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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팬택 '스카이 아임백', 본디 이랬어야 했다


 2015년 5월 26일, 팬택은 회생절차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공중분해 될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달 옵티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재기할 기회를 마련했고, 올해 1월에 'Pantech V950'라는 명칭이 GFX 벤치에서 발견되면서 팬택이 스마트폰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팬택 '스카이 아임백', 본디 이랬어야 했다
 
 팬택의 재기가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전히 삼성과 애플이라는 덩치 큰 기업이 스마트폰을 양분하고 있으며,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팬택의 포지셔닝 전략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팬택은 드디어 매각 이후 첫 스마트폰인 '아임백(모델명 : IM-100)을 공개했습니다. 19개월 만에 출시하는 팬택의 스마트폰이자 과거 팬택의 휴대폰 브랜드였던 '스카이'로 회귀한 모델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휠키'입니다. 과거 인기 모델이었던 IM-8500의 휠키를 물려받은 느낌인데, 후면에 탑재한 휠키는 전원 버튼 겸, 볼륨 조절이나 음악이나 동영상 탐색 기능, 카메라 타이머 기능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외형은 깔끔한 사각형이지만, 휠키가 전체 디자인을 강조한 모습이죠. 그래서 기능이나 디자인에서 휠키가 제품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휠키를 강조한 '스톤(stone)'이라는 보조 기기도 선보였는데, 무선 충전기이면서 스피커 기능을 겸하고, 2,600mAh의 내장 배터리를 탑재하여 보조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동하는 기기가 스톤과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는 웰컴 라이트닝 기능도 특징이며, 스톤은 아이백의 기본 패키지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스톤을 포함한 아이백의 출고가는 44만 9천 원이고, SKT의 band 데이터 100 요금제를 쓴다면 11만 9,9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중저가 기기로서 가격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아이백의 사양에 대한 지적은 있습니다. 퀄컴 스냅드래곤 430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메모리는 2GB, 32GB 저장공간, 5MP 전면 카메라, 13MP 후면 카메라, 3,000mAh 내장 배터리, 5.15인치 FHD 디스플레이를 지원합니다.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카메라인데, 9~15만 원 안으로 살 수 있는 비슷한 사양의 중국 제품들이 있는 탓에 저렴하게 구매할 거라면 아임백의 세일즈포인트가 약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필자는 팬택이 상당히 좋은 전략을 들고 나왔으며, 본격적으로 팬택의 자금이 말라가던 2012년부터 이랬어야 합니다.
 
 


 매각되기 전 팬택의 가장 큰 실수는 가격 정책입니다. 2014년에 팬택이 눈물로 호소하면서 내놓은 베가 시크릿 노트의 출고가는 99만 9,000원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이어가고 싶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다음 내놓은 베가 시크릿 업의 출고가도 95만 4,800원의 고가 정책을 내세웠죠. 문제는 비슷한 사양의 자사 제품인 베가 LTE-A와 비슷한 사양이면서 단지 '시크릿 라인이고, 풍부한 음향을 제공한다.'라는 이유로 출고가를 베가 LTE-A보다 7만 원 높게 책정했습니다.
 
 무언가 특징이 들어갔으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팬택은 베가 LTE-A가 그렇게 성공적인 제품이 아니었는데도 베가 시크릿 업의 판매 목표를 100만 대로 잡았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전략과 판매 목표입니다. 그리고 낮은 판매량 탓에 가격은 유지되지 못한 채 금방 떨어졌고, 이는 가격은 비쌌지만, 소비자로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느끼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오히려 더 낮은 출고가로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베가라는 브랜드를 강조하는 편이 나은 방법이었죠.
 
 당시 필자는 '팬택은 시크릿 노트를 계속 주력 제품으로 두면서 40~50만 원 수준의 제품을 내놓는다면 라인 정리와 함께 중저가 제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대상으로 베가 브랜드를 확립하는 좋은 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14년은 스마트폰 과도기가 끝나면서 사양에 대한 요구보다는 적정한 가격과 성능의 소비자 위치에 맞는 합리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넘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샤오미나 ZTE 같은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뜨릴 순 없었지만, 국내 시장에서 팬택이 가진 위치가 있었기에 중국 업체들과 다르게 중저가 브랜드 포지셔닝을 쉽게 확보할 기회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한 아이백도 가격에서 그렇게 저렴하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가격 포지셔닝은 소비자가 싸다거나 비싸다고 느낄 절댓값에 따라서 브랜드 위치가 결정되는 전략이고, 아이백의 출고가 자체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부담이 덜한 수준이 맞습니다. 그리고 '감성'이 핵심입니다.
 
 많은 매체의 아이백에 관한 소개를 보면, '스카이 브랜드로 돌아오면서 감성도 함께 돌아왔다.'는 평가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앞서 필자도 감성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피처폰 시기에는 지금처럼 운영체제와 동향에 평준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제품이든 부각할 특장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스카이가 특이했던 건 대개 특장점을 먼저 상정하고 외형이 특장점을 따라가려고 했을 때 디자인을 잡아먹어 좋지 않은 외형을 가지게 되는 일이 피처폰 시기에는 많았는데, 스카이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더라도 특장점을 훨씬 강조하면서도 미려한 외형을 살리는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 감각을 보여줬었습니다.
 
 그걸 이제와서는 '스카이 특유의 디자인'이라고 매우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게 된 것인데, 과거 베가 브랜드 때도 팬택은 특장점을 강조하긴 했습니다. 단지 스마트폰이 특장점을 강조하기에 가지는 한계인 운영체제와 베가로 구축하려고 했던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와 비슷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는 관념 탓에 과거 스카이의 디자인 감각을 잃게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백은 외형부터 특장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휠키라는 존재는 소비자가 '무슨 기능을 하는 버튼'이냐는 호기심을 들게 하고, 그러면서도 특장점이 외형을 잡아먹지 않는 미려한 디자인입니다. 이는 충분히 스카이가 가졌던 매력을 잘 이어받은 것으로 필자는 생각합니다. 스카이 브랜드에 걸맞죠.
 
 그리고 사양에서 찾을 수 없는 이 독특한 디자인 감각이 가격 포지셔닝과 함께 소비자에게 강조할 충분한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보조 기기인 스톤은 덤이고, 되레 거의 비슷한 기능의 스마트폰에 질린 소비자라면 특장점을 살린 아임백이 괜찮은 교체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굳이 비교하면 LG도 후면 키나 모듈식 등으로 특장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므로 다를 게 무엇인가 싶겠지만, 이는 포지셔닝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현재 LG는 2014년의 팬택이 자신의 포지셔닝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삼류 브랜드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최상위가 아니더라도 앞서나간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한 모습이죠.
 
 그래서 필자는 과거에 '팬택은 살아나도 오래가기 힘들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산업은행 측은 '통신사가 팬택을 도와줘야 한다.'라고 주장했으나 실상 도와주더라도 팬택이 자립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을 가진 모양도 아니었고,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살려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백으로 돌아온 팬택은 확실히 다른 모습입니다. 스카이로 추억을 끌고 온 것처럼도 느껴지지만, 추억만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다시 기회도 가져왔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