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분야만큼 '거품론'이 거센 곳은 없습니다. 휴대폰이나 웹 부분 등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신제품에 대한 미래적 관점은 항상 일정한 거품을 포함하고 있고, 이 거품의 여부를 판가름 해내는 것이 투자자의 몫입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것이며, 투자의 기본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거품만 분석하면 되었던 투자 시장의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IT 최고의 불황', 넷스케이프 창업자의 경고
'애플 주식 폭락', '구글 주식 폭락' 뉴스가 연신 터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주식의 끝을 알 수도 없습니다. 올해 초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내가 주식시장을 지켜보는 것은 아니지만, 애플의 주가가 $10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애플의 주가는 1년 동안 55% 급등하며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던 때입니다. 하지만 10월부터 현재까지 -22.69%나 하락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하락세가 IT업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IT 최고의 불황
'Marc Andressen'은 브라우저계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익스플로러가 뜨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브라우저 시장을 주도했던 바로 넷스케이프의 창업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2년 전부터 소셜브라우저인 록멜트(RockMelt)의 개발에 관여하고 있기도 한데, 지난 13일, NYT 계열의 M&A 전문지인 딜북(Dealbook)이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여한 그는 IT업계에 대해 언급합니다.
'현재 미국 IT와 관련 된 종목들의 주가는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이라고 밝힌 그는 '대기업들이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지금 닷컴버블 때와는 다른 형상이며, 주식시장에서 IT기업을 선호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웹 중심의 IT 관련 종목에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이는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에서 발생한 것이고 페이스북 등 일부 기업에 국한되었을 뿐 시스코나 인텔과 같은 기업들의 주식 가격이 역사적으로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품론을 논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주장에 관심이 쏠리게 된 이유는 그의 현재 행보에 있습니다. 넷스케이프가 익스플로러에 밀려난 후 Marc Andressen는 투자가로 변신합니다. 주로 IT벤처를 상대로 투자하여 수많은 이익을 얻어 투자계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데, 때문에 주식 시장에 해박하고 오히려 워즈니악의 $1000 발언보다 훨씬 신빙성 있는 주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IT업계의 이사회 활동을 하면서 전문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는 Marc Andressen의 위치를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관심이 쏠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현황
필자는 미국의 대표 IT기업들의 주가 현황을 알아보았습니다. 이 주가 현황은 2012년 10월 1일부터 어제까지의 내용입니다.
현재 인텔은 -9.76%, IBM -8.89%, MS -9.09%로 분석에 따르면 곧 10% 밑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구글은 -7.85%로 그 뒤를 따릅니다. -5.98%로 하락한 브로드컴과 -3.36%의 퀄컴, -1.12%의 아마존은 비록 하락 수치가 높진 않지만 최근들어 주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경우 -22.69%로 가장 하락한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Marc Andressen의 말처럼 IT 대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단순히 신생 기업들의 거품으로 생기는 것들이 아니라 IT업계 전체가 하향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됩니다. 그도 그럴것이 Marc Andressen은 주로 벤처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수익을 올렸던 투자가로써 페이스북, 징가, 그루폰, 트위터, 스카이프,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기업들로 큰 돈을 거머쥔 인물입니다. 거품론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신생 기업들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는데 있어서 그럴 듯 해보입니다.
문제는 거품론이건 아니건, 대기업이건 신생기업이건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인데, 과연 그럴까요? 그가 인텔과 함께 거론했던 시스코의 주가는 동일한 기간 4.31% 상승했습니다. 실제 하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얼마 전 순이익이 18% 상승하면서 주가도 덩달아 6.7% 상승하는 호재를 터뜨렸습니다. 회계년도 기준 2013년 1분기는 전년대비 61%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미미하지만 오라클도 0.92% 상승했으며, 이베이는 4.42%, 어도비는 15.14%, 야후가 24.15%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RIM의 경우 무려 78.63%나 상승했습니다. 물론 RIM의 경우 캐나다 기업이고 여태까지의 실적 하락으로 어제 나스닥 100지수에서 탈락되긴 했지만, 그래서 상승률 자체만 본다면 애플의 1년간 주가 상승폭보다 훨씬 높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Marc Andressen의 주장은 자신이 주종목으로 삼는 벤처들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들의 인수가 줄고, 투자 약세와 함께 대기업의 현금쌓기만 계속되는 부분을 꼬집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arc Andressen은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이 인수하는 바람에 $7800만, 무려 312배의 차익을 얻었습니다. 그는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런식의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자신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하락세라고 할만한 거리는 충분했다는겁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매수를 하려면 지금해라. IT업체의 성장이 둔화되고 실적도 경제문제로 인해 불안하기 때문에 주식이 할인 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단순히 투자가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적 발언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 IT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그이기 때문에 중요한 발언이긴 하지만, 그의 주장처럼 전체적인 하락보다는 기존에 비해 월등히 상승하고 있는 업체들도 존재합니다.그렇기 때문에 꾼으로써의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경고
아마 여기까지 글을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아니 내가 투자를 할 것도 아닌데 왜 주식 얘기를 듣고 있어야하지?'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필자가 주식 얘기를 해온것은 바로 Marc Andressen의 주장에 '경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Marc Andressen의 주장은 분명 투자가로써의 이익을 생각한 발언으로 보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뼈가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되는데, 위의 현황에서의 이상한 점인 바로 'RIM'과 '야후', 두 기업의 상승이 그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RIM과 야후는 현재 대표적으로 망해가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RIM은 BB10을 준비 중이고, 야후는 마리사 메어이의 CEO입사로 개편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반영 된 상승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감보다는 실적이 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주식시장에서 애플이나 퀄컴의 실적이 저런식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오히려 RIM과 야후가 거꾸로가고 있는 형태죠. 실적은 악화되면서도 기대감 하나로 상승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이 왜 Marc Andressen의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 되느냐?'
Marc Andressen의 주장처럼 현재 투자가들은 IT기업을 선호하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IT대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데 반대로 거기서 매도한 것을 RIM이나 야후 같이 '거품이 있다!'라는 얘기가 나올 법한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해서 원래 성장률이 가파르던 애플이나 구글이 둔화 될 것으로 보고 아예 양분하여 투자 관리를 하는 형태로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RIM과 야후 외에서도 나타나는데, 아마존이 아니라 이베이라거나 IBM이 아니라 시스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시스코의 경우 IBM과 경쟁 중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리며 주력하고 있는데, 가파른 성장세 종목에 투자를 집중하여 상승폭을 늘렸던 과거가 아니라 평준화 된 종목 선택으로 위험을 줄이는 분산투자 위주로 전향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분산투자가 이뤄진다'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IT업계 전체가 성장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줄어들고 분산투자를 고집해 위험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많이 바뀌고 있음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IT업계의 성장이 둔화되고, 공격적인 투자도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이때문에 신생 벤처기업들의 증가폭도 매우 줄어드는 등 말그대로 '불황'인 상황이 비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경제 문제 속에서 그나마 호황을 누리던 IT업계까지 끝내 투자 영향을 받으며 침체기에 들어간 것인데, 그렇다면 이 투자 물고가 언제 틔일지에 대해 궁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David Rubenstein, Ray Dalio, Stephen Schwarzman, 3명의 투자 거물은 금리가 오르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고, Ray Dalio의 경우 2013년 말쯤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로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2013년 말을 기점으로 한 범위내 투자의 물고가 틔일 시기라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에 의거하여 그 시기까지는 이런 불황이 지속 될 것이라는 점과 투자가들의 분산투자가 어느정도 안정화되면 RIM과 야후 등의 투자도 일정 수준에 머물어 버릴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고로 Marc Andressen의 주장은 IT업계가 꽤 오랜 시간 이런식의 이례없는 불황기를 지속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불황
이런 불황이 지속 될 때에는 어떤 새로운 기업의 출현보다는 기존 기업의 존망이 부각되게 됩니다. 과거의 경제 악화의 상황과 달리 글로벌 규모로 더욱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재이기에 IT업계의 존망에도 적신호가 드러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생 벤처기업의 발생 수가 월등하게 높은 IT분야이기 때문에 투자 약화로 인해 벤처기업들의 재정상태가 불확실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IT기업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불황을 대처했던 기업으로써 노키아의 경우 미국의 수요 불황이 지속 되던 90년대 초 펄프나 제지, PC와 같은 원래 주력하는 사업은 완전히 매각해버리고, 영국의 '테크노폰'을 인수하면서 휴대폰 사업으로 극복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IT 버블이 붕괴 될 당시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통해 극복하기도 했습니다. 과감한 선택과 체계변화가 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사례로 꼽히는데, 사실 이런 불황의 그늘에서 이들과 같이 극복해 살아남아 금리 상승 전환 시 많은 투자를 유치하여 어떤 IT기업이 새로 떠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되고 있기도 합니다. 불황이라는 힘든 시기이지만, IT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Marc Andressen의 주장은 단순히 투자가의 꼬임이 아닌 경고로써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임을 알 수 있고, 이 기로에서 IT업체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도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체계 변화가 이뤄지는지 혹은 상승 기회가 분명해질 때까지 현금을 쥐고 움츠리고 있을지 등 이 경고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지 않는 핑크빛은 크게 의미 없는 것이 될거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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