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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레노버 스마트폰 국내 출시, 영향 있을까?

 레노버의 기세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여러번에 걸쳐 했던 바 있습니다. HP를 제치고 PC시장 1위를 달성하는가 하면,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독일에서 PC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분기당 PC 1천만대 출하량을 넘기는 기업이기도 하며, 여세를 몰아 최근 들어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레노버 대세론이 드면서 전체 매출의 42%가 중국에서 나올 정도로 내수시장에서의 강력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노버 스마트폰 국내 출시, 영향 있을까?


 필자는 어제 '모토로라 한국 철수가 안타까운 이유'라는 외국 업체의 한국 철수에 대한 씁쓸함에 대한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그런 소식은 전한 가운데, 어제 한국 한국 레노버의 강용남 대표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레노버가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을 출시 할 계획이라는 애기에 대해 보도되었습니다. 일단 뉴스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반기는 바였는데, 반가움이 있은 후 바로 '과연 HTC와 모토로라가 떠난 국내 시장에서 레노버가 버텨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 진출




 사실 뜬금없는 뉴스였습니다. 안그래도 모토로라의 철수로 외산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나오던 어제, 더군다나 스마트폰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도 아닌 PC업체인 레노버가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하겠다'라는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PC시장조차 레노버의 국내 순위는 7위 수준으로 글로벌 성적이 좋긴하지만 삼성, LG, HP, 델 등에 크게 밀려 국내에서는 다소 약진을 보여왔었는데, 스마트폰을 PC 수준의 넓은 글로벌 확장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어려운 한국 시장에서 들어오려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아이러니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레노버는 국내에 스마트폰을 출시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강용남 대표는 출시를 위해 시장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미 통신사와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는데, 제트폰처럼 자급제 시장이나 혹은 MVNO 시장이 아니라 통신3사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본격적인 출시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난 10월 한국 레노버의 대표가 강용남으로 바뀐 후 그에 따른 탄력으로 새로운 라인업에 대한 시도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레노버가 국내에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레노버 스마트폰



 '레노버가 스마트폰을?!'이라고 의아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현재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업체가 바로 '레노버'입니다. 삼성이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국 브랜드 중에서는 1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유율차도 굉장히 좁혀지고 있어 곧 삼성이 추월 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레노버가 스마트폰으로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죠.


 제품 성능에 있어서도 꽤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레노버의 최상위 모델인 k860의 경우 쿼드코어 1.4GHz 엑시노스 4412 칩을 탑재하고 있으며, 5인치 디스플레이에 1280×720 해상도와 1GB 메모리, 8MP 카메라, 안드로이드 4.0, 2,250mAh 배터리 등을 제공합니다. 배터리가 좀 걸리긴 하지만, 전체적인 사양은 국내 프리미엄 제품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고 보기에는 힘들고, 일단 가격이 약정으로 $300~400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면에 있어서 삼성에 견주어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맞춰 사양을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제품면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제품과 제품을 통한 글로벌 시장 호재가 레노버가 외국 업체들 다 빠져나가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끔 생각하도록 만든 원인이라는 점에 있어서 기대감도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그것과 영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영향



 레노버의 국내 진출을 보자면 마치 '델'이 떠오릅니다. 레노버와 같이 PC 제조사로써 델 베뉴와 델 스트릭을 출시하고 국내 시장에 발을 들여놨었는데, 판매부진으로 인해 바로 모바일 사업부를 접어버린 사례가 있었죠. 레노버가 중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고는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A/S가 잘 되지 않는 PC 업체입니다. 무엇보다 신뢰성에 있어서 델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HTC처럼 스마트폰으로 시작했다는 인식도 없습니다. 거기다 델이 모바일 사업에 진출했던 초기 도전적 스마트폰 시장과는 달리 현재는 굉장히 느린 상태로 스마트폰 시대라고 하면서도 업체들은 스마트폰 암흑기를 걷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여기에 레노버가 발을 들여놓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적어도 HTC와 같이 아예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아보이긴 하지만 단지 제품을 출시하는 것만 가지고 레노버가 어느정도의 입지를 차지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레노버 하기에 달렸습니다.


 레노버가 현재 세계 PC 시장 1위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중국'때문입니다. 매출의 42%를 중국에서 얻는 레노버는 막강한 내수 시장으로 인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공격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일본의 경우 레노버PC의 최대 수요지라고 할 수 있는데, 레노버 재팬은 다양한 제품을 일본에 단독 출시하는가 하면 프로모션 행사나 가격 할인 등을 통해 까다롭다는 일본 시장 1위를 달성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도시바, 소니, 후찌즈, 파나소닉 등이 군림하던 일본이기에 레노버의 성적이 주목될 수 밖에 없으며, 일본에다 공장까지 세우는 수준에 달해있습니다.


 레노버는 전체적인 매출에 주안을 두고 있는데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에 대해 주저없이 쏟아붇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강용남 대표는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뿐 아니라 PC시장 점유율을 1년6개월 안에 5위로 달성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서버, 스토리지 시장의 점유율을 높히는 것과 함께 외국계 IT업체 중 1위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스마트폰 진출은 이 거대한 투자 흐름의 한가지 종목인 것이고, 제품라인, 가격, 마케팅면에 있어서 그간 간보는 식이던 외국 기업들과 달리 공격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투자의 목표로 한국이 지목된 것입니다.


 문제는 투자를 하긴 하는데 어디다 할 것이냐는 겁니다. 일단 통신사를 잘구슬려야하는 기형적 구조에 있어서 모바일 초짜인 레노버가 어떤 딜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지와 그를 통해 레노버 제품에 대해 대리점에 특별 공문을 내리는 등의 통신사 전략 제품으로 부상시키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힘든 싸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PC시장부터 고질적인 A/S 환경을 대폭 개선하여 자체적인 센터 운영 등 국내 실정에 맞는 환경 제공이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는 모토로라가 처음 들어와 현지화를 차근차근하던 때가 아니라 완전히 현지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이 국내 시장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 전략적으로 현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외산의 무덤이라는 한국 시장에서 그나마 성적을 거둘 수 있을겁니다.


 얼마전 LG가 연간 스마트폰 국내 공급 기준 300만대를 달성했다는 뉴스가 뜨거웠었습니다. 레노버가 한국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저정도 수준의 성적은 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자는 레노버가 국내 통신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레노버가 제대로 장사할 요량이라면 단지 휴대폰 브랜드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에서 끝이 나겠죠. 하지만 주저하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든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입니다. 레노버도 모토로라나 HTC가 한국 시자에서 철수 한 사실과 그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의미가 살아나서 성적이 되었을 때 일본의 노트북 시장처럼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감은 가지고 있습니다. 레노버의 성공이 곧 화웨이나 쿨패드와 같은 급부상 중인 기업들의 국내 진출을 부축일 것이고, HTC나 모토로라를 돌려놓는 계기 마련이 될 수 있으니까요.


 레노버는 인텔과의 협의로 아톰이 달린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기도 한데, 좀 안착할 수 있어서 국내 시장에 다양성을 채워줄 수 있는 역할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