인수한 이유도 그렇습니다. 콜러와는 다른 것이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접근성이 뛰어나죠.
 
 고프로로 촬영한 동영상만 편집하게 하지 않더라도 해당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고프로로 촬영한 동영상을 편집하여 제공하고, 고프로의 편집 환경을 신뢰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고프로 카메라에 더 높은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고, 두 스타트업 인수는 그 방증인 셈입니다.

 



 고프로의 이런 소식이 있은 후 주가는 9.5%나 상승했습니다. 가격만 낮추는 것보다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가치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거죠.
 
 그도 그럴 것이 고프로는 기존 액션캠만 아니라 올해는 드론과 360도 카메라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이 분야에서 고프로는 후발주자이고, 무작정 따라간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서 후발주자면서 대중 시장은 먼저 선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얻은 탓입니다.
 
 물론 이런 기대감이 꾸준히 지속하려면 새로운 방향을 고프로가 잘 유지해야 합니다. 즉, 소비자들이 고프로의 소프트웨어 가치를 인지하여 고프로의 드론과 360도 카메라도 구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고프로의 전략이 좋지 않은 회사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