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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디지털 등용문', 앞으로의 과제와 미래

 '신춘문예'. 1925년 동아일보에서 처음 시작한 이 행사는 현재 6개의 신문사에서 신년 초에 시작하는 뼈대있는 문학인의 등용문입니다. 2013년의 신춘문예 공모도 시작되면서, 문학인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과 권위있는 등용문도 존재하는 반면, 디지털로 발길을 돌리는 창작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디지털 등용문'이라고 부릅니다.






'디지털 등용문', 앞으로의 과제와 미래


 디지털 컨텐츠를 얘기할 때, 대게 유통 경로나 얼마나 많은 컨텐츠가 유통 플랫폼에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파악하지만 정작 실창작자의 입장을 반영한 글은 보기 힘듭니다. 어떻게보면 디지털로의 흐름이 자유로운 것이고, 미래의 컨텐츠 시장이 디지털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 창작자에게 있어 이 '디지털 등용문'은 어떤 의미일까요?




디지털 등용문




 18살의 Hugo Pierre Leclercq, '마데온(Madeon)'으로 불리는 이 소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DJ이자 가장 어린 DJ 중 한명입니다. 그는 빠르게 유명세를 탔고, 세계 정상급 DJ들의 일렉트로닉을 즐길 수 있는 축제인 UMF(Ultra Music Festival)와 록, 인디, 일렉트로닉, 조형예술의 축제인 'Coachella festival', 그리고 트랜스, 일렉트로닉, 하우스 뮤직의 축제 EDC(Electric daisy carnival)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3대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에 참여했습니다. 18살 소년이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3년만입니다. 마데온은 2009년부터 활동했으며 '천재 DJ'로 불리고 있는데, 그를 천재로 만들어 준 결정적인 계기가 '유튜브'입니다.

 
2011년 마데온은 'Pop Culture'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39곡의 샘플을 매쉬업한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600만 뷰를 달성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와 함께 라이브 공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아이튠즈를 통한 디지털 앨범 발매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마데온은 짧은 시간 안에 천재 DJ로 활약하며 디지털 등용문의 위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의 능력이 뒷받침 된 것이지만요.




< Madeon Teaser (FINALE) >



 우리는 이런 유튜브를 통한 대박 사례를 곧잘 접하곤 합니다. 필자가 마데온의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단순히 조회수만 높았던 것이 아니라,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줌과 더불어 실질적인 DJ로써 활동하는데 큰 도약점이 되었다는데 있습니다. 특정한 공모전이나 공연들로 본인들을 뽐내야 했던 과거 창작자들과 달리 접근이 쉽고 확산력이 큰 디지털 환경이 유통이 쉬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프로로써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닙니다.


 아이튠즈나 아마존은 세계적인 글로벌 음악 유통사이며, 아이튠즈 차트는 인용이 될 정도로 높은 신뢰도가 쌓여있습니다. 국내 음원 유통사인 '비손컨텐츠'의 경우 '뮤직스프레이'라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디지털음악 유통 및 배급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창작자가 제작한 음원을 아이튠즈나 아마존으로 배급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앨범의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여러 창작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됩니다. 또다른 마데온이 등장할지도 모르죠.


 애플은 아이북어서라는 제작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Create Space'이라는 이북 제작을 지원합니다. 누구나 1인 출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아마존의 경우 작년 연말 실적 발표에서 자신들의 전자책 베스트셀러 1~4위가 모두 'Kindle Direct Publishing'라는 아마존의 저작도구를 이용해 출시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등용문은 늘어나고 있고, 사례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번 인기를 몰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로써의 길을 열어주는 창구의 모습이 제대로 갖춰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디지털 등용문은 창작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과제




 실력만 있다면 빠르게 대박을 노릴 수 있는 노다지? 아니면 작품성 없이 대박을 노리기만 하는 겉껍데기?


 디지털 등용문의 성공 사례와 상반되게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양립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컨텐츠 유통과 달리 타이트한 편집 시스템이 존재해 좀 더 완성도 높은 컨텐츠를 제공하던 시대가 그 경계에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웹툰의 경우 90년대 인기 작가들도 뛰어들면서 시대변화에 뒤따르고 있지만, 과거 만화과나 디자인과에서 산업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했던 학생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것이 웹툰이었습니다. 그때문에 웹툰의 '비전문성'을 논하는 얘기는 여전히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과거 잡지만화와 비교해서 말이죠. 웹툰이 새로운 만화 시장으로써 각광받고는 있지만, 정작 적응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분분한 상황입니다.


 이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잘못된 맞춤법과 휘황찬란한 어휘로 작성 된 인터넷 소설을 과연 문학으로 볼 수 있는지, 없는지 같은 얘기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껏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비전문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창작자를 양립하는 원인으로 나타납니다.




미래




 이런 디지털 등용문이 확대될 것은 분명합니다. 신춘문예를 통한 화려한 등단보다 몇백만의 조회수로 인기를 얻는 작가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신춘문예 당선작을 이북으로 보기도 하죠.


 '과연 우리가 비전문성을 논하기 전에 컨텐츠 가치를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


 필자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컨텐츠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이제는 컨텐츠 소비자로 돌아섰습니다. 컨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그에 따른 컨텐츠 생산도 늘어났습니다. 디지털 등용문은 그 사이에 생겨난 분출구입니다. 결국 신춘문예도 전통을 지녔지만, 컨텐츠 소비가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당선작이 이북이 되어 소비된다면 디지털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겁니다. 생산을 하기 때문에 소비를 하던 과거가 아닌 소비를 하기 때문에 생산이 필요한 미래가 되었고, 이제는 등용문이 주체가 아닌 컨텐츠 소비가 주체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양립이 아닌 전환의 시대인 것이며, 창작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흘러가는 흐름에 컨텐츠 소비를 이어갈 뿐이니까요. 이제는 이 다양하게 생산 된 컨텐츠가 비전문성으로 얼룩지는 것이 아닌 '전문성'으로 비춰지고, 여러 창작자들이 작품을 진행하는데 있어 좀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마 블로그를 통해 컨텐츠를 생산 중인 필자의 입장도 크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비전문성을 논하며 홀대 받기도 하니까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필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작성한 글은 아닙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블로그에 있어서도 전문성이냐 비전문성이냐로 갈라놓는 것이 아닌 컨텐츠의 가치만으로 매겨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환경이 좀 더 독창적인 컨텐츠를 생산해 나가는 원천이 되니까요.


 디지털 등용문의 과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이런 '컨텐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그 가치를 평가하는 주체는 어떤 문단이나 예술단이 아닌 컨텐츠 소비자에게 있으며, 누구나 가치있는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천재 DJ로 인정받고 있는 마데온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