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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테슬라 모터스'와 '테슬라'


 보통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라고 얘기하지만, 정식 업체명은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입니다. 이쪽이 더 자동차 업체처럼 보이죠. 마치 '애플 컴퓨터'를 '애플'이라고 부른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애플 컴퓨터가 아니지만요.
 


'테슬라 모터스'와 '테슬라'
 
 테슬라의 주력 상품은 전기차입니다. 그래서 모터스라는 명칭은 들어 맞지만, 덕분에 테슬라가 자동차만 생산하는 업체로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밖에 여러 사업을 하지만, 그래도 명칭에 따라서 사업 범위는 전기차에 머물렀죠.
 
 


 블룸버그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Tesla.com 도메인을 획득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Tesla.com은 1992년부터 니콜라 테슬라의 열혈한 지지자인 스투 그로스만(Stu Grossman)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도메인 매입에 성공한 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로스만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Tesla.com으로 접속하더라도 TeslaMotors.com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최소한 테슬라 홈페이지에 접속하고자 Tesla.com을 입력했던 이용자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당황하는 고객을 위해서만 Tesla.com을 획득한 건 아닐 겁니다. 지난해 머스크는 '회사 명칭을 테슬라로 변경하는 것에 도메인 문제가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장하면서 좀 더 넓은 범위를 의미할 수 있도록 명칭을 바꾸는 걸 고려 중이라는 것이었죠.
 
 그런 도메인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이는 가까운 날에 회사 명칭을 테슬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제 전기차가 아닌 테슬라의 다른 면을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 아마존은 AWS(Amazon Web Services)의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 시설 건립 계획을 차례대로 발표했습니다. 인디애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는 풍력 발전소를 건립하기로 했는데, 버지니아주에는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여기에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을 활용한다고 밝혔죠.
 
 현재 테슬라는 전력 생산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고, 야간에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입니다. 즉, 아마존은 태양광 발전으로 낮에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하여 데이터 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지난주에는 ESS를 태양광 업체인 솔라시티에 납품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머스크는 솔라시티의 창업자이고, 솔라시티는 현재 하와의 카우아이 섬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ESS는 이 태양광 발전소에 들어가게 되며, 솔라시티는 카우아이 전력공사(KIUC)와 20년 동안 하와이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물론 이 사업이 전기차와 연결될 수도 있지만, 상기한 내용만으로는 전기차와 떨어진 사업입니다. 솔라시티의 주력 사업은 대형 발전소뿐만 아니라 개인 주택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임대해두는 것이고, 테슬라는 가정용 ESS인 파워월(Powerwall)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큰 목표가 무엇인지 쉽게 가능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솔라시티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 공급할 배터리팩의 생산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대형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입니다. 기가팩토리는 아직 건설 중이지만, 올해부터 일부 조기 가동할 예정이며, 당장은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는 데 활약할 것입니다. 머스크는 '기가팩토리로 전기차 30%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산 비용 절감이 배터리팩에 적용되었을 때 파급력도 상당할 겁니다. 현재 테슬라가 판매 중인 배터리팩조차 kWh당 250달러로 시장 평균 가격보다 저렴한 수준인데, 테슬라는 배터리팩의 가격을 kWh당 100달러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발표 당시에는 무모하다고 평가받은 기가팩토리의 영향력이 중요하고, ESS의 공급 가격을 떨어뜨릴수록 솔라시티를 통한 태양광 발전 시설 공급도 탄력을 받을 겁니다. 이는 이후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에도 영향을 끼칠 테니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테슬라의 미래가 전기차 판매량에만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거죠.
 
 그런 미래를 회사 명칭을 변경하는 것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 판매량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포함한 에너지 사업이 주력이라고 얘기하고 싶다는 거지, 해당 분야에서 특별히 테슬라만 앞서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기차의 경쟁력에 따라서 에너지 사업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할 여지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점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고 명칭을 변경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기차 판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강점을 보이는 회사라면, 그것을 전기차의 경쟁력에 포함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화석 연료 엔진 자동차 회사가 만든 친환경 전기차보다 에너지 회사가 만든 전기차의 포지셔닝이 명확한 것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