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산의 무덤이다'
어째 공식처럼 되어버린 이 이야기는 국내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년내 출시 된 외산폰이라고 고작 애플의 아이폰과 자급제용으로 출시 된 ZET의 제트폰, 노키아의 루미아710 정도 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안팔리니까!' 이에 HTC는 철수라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모토로라가 그 뒤를 따릅니다.
모토로라 한국 철수가 안타까운 이유
'모토운수', 마치 명사처럼 쓰였던 이 애정섞인 말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 같습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 코리아는 어제 10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철수한다는 계획을 전달했습니다. 공식 철수일은 내년 2월이며, 이는 글로벌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모토로라는 구글에 인수되었고, 지난 8월 전체 인력의 20%인 4000여명을 감원하고 임원을 교체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지사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는데 거기에 모토로라 모빌리티 코리아가 포함 된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8월 29일, 인도 및 아시아태평양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에서 전략지역인 한국과 호주 지역들은 제외 될 것이라고 BRG는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포함 된 것입니다. 모토로라의 이 구조조정은 전새계 1/3을 줄여 통폐합 하는 것으로 구글이 본격적으로 모토로라를 운영하기 위한 기반다지기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모토로라 철수
모토로라의 철수 이유는 굳이 따지고 들 필요가 없습니다.
7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모토로라는 분기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기관인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작년 4140만대를 판매했으며, 업계 8위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점유율은 2.7%로 올해는 4000만대 판매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모토로라가 구글에게 있어 계륵이지 않느냐'는 의견에 '구글의 특허 방패'로 활용되고만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아직까지 모토로라가 본격적으로 구글의 힘을 받아 사업을 진행 할 계획은 내비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모토로라의 한국 실적도 이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토로라가 마지막으로 국내 출시 한 제품은 스마트폰으로 재탄생한 '레이저'이지만, 기존 레이저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매우 저조한 성적으로 마감되었고 아마 그와 동시에 모토로라의 한국 철수는 이미 거론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 점유율은 밑바닥이고, 그렇다고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닌데다 글로벌 강자인 삼성, LG, 팬텍, 3개의 회사가 버티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상 힘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모토로라는 철수합니다. 필자는 이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단지 필자가 안타까운 점은 국내 업체들의 마당에서 치였기 때문에 외산폰이 떠나가기 때문은 아닙니다. 분명 경쟁에서 밀리면 철수해야 하는건 당연한 것이며, 사업성이 없는데 국내 시장에 들러붙어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안타까운 이유
국내 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소비자 수의 문제보다는 국내 시장은 매우 회전이 빠르며 기술의 수용 속도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릅니다. 'IT 테스트베드'라는 얘기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거죠. LTE도 전국 커버리지를 가장 빠르게 달성한 국가이며, 스마트폰 보급율은 국민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이동통신사 가입자 수는 국민 전체의 105%, 통신비 지출을 전체 가계의 7.09%로 식비와 학원비 다음으로 많은 지출을 보입니다. 올해 휴대폰 판매량은 3천만대를 약간 못미치는 수준일 것으로 분석되며, 상반기에만 1천200만대가 판매되었습니다. 평균 휴대폰 교체 주기는 26.9개월로 브라질의 80.0개월을 생각하면 매우 짧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통신 소비국인 셈입니다. 그런데 모토로라가 실시하는 세계 1/3 수준의 구조조정에 한국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모토로라의 구조조정이 구글과의 통합에 대한 물밑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전세계 이례적인 통신 대국에서 발을 뺀다는 것은 조금 의아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략적으로만 본다면 한국 시장은 중요하고 조그마한 반응도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장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의아힙니다.
한국 시장은 세계 최대의 통신 소비국이지만, 세계 최대의 통신 제한국이기도 합니다. 정책이나 점유율, 사업 형평성, 모든 것이 해외 사업자가 쉽게 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물론 국내 시장을 전략지역으로써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개 외국기업이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서 국가의 정책을 바꿔놓는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제한이 외국기업이 사업을 펼치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시장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굳이 외국 기업을 들지 않더라도 국내 중소기업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면 적어도 저가 시장에서라도 외국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일 수 있어야하지만 그것조차 되지 못하는 곳입니다. MP3플레이어나 PMP 시장이 활성화 되어있을 때 메이저 브랜드들과 함께 수많은 중소기업 브랜드들이 시장을 꾸렸던걸 생각해봅시다. 그것이 과연 품질로 나눠지던 시장이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통신사업의 진입벽과 그 진입벽을 넘어서 성장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그 어느 국가보다도 힘들기 때문에 진입하려 하지 않는 것이고 그나마 진입해있던 업체들도 떠나가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이는 통신사를 껴야만 하는 구조와 자급제를 시작했지만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점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모토로라가 전략적 요충지를 버리고 떠난 이유가, 단지 구글과의 통합을 위해 구조조정 중인 모토로라가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이해되는 이유이며 안타까운 이유입니다.
외산의 무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주춤하던 외국기업들이 한국 문들 다시 두드리던 것이 불과 2년 전입니다. 하지만 2년만에 외산업체들은 줄줄이 떠납니다. 무려 1988년에 한국에 진출했던 모토로라도 사업을 접습니다. 이제 국내에 남은 업체는 그나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애플과 휴대폰은 그닥 관심없지만 다른 사업부때문에 남아있는 소니, 그리고 BB10의 출시를 기다리는 RIM과 공장까지 철수 할 것 같은 노키아정도입니다. 이들조차 국내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글로벌 3강의 홈이기 때문에? 성능 미달때문에?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물론 애플을 제외한 업체들의 글로벌 실적이 전체적으로 안좋긴 하지만, 그 안좋은 상황에서도 전략적 국가에서만은 사업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통신 시장만 보면 그 어떤 국가보다 전략적으로 치열해야 할 국내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품을 출시하지도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도 않습니다.
필자는 이런 국내 상황이 자급제의 활성으로 나아질 수 있길 바라며,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의 문을 다시 두드려 다양한 통신 제품이 공존할 수 있는 단순한 통신 소비국이 아닌 통신 강국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것이 옳은 생태계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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