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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리눅스, 밸브와 엔비디아가 새로운 국면 열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넷마켓셰어(NetMarketShare)에 따르면, 2012년 9월 리눅스가 기록한 데스크탑 전체 점유율은 1.10%였습니다. 2009년에 첫 1% 돌파 이후 지금껏 1%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실질적인 판매가 아닌 수많은 배포판과 복제가 범람하는 리눅스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오차 범위를 감안해야겠지만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서버시장에서는 약 30%라는 점유율과 함께 레드햇은 무려 40분기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반 PC시장에서 윈도우에 비할 바는 못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파이가 적은 시장에 강력한 조력자 둘이 붙는다는 것은 매우 큰 뉴스입니다.






리눅스, 밸브와 엔비디아가 새로운 국면 열다


 MS의 CEO인 스티브발머는 10년 전, '리눅스가 윈도에 대한 최대의 위협요소'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더니 이후에는 '지적 재산권에 있어 암과 같은 존재'라거나 다음해에는 '윈도우의 완성도가 리눅스보다 높기 때문에 리눅스가 위협적인 경쟁자는 아니다'고 발을 빼고 폭언을 일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06년에는 리눅스 업체인 노벨을 대상으로 특허권 침해를 주장했으며, 2007년에는 '레드햇 사용자들이 지적재산권을 중요시 한다면 MS에게 사용료를 지불하라'며 여지껏 공격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공격권이 리눅스 쪽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하프라이프의 밸브(Valve)와 지포스의 엔비디아(Nvidia)가 손을 잡고 리눅스 생태계 지원에 나선 것입니다. 발머는 10년간 리눅스를 공격해왔지만, 밸브가 리눅스 지원과 윈도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데스크탑 생태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할 양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밸브와 엔비디아




 

 지난 6월, 리눅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누스 토발즈'는  핀란드 오타니에미알토즈 기업가 정신센터 주최로 열리는 연설 도중 막바지 Q&A 시간에 한 여성청중의 엔비디아에 대한 얘기에 '엔비디아는 리눅스가 하드웨어 업체들과 협력하는데 있어 최악의 골칫덩어리'라며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욕설한 바 있습니다. 행동 후 '나쁜 뜻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토발즈의 돌발 행동에 적잖은 파장이 일었었는데, 그 엔비디아가 리눅스를 지원하려 나선 것입니다.

 
 밸브와 엔비디아는 약 1년간 공동개발을 진행한 '지포스 R310 드라이버'를 지난 8일 공개했습니다. 이 지포스 R310 드라이버는 리눅스에서 구동되는 게임의 속도를 2배로 늘려주며 로딩 속도를 대폭 개선시켰습니다. 지포스 GTX 600 시리즈 GPU는 물론 8800 GT 등 이전 세대 지포스 GPU도 지원하면서 리눅스에서의 게임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밸브의 마케팅 부사장 Doug Lombardi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엔비디아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의 전반적인 성능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맞춰 밸브는 11월 6일, 리눅스용 스팀인 '스팀 포 리눅스(Steam for Linux)'를 선보였습니다. 스팀(Steam)은 밸브의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2004년부터 서비스를 진행해 지금껏 윈도우용과 맥용만 지원해왔었습니다. 리눅스용 스팀은 우분투에서 동작하게 되며, 아직 비공개 테스트 중으로 25가지 게임만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리눅스 생태계




 여기까지만 들으면 '밸브는 영역을 확장한 것일 뿐이고, 리눅스는 게임 환경이 개선 된 정도일 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만 가지고 어떤 새로운 국면을 가져오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죠. 밸브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리눅스용 스팀에 대해선 이미 6년 전인 2006년에 루머가 퍼진 바 있으며, 다음해인 2007년에 밸브는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에야 리눅스용 스팀이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꽤나 오래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엔비디아를 끌어들여 1년 간 협력 관계로 리눅스에서의 개선을 진행해온 것입니다. 근래들어 밸브는 윈도우8에 대해서 계속해서 공격을 했는데, 개방성을 볼모로 '윈도우 스토어'를 거론하며 윈도우보다 리눅스를 사용하는게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밸브의 CEO 게이브 뉴웰 또한 인터뷰에서 윈도우8에 대해 '대재앙'으로 표현 한 바 있으며, 블리자드의 개발 총괄 부사장 Rob Pardo도 찬성하는 모습을 트위터를 통해 보였습니다.

 밸브가 주장하는 '개방성'이랑 윈도우 스토어에 대한 것인데, MS가 폐쇄적인 정책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인디개발자들을 괴롭힌다는 것이 주된 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Markus Persson는 마인크래프르를 인증 받으라며 MS에게 전달 받은 메일에 대해 불만감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기존의 윈도우와 달리 자유성을 억압하는 것에 대해 비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밸브의 윈도우에 대한 비난이 '비즈니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밸브는 지난 10월 3일, 스팀을 통해 게임 뿐만 아니라 유틸리티를 구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카테고리를 오픈했습니다. 이 카테고리를 통해 그래픽툴이나 사진편집툴 등을 구입할 수 있는데, 현재는 게임 제작과 관련 된 툴만을 제공하고 있지만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9월에는 공식성명을 통해 '하드웨어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컴퓨터나 콘솔 등을 제작하겠다고 말입니다.


 어째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부터 리눅스용 스팀을 준비해왔었고 공개와 함께 엔비디아의 그래픽 지원과 소프트웨어 카테고리 오픈, 하드웨어 시장 진출, 그리고 윈도우에 대한 공격까지 게임회사치고는 벌여놓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밸브의 움직임에서 유추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개발 중인 하드웨어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과 우분투 일 수도 있다는 점, 엔비디아가 리눅스 하드웨어를 지원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스팀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유통할 것이라는 겁니다. 조각조각이 너무 잘 맞춰지는데다 정황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단순히 스팀을 지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밸브를 기점으로 리눅스에서 새로운 게이밍 환경 조성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래랫폼을 동시에 꾀하려는 큰 그림이 등장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우분투를 지원함에 따라 개발하려는 하드웨어가 우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수도 있으며, 배포판이다보니 자신들이 윈도우에 지적했던 개방성 문제도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엔비디아와의 협력 유지를 통해 지속적인 리눅스 하드웨어 지원으로 게임 환경에 있어 다이렉트X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생태계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 마련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얼마동안이나 이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는지 짐작되지 않을정도로 치밀하고 갑작스럽습니다.




 새로운 국면




 밸브는 마치 안드로이드처럼 리눅스를 통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해왔고 실행 중에 있습니다. 구글이 레퍼런스 협력사로 HTC나 삼성, LG를 꼽아왔듯이 엔비디아를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끌어들였습니다. 하드웨어 제작을 직접하는 이유도 이런 자신들의 리눅스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함으로 보여지며,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게 되면 리눅스를 통해 많은 게임 지원과 자체적인 하드웨어 판매, 그리고 그 외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데스크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당장 자체 게임 하드웨어를 만들어 놓고, 하프라이프3나 포탈3만 내놓더라도 리눅스 환경에 뛰어들 골수 게임 유저는 충분히 많습니다. 더군다나 우분투는 배포판으로 무료이며, 가상머신 환경을 제공해 윈도우와의 병행도 가능하기 때문에 영향력을 무시하긴 힘들 것입니다.


 밸브가 이렇게 토발즈에게 욕먹는 엔비디아를 끌어들이며 리눅스 환경에 집착하는 이유는 윈도우 환경을 떠나 개방 된 리눅스를 통해 좀 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고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당장 윈도우8에 스팀이 먹혀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유통 주권을 빼앗겨 버리니까요.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폐쇄적인 윈도우를 떠나 리눅스 환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밸브가 리눅스에서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을 때 어떤 위치를 지닐 수 있을지는 뻔해보입니다.


 이것이 폐쇄적으로 바뀐 윈도우에 얼마나 먹혀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웹과 플랫폼이 중요시되는 현시점에서 윈도우와 대적하는 새로운 전쟁의 주사위가 던져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적어도 이 주사위가 3년간 1%에 머물게 한 리눅스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밸브는 리눅스로 뛰어들었고, 엔비디아를 곁에 뒀습니다. 엔비디아 자체는 금새 체제 변화가 올 수도 있지만, 밸브는 그대로 리눅스를 밀어붙일겁니다. 리눅스를 통해 안드로이드 신화를 데스크탑에 옮겨놓을 수 있을지, 아니면 윈도우라는 강자에 밀려버릴지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일단 박수를 보내며, 성과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