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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테슬라, 솔라시티 인수 추진과 폭락한 주가의 의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태양광 에너지 업체 솔라시티의 창업자이자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데, 테슬라의 전기 충전소인 슈퍼차저의 태양광 설비를 솔라시티가 담당하고 있으며, 테슬라의 ESS인 파워월과 연동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곳도 솔라시티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솔라시티 인수 추진과 폭락한 주가의 의미
 
 덕분에 두 회사의 행보는 매번 묶어서 얘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그룹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머스크라는 개인과 연결되었고, 사업의 연결성도 뚜렷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인수합병 소식이 들렸습니다. 테슬라가 솔라시티를 인수한다는 것입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프레스콜에서 '솔라시티를 인수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솔라시티 인수를 매우 쉽게 결정했고, 이번 인수로 테슬라 고객들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가 솔라시티 CEO 린던 라이브에게 보낸 제안서에 따르면, 솔라시티 종가의 21~30% 수준의 프리미엄을 추가하여 주당 26.50달러부터 28.50달러 선에 인수할 계획입니다.
 
 테슬라가 솔라시티를 인수하겠다는 건 먼저 머스크가 관련한 업체들이라는 공통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테슬라가 전기차 업체가 아닌 에너지 업체의 구색을 갖추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테슬라는 Tesla.co 도메인을 확보했는데, 이는 자동차 회사임을 강조하는 테슬라모터스가 아닌 사명을 테슬라로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었습니다. 애플컴퓨터가 애플이 되었듯이 말이죠. 그리고 당시 테슬라는 솔라시티에 ESS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솔라시티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 태양광 발전소 건립에 테슬라의 ESS를 넣을 계획입니다.
 
 즉, 두 업체가 손을 잡고 태양광 발전소 계획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만큼 테슬라를 전기차 업체가 아닌 에너지 업체로 포지셔닝하리라는 걸 알 수 있죠. 솔라시티의 인수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매우 싸늘합니다.
 
 


 테슬라가 솔라시티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테슬라 주가는 장 마감 이후 최고 13%까지 하락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테슬라가 솔라시티를 인수하는 것이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 3의 출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테슬라는 내년까지 모델 3의 예약 물량을 처리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여태 테슬라가 팔아치운 것보다 많은 예약 물량을 기록한 모델 3인데, 테슬라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이 '생산 물량이 부족하여 전기차가 제대로 인도되지 않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판매량 집계를 고객에게 얼마나 인도했는가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예약 물량을 해결하고자 생산 설비를 늘리는데 가장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완벽하게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델 3의 폭발적인 예약 물량에 꼭 기뻐할 것이 아니라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게 대부분 분석가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델 3에 집중하여 보급형 전기차로 시장을 선점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한 전기차 업체가 되어야 할 시기에 솔라시티를 인수하겠다니 위험 요소가 크다고 투자자들은 판단한 거죠.
 
 투자자들로서는 당장 중요한 모델 3에 테슬라가 집중하지 않는 것이 불안할 수 있습니다. 반면, 머스크는 솔라시티 인수가 모델 3 출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양쪽의 의견 모두 이해는 가는 부분이지만, 떼어놓고 보면 시선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의 설립 목적이 에너지 사업의 하나로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솔라시티 인수를 통해서 자사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입니다. 단지 출발이 전기차였을 뿐이죠.
 
 반대로 투자자들의 반응은 언제까지라고 단안을 내릴 수는 없지만, 테슬라가 전기차 업체로 남아있길 바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은 전체 자동차 시장으로 보면 테슬라가 가야 할 길이 굉장히 멀기에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는 게 더 안정적인 건 분명합니다만, 테슬라의 본질이 에너지 사업에 있다는 것과 자동차 사업에 있다는 건 분명 솔라시티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게 합니다. 덕분에 시너지가 확실한 두 기업의 합병에도 주가가 폭락한 것입니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솔라시티의 주가입니다. 폭락한 테슬라 주가와 다르게 솔라시티의 주가는 22%나 폭등했습니다. 인수된다는 점에서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을 떠나서 솔라시티의 에너지 사업이 테슬라와 시너지를 잘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죠.
 
 아직 인수가 확정된 건 아닙니다. 솔라시티는 제안서를 검토할 예정이고, 머스크가 이사회를 설득하겠지만, 마찬가지로 테슬라 주주들도 설득할 수 있어야 본격적으로 인수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겁니다.
 
 테슬라가 솔라시티 인수로 에너지 업체의 포지셔닝을 확고하게 가져올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