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제품 라인은 '베가'입니다. 베가를 전면에 내세워 하이엔드 제품부터 로우엔드 제품까지 네이밍을 하고, 선전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팬택은 그 잊혀져가는 브랜드와 작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베가, 스카이와 작별 선고한 팬택
어제 9월 10일 월요일, 팬택에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SKY'가 'VEGA'로 새롭게 태어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2012년 9월 4일부터는 스카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베가'를 고유 브랜드로 사용하겠다는 것인데요, 파란 박스 안에 흰 색으로 SKY라고 홈페이지에 내걸었지만 이제는 VEGA라고 바꾸어 놓을 모양입니다.
팬택 안의 스카이라는 휴대폰 브랜드의 제품라인이 '베가'였었고, 베가 제품들에도 SKY로고가 박혀있었지만 이젠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베가
팬택은 완전히 베가 회사로 탈바꿈했습니다. 제품명을 모두 베가로 고정하고 있는 것이죠. 어떻게보면 삼성은 애니콜을 버리고 갤럭시 회사가 되었고, LG는 싸이언을 버리고 옵티머스 회사가 되었기 때문에 과거 피쳐폰때부터 사용하던 브랜드들을 버리고 스마트폰에서 각각 다른 이름을 세회사가 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팬택에서는 삼성과 엘지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고유 브랜드의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결정했을 것입니다.
고로 '갤럭시XX', '옵티머스XX'라는 이름의 다양한 제품 라인이 형성되듯이 팬택도 베가라는 이름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면로고의 SKY는 VEGA로 바뀔 것이고, 광고에서도 SKY라는 브랜드는 더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고 플래그쉽 제품인 '레이서 시리즈'와 대화면 라인인 '5시리즈' 같이 베가를 브랜드 라인으로 사용하면서 제품 라인은 따로 잡아나갈 것이고, 앞으로 라인 정리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보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과거 스카이 제품을 많이 사용했던터라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쉽습니다만, 아쉬운 것을 둘째치고 마케팅적으로 팬택의 결정을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포지셔닝
포지셔닝 관점에서 보면 팬택의 결정은 좋지 못합니다. 팬택이 스카이를 인수하긴 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스카이라는 브랜드가 팬택이라는 회사명보다 자주 사용되었고 제품에 스카이 로고를 계속 사용하면서 팬택도 스카이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 각인되어있음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베가 시리즈가 계속해서 출시가 되더라도 '스카이의 베가'이지 '팬택의 베가'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팬택의 브랜드 파워가 인수를 한 스카이의 브랜드 파워만도 못하기 때문에 여지껏 팬택의 방패막이로 스카이를 사용해왔었고, 스카이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갤럭시가 아닌 삼성, 옵티머스가 아닌 LG와 맞먹기 떄문에 스카이를 버리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크라이슬러가 JEEP를 버리고 그냥 그랜드체로키나 랭글러를 판다면 어떨까요? 흔하게 빠질 수 있는 라인의 함정입니다.
하지만 국내 상황과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의 개입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면 팬택의 결정은 라인의 함정을 빠져나갈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스카이가 베가로 바뀌더라도 소비자는 '베가는 어디꺼야?'라는 질문에 '스카이꺼'라는 답을 내놓겠지만, 베가라는 브랜드가 명사로 사용됨은 변하지 않습니다. 당장 소비자들이 스카이를 애니콜과 싸이언처럼 빠르게 놓아버리긴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베가를 유도하면 브랜드로 굳히는게 무리수가 아닐 수 있다는겁니다.
삼성, 엘지, 팬택, 3사가 국내 시장을 쥐고 있고, 브랜드 간의 입지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베가가 스카이라는 것을 대다수가 알고 있기만해도 라인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안녕, 스카이
'에버'를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사업을 포기한 KT테크의 휴대폰 브랜드였죠.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에버를 과감히 버리고 '테이크'라는 브랜드를 들고 휴대폰을 판매했지만 시원찮았습니다. 그나마 에버가 KTF 고객을 늘린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나름 브랜드 입지가 컸었지만, KT테크를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사장시켜버렸죠. 이는 라인의 함정에 제대로 빠진 사례입니다.
팬택도 그렇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만약 베가 외의 다른 제품 라인을 꾸렸을때,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가 아닌 운영체제를 사용했을 때 라인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인이 없고, 베가가 '제품명'이었기 때문에 이를 브랜드로 사용했을 때의 이미지가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라인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고, 새로운 제품 브랜드를 내놓더라도 계속 스카이로 불린다면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될 것입니다.
어쨌거나 스카이는 이제 추억으로 사라집니다. 과거 스카이=디자인이라는 공식이 있었을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과 사용자경험을 제공했던, 국내에 이런 디자인 회사가 있다는게 좋았을정도로 스카이라는 브랜드에 애착이 있었는데 베가가 이를 이어 어떤 새로운 공식을 만들고, 굳혀 나갈 수 있을지 평가할 날도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베가로의 변경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도 그런 애착이 있기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녕,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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