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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우리는 3G를 좋아한다

 LTE가 대세입니다. 롱텀 에볼루션으로 불리는 이 통신 기술은 등장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출시 된 지 1년만에 7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하고 익숙해진 이 용어는 '빠른 네트워크'로 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3G 통신에 비해 높은 통신비로 인해 통신비 부담이 가중시키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단말기 가격에 통신비도 포함되다보니 가격이 더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왜 우리는 3G를 '선택' 할 수가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3G를 좋아한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지난해 전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의 LTE 투자를 조사한 결과 국내 LTE 투자가 미국 일본보다 2~4배, 전세계 평균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KT는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가입자 1명을 늘리기 위한 통신망, 장비 등 설비에 투자한 비용으로 SK텔레콤은 $11,673를, LG U+는 $10,804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반면 미국의 버라이즌은 $8,427, 스프린트 $4,192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의 비용보다 적은 금액이었으며, 전세계 평균인 $1,265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간 지난해 매출 대비 10~20% 수준의 마케팅 비용까지 지불하였습니다. 이런 투자에 대한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가중되는 것인데, 통신사는 이런 투자로 인해 지하나 인빌딩, 좀 더 넓은 커버리지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LTE 혜택




 LTE에 대한 빠른 투자로 더 넓은 커버리지와 빠른 네트워크 속도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3G 가입자보다 2.5배 빠른 유입을 보였으며, LTE 데이터 사용량이 3G에 비해 월 평균 60%가 더 높습니다. LTE의 빠른 속도라는 프리미엄이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SKT의 야구 생중계 서비스는 이용자가 55만명을 넘어, 3G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스트리밍 방송을 볼 수 없던 소비자들에게 깔끔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면서 만족감을 높혔던 것도 사실입니다. 요금이 비싸지만 그로 인한 혜택은 분명히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3G를 소비자에게서 멀어지게 할 근거가 되진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LTE 사용자보다 3G 사용자가 월등히 많으며, 이들이 휴대폰 교체 시기가 되어 LTE로 다수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3G를 고수하고 싶을 소비자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단지 무제한 요금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기기의 휴대로 인해 '모바일 라우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라우터 요금과 상쇄하여 좀 더 저렴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나 데이터 사용이 비교적 낮은 실버층이나 아동/청소년층도 부담스러운 LTE보다 3G를 더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혜택을 덜 받더라도 가계통신비 절약을 위한 선택을 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우리가 왜 이런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냐는 겁니다.




LTE와 3G



 구글의 넥서스4 출시에 대해 업계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검토를 하고는 있다지만, 실제 출시 여부는 미지수라는 것이죠. 그런데 넥서스4의 출고가가 낮기 때문에 꺼려하는 것일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꺼려할 수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보조금과 리베이트에 가입자 당 수십만원을 투자하던 통신사가 넥서스4의 출고가 떄문에 꺼려한다는 것은 조금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많이 알고 있다시피 넥서스4는 3G 네트워크만을 지원하며, 일부 캐나다 지역에서 LTE 사용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순전히 3G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기기입니다. 그저 3G로 출시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3G로 요금을 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넥서스4가 다른 LTE폰의 판매를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얼마 전 화제를 모은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의 경우 20만원대 출고가 수준에 3G 네트워크로 출시되지만 잘만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어찌되었건 출시되었다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 갤럭시M 모델의 경우도 3G로 출시가 되었죠. 하지만 이들 제품은 넥서스4에 비해 떨어지는 사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격대도 비슷하고 같은 3G 모델인데, 어떤 제품은 되고 어떤 제품은 안된다.'

 제조사 간의 경쟁보다는 다른 제품의 침해를 애초부터 막아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G가 가능한 프리미엄 제품이 등장할 경우 LTE로의 유입이 이어질 수 있으니 통시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죠.


 곧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폰5의 경우도 LTE로만 출시 될 예정입니다. 만약 3G와 LTE 동시 개통을 했었다면, 아이폰5의 대기수요자 중 3G모델로 넘어가는 사용자만큼 LTE 사용자를 빼앗겨 버리게 됩니다.


 결국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LTE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며, 3G를 쓰고 싶다면 저렴한 저사양 모델을 구입하라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통신시장 상황입니다. 프리미엄 제품은 LTE를 사용해야 한다'는 공식이 있길 한가요? 3G가 제품의 기본 사양을 떨어뜨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우길 하나요? 우리가 왜 이런 선택을 '강요' 받아야 하는건가요?




그래서?



 우리가 3G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가 강요할 뿐입니다.


 충분히 LTE가 어떤 혜택을 주는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혜택을 선택 할 권리는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소비자가 통신 프리미엄 소비자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으며, 그렇다고 프리미엄 제품은 LTE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3G로 넥서스4를 개통하고 싶으며, 3G로 아이폰5를 개통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앞서 말한 모바일 라우터의 경우 와이브로 모델과 LTE 모델이 나와있는데, 가령 LTE폰을 사용하는데 LTE 라우터를 사용해야하는 아이러니를 왜 소비자가 범하게 하는 걸까요? 좀 더 요금을 보태어 모바일 라우터를 사용하고 말고도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3G폰을 쓰면서 라우터로 다양한 기기들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들은 라우터를 하나 더 들고다니는 수고를 하면서 스스로 혜택을 버리는데, 그 버려진 혜택을 담아가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겁니다.


 필자는 이에 대해 통신사의 문제점도 있지만, 실제 정책적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통신시장에 있어 소비자가 아닌 통신사가 권한을 9할 이상을 가지는 기형적 구조의 한국 시장에 대해 정부는 이를 파악하고,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질 수 있는 정책 마련과 관리를 해야 합니다. 실제 휴대폰 자급제의 경우도 자급제를 통한 넥서스4와 같은 경쟁력 있는다양한 저가 모델들이 출시되면 통신비가 조금 저렴해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책을 시행하기만 했을 뿐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정책을 마련한 정부가 수습을 해야하지만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여전히 똑같이 소비자가 강요 받는, 뒷통수도 아닌 정면에서 주먹을 얻어 맞고 있습니다.


 누구 잘 못인가요? LTE라는 거대한 혜택을 거부하는 소비자? 아니면 소비자의 선택 권리를 약탈하는 통신사? 이를 막지 못하는 정부? '확실한 것 한가지는 우리는 3G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