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에 뉴욕타임즈의 칼럼에 이 내용이 나오면서 거의 절정에 다다른 듯 합니다. 애플의 반응도 그렇고 웹상에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죠. 유심히 보다가 시각이 갈수록 좁아지는 것을 보고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폭스콘은 애플의 자회사가 아닙니다. 폭스콘 내 인력문제는 폭스콘이 처리해야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애플이 관여하지 말아야 할 문제는 아닙니다. 생각해봅시다. A라는 회사가 만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만두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가 노동적, 환경적, 생산적인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A는 이 재료를 사용해야 할까요? 사용하더라도 그 생산과정을 검토해야하고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면 즉각 사용을 중단해야합니다. 식품이기에 그 환경적 요인이 소비자의 건강에 이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간단한 예를들자면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과 유럽에서는 GM(유전자 변형)옥수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결국에는 식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만약에 미국에서 판매 중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GM옥수수가 들어간 샐러드 완제품을 판매했다고 합시다. 소비자는 그 제품을 구입을 할까요? 하지 않겠죠. GM옥수수가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 샐러드 회사는 손가락질 당할 것이고, GM옥수수 사용을 하지 않으려 하기에 다른 옥수수 생산 농장을 찾아내야겠죠. GM옥수수를 계속 구입해선 안될 것입니다. 애플도 마찬가지로 폭스콘에서 생산을 하지 말던지 아니면 폭스콘의 노동 환경을 개선요구를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책임을 폭스콘에게만 넘겨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면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아프리카나 남미 쪽의 노동자들은 몇십원의 임금을 받으며 청소년을 비롯 영아까지도 노동에 끌려가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시장이 그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나요? 그걸 알면서도 커피를 마시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커피 제조사들이 커피농장에 압박을 가하거나 인력을 파견하여 일일이 생산을 관리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고 있죠. 커피 회사를 손가락질하고 잘못된 놈들이라고 욕을 하지 않습니다. 노동을 착취하고 있는 그쪽 사람들에게 비난을 가할 뿐 하루를 커피로 시작해야하는 사람은 마시긴 계속 마셔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폭스콘을 비난해야합니다.
이건 애플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문제가 아니라 '인력 착취 문제'라는 커다란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할 것입니다.
그 덧글은 '그럼 어디서 구입을 해야하지?'라는 첫문장과 함께 '이 기사에서는 아마존, 델, 닌텐도, HP, 노키아, 삼성을 포함하여 전세계 가전제품의 40%를 생산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인권은 보호되어지고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애플이 폭스콘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애플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 대체 어떤 회사 제품을 사야하냐는 겁니다. 어디 제품을 구입해야하죠?
폭스콘에서 자살소동을 일으켰던 공장이 MS의 XBOX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사실은 이제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XBOX를 구입 안하나요? PS3를 구입해야할까요? 그런데 PS3도 폭스콘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애플을 비롯 HTC, 소니, LG, 삼성, 노키아의 휴대폰도 폭스콘에서 생산되는데 어느 회사에서 구입해야하죠?
얼마전 그린피스에서 주관한 '2011 퍼블릭 아이 어워드'에서 삼성이 최악의 기업 3위에 뽑혔습니다. 이 퍼블릭 아이 어워드는 반인권적인 기업을 선정하는 이벤트인데요, 삼성이 '한국의 최고 부자 재벌은 공장에서 금지된 극독성물질을 노동자에게 알리지 않고, 그들을 보호하지 않고 사용한다'라고 말하며 백혈병, 암 노동자가 생기는 것을 이유로 후보에 올랐고, 투표를 통해 3위가 되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삼성도 노동자 보호를 안하는데 왜 애플만 때려?'라고 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어쨋든 한국에도 삼성의 애플 공장이 있고 그곳에도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언론들은 줄곧 애플이 삼성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고 기사를 써왔습니다. 물론 중요한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텍사스 삼성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그 외는 한국에서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삼성의 생산 문제에 대해서 애플은 삼성에게 개선을 요구해야합니다. 백혈병 환자와 암 환자에 대한 문제를 애플이 삼성과 함께 고민을 해야합니다.
모순이 있다고 말하고 싶으신가요? 하지만 협력사의 노동 문제에 대하여 자회사가 아니더라도 개선을 요구해야하고 실태를 검토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위에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의견에 모순이 있나요?
그냥 다 못된 기업이라고 합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그럼 대체 어디서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을 해야하는 겁니까? 이건 애플을 때릴 문제이지만 애플을 때리고나면 다른 기업도 같이 쳐맞아야하는 문제입니다. 만약에 애플을 때려서 폭스콘의 애플 공장 노동자들이 다른 공장에 비해 더 좋은 노동 환경을 제공받는다면 그때는 애플 제품만 구입해야 합니까? 이게 진짜 모순 아닌가요?
애플이 잘했니 못했니를 따져서 모순을 만들고 부스럼을 긁어만 낼 것이 아니라 알러지약을 먹어서 부스럼이 떨어지지 않게 치료하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뉴욕타임즈의 덧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제가 저렇게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가족이나 친지, 지인이 착취를 당할 수도 있는 문제일테니까요. 그것이 어떤 기업을 보이콧만한다고 끝날 문제라면 저는 반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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