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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의 오피스 번들, 애플처럼 가능할까?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어제 새로운 오피스를 공개하면서, 오피스 홈 & 스튜던트 2013(Home and Student 2013)을 모든 윈도우8 RT 태블릿에 번들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MS의 주력 제품이라고 할 수 있었던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이에 오피스 사용자들에게는 윈도우8 태블릿을 구입해야 할 이유로도 꼽히고 있는데요, MS의 이런 전략이 애플처럼 가능할까요?






MS의 오피스 번들, 애플처럼 가능할까?


 MS가 태블릿에 오피스를 번들로 제공한다는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미 윈도폰에도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PC와 결합하겠다는 태블릿에 무료라는 것은 파격적이긴 합니다. 아이패드는 iWork 제품을 한 소프트웨어에 $9.99에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필자는 왜 애플'처럼' 가능하냐고 묻는 것일까요?




번들




 애플은 맥제품에 iLife를 번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맥 앱스토어에서 업그레이드 된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지만, 처음 구입했을 때 이미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맥 앱스토어로 인해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이전에 애플스토어에서 구입을 하면 기본 7만 5천원, 패밀리팩 11만 5천원이였습니다. 근데 이 제품을 번들로 제공했죠.


 오피스와는 접근이 다르긴 하지만, iMovie나 GarageBand 같은 소프트웨어를 윈도우와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볼 수는 있습니다. 이것은 가격에 대한 비교가 아니라 번들 전략에 대한 것입니다.


 애플이 iLife를 번들로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맥 가격 안에 소프트웨어 가격이 일정 포함되어 있고, 맥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따로 유통비나 패키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본 설치 시 맥에 일정 가격을 포함시켜 판매하면 iLife의 보급에 있어서도 괜찮은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MS는 자체적인 하드웨어라고는 '서피스' 밖에 없습니다. 이 번들은 그 외 제조사들 제품에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MS가 애플과 같은 구조를 얻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제품을 계속 선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혹은 오피스가 포함 된 라이센스비를 받는 방법도 있는데, 제조사들은 이로 인한 마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어야겠죠.


 MS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윈도우8 태블릿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한수라면 굉장히 공격적인 마케팅이지만, 2012년 4분기 이후로 윈도우보다 오피스가 MS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이번 2분기에는 전례없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는 윈도우가 침제하면서 나온 결과인데, 윈도우가 침체해도 여전히 오피스가 잘 팔리기 때문에 MS가 오피스를 계속 생산해야 하는 이유라고 TBR(Technology Business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알랜 크랜스는 말하기도 했습니다.


 MS의 번들 전략은 완전히 태블릿을 상대로 한 오피스 수익은 버리고 들어가겠다는 얘기입니다.




MS




 결정적으로 MS에는 이런 번들 전략이 애플처럼 수익을 물고 가기에 쉬운 타결점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하드웨어까지 같이 팔고 있는 애플의 수익 구조에 비해, MS는 소프트웨어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에 대해서 라이센스 비용을 늘릴 수도 없으며, 늘리지 않는다면 그만큼 소비자 시장에서의 전체 수익은 떨어질 것입니다. 이미 소비자 시장 수익은 기업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윈도우와 오피스로 먹고 사는 MS가 이 두가지의 수익구조를 시장 현상이 아닌 자체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저가 마케팅이나 애플과 같은 번들 마케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MS의 이런 전략은 떨어지는 윈도우 점유율을 아직까지 살아있는 오피스를 통해서 메우기 위한 위기책이라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태블릿에 한해서는 오피스의 수익을 버리고 윈도우에 포함시켜 어떻게든 윈도우8의 점유율을 높혀보겠다는 것인데, 단순 생산성 소프트웨어의 가지수에 있어서 애플에 비해 달랑 오피스 하나 있는 MS가 그 오피스의 수익을 버린다는 것은 얼만큼 위기에 봉착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PC+




 '태블릿의 오피스 무료 번들을 통해서 오피스 유저를 늘리고, PC에서 오피스 사용자를 늘리는 마케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MS가 지지하는 PC+라는 개념에서 보면 태블릿으로 윈도우의 대부분을 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태블릿으로 전부 할 수 있는 사용자가 PC를 구입하고 오피스를 구입 할 것이라고 마케팅 하는 것은 PC+의 개념을 망치는 것이고, 그런 소비자도 있기야 하겠지만 서피스의 컨셉만 보더라도 그렇게 구입 할 소비자는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기업 시장이 전부겠죠.


 이런 PC+의 개념으로 생각으로 해보더라도 MS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오피스가 무료 제공이라는 점은 환영 할만하고, 기존 오피스 사용자라면 끌리는 대목입니다.


 어떻게든 윈도우8을 성공시켜야하는 MS에게 이 오피스 번들이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수익을 떨어뜨려 MS의 위기론만 가중시키는 꼴이 될런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