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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스티브잡스 1주기, 잃어버린 것과 천재성과 그리고 현재

 선구안이란, 투수가 던진 공의 구질을 보고 공을 판단하여 걸러내는 타자의 능력입니다. 선구안이 우수하면 반은 먹고 간다고 할 정도로 야구에 있어 이를 읽어내는 능력은 중요합니다. 집중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투수의 자세의 미세함만을 공이 보이는 천재성이 경기 중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스갯 소리로 '야구공의 실밥을 셀 수 있다'고도 하죠.

 그 우스갯 소리를 현실로 보여주는 타자라면 천재로 인정을 할 수 있는 것 일까요?






스티브잡스 1주기, 잃어버린 것과 천재성과 그리고 현재


 스티브 잡스를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둑놈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그런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핫한 인물이기도 하죠.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그를 평가합니다. 그 평가가 좋든 나쁘든 어찌되었건 그를 잊지 못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를 평가하면서도 그리워하고, 현재에 그를 빗대기도 합니다.




1983




 스티브 잡스의 사망 1주기가 다가오자, 잡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시 쏟아집니다. 여러 지인들의 인터뷰나 자료나 그를 회고하는 어록, 장면 등 기억하고 남겨진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잡스라는 한사람의 것들이 말이죠. 우리가 그런 것들에 아직도 눈이 가고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를 기억하기 때문일겁니다.


 그런 것들 중 '1983년 잡스의 강연 녹음' 하나가 사람들을 사로 잡았습니다.




 Life, Liberty, and Technology의 Marcel Brown은 54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1983년 International Design Conference in Aspen (IDCA)에서 스티브 잡스가 강연한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하여 SoundCloud라 올린 것입니다. 대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컴퓨터의 발전은 너무 빨라 마치 '마법(magical)'과도 같다.

- 수년 안에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컴퓨터와 상호 작용하는 시간을 더욱 오래 가질 것이다.

- 현재 사람들은 개인용 컴퓨터와 '첫 데이트(first date)' 중인 상태에 있으며, 점점 익숙해짐에 따라 계속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 개인용 컴퓨터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매체가 될 것이며, 무선 연결이 되는 휴대용 컴퓨터가 생겨나면 언제 어디서든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강연 중 현재 구글의 스트리뷰(Street View)와 같은 MIT의 실험에 대해서 언급함.

- 초기 네트워킹은 각각 프로토콜이 달라 혼란스럽지만, 5년 내로 사무실 네트워킹이 해결될 것이고, 10~15년 후면 가정의 네트워킹이 해결 될 것이다.

- 애플의 전략은 '당신이 20분 만에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컴퓨터와 그 엄청나게 훌륭한 컴퓨터를 책만한 사이즈에 담는 것'입니다.

-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것이 오프라인 상점에서 이뤄지는 것은 부적합하다. 레코드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도 라디오 방송국과 같은 역할이 필요하며, 소프트웨어는 디지털이므로 전화망을 통해 결제하게 될 것이다.

- 음성인식에 대한 질문의 답변 : 단순한 음성인식이 아닌 언어는 문맥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아직 이것은 매우 힘들다.


 '20분만에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컴퓨터와 책만한 사이즈'는 누가 생각해도 '아이패드'를 떠올리게 만들며, '무선 연결이 되는 휴대용 컴퓨터'는 아이패드 혹은 아이폰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가정 네트워킹은 실제 애플이 에어포트를 대중화 시켰던 해가 1999년으로 이 강연의 16년 후라는 점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구입 방식에 대한 이야기와 음성인식, 현재 '시리가 문맥을 인식'한다는 얘기에 말을 맞춰놓은 듯 '문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것과 현재



 1983년, 무려 30년 전 잃어버렸던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지금에 와서 듣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세상을 옮겨놓은 듯 합니다. 그가 이야기 했던 것이 실제로 이뤄졌으니 선구자 혹은 예언이라고 해도 될 법합니다.


 우리는 그가 30년 전 우스갯 소리로 들렸을지 모를 이 이야기가 실제로 현재 일어났다는 것 자체는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사실 그의 이런 말들이 놀라운 것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술의 구현에 따른 제품 구상에 있습니다. 네트워킹 체계나 휴대용 컴퓨터, 음성인식들에 대한 연구는 이 강연의 이전부터 게속 연구가 진행되어 오던 것들 입니다.


 중요한건 잡스는 이 기술의 발전에 맞춰 제품을 구상하고 실제 상용하여 시장에 풀어놓은 장본인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잡스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그것을 사용할 제품을 구상하고, 그리고 그것이 왜 사람들에게 필요하며 후에 사용되게 될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곧 애플에 나타난 것이고, 이를 팔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 묻어났던 것입니다.


 이 강연 녹음 테이프는 그런 잡스의 로드맵 중 하나를 보여준 것이며, 우리는 현재 그 로드맵 위에 서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필자의 경험담을 얘기하자면, 지인들이 빅데이터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빅데이터의 기술적 분석 방식이 아닌 상용적 사용 방식에 대해서 답을 해주곤 합니다. 기술자는 빅데이터의 기술적 분석 방식에 대해서 꿰고 있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은 그런 분석하는 방법이 아닌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사용할 이유를 더 궁금해하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잡스는 가정이나 개인이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이유, 이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미래를 이야기 알려줬으며, 결과적으로 그것들을 이뤄냈습니다. 현실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물론 잡스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을겁니다. 무선 인터넷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을 것이며, 컴퓨터는 작아졌을 것이고, 음성인식 기술로 조작하고 있었을테죠. 하지만 필자가 얘기하는 바는 그가 현실로 만들어 놓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다듬어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기술을 조합하는 방법은 누구나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성인식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나 소프트웨어의 유통을 쉽고 편리하도록 재조정한 것 등 상품으로 실현시키는 기획성에 있어 공을 세운 것만은 분명합니다.


 잡스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찌보면 30년도 더 된 꿈이죠. 그는 실현시켜 보여줬습니다. 아니 그의 성에 차지 않을만큼 턱없이 부족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대단한 점은 괴팍한 성격이나 디자인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아닌 몇년을 걸쳐 자신이 꿈꿨던 것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일생과 그것을 IT업계에 모두 받친 것,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써 우리에게 보여준 것, 그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정신이상자거나 도둑놈일지 모릅니다. 겁쟁이거나 비겁자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가 꿈꿨던 것의 진실성만큼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그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런 멋진 꿈을 꿀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열망이거니와 그가 꿈꿨을 더 먼 30년 후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때문이지 않을까요?


 스티브 잡스는 IT 역사에 큰 업적을 세운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그와 같은 시대를 보낸 것은 분명 행운입니다. 아마 우리는 후세에 그의 얘기를 더 많이 들려주게 될 것이며, 그를 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동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 서거 1주기, 다시 한번 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