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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에 필요한 것은 '집중'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잘만들고 잘팔죠.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몇가지 빠진 느낌이 드는 기업입니다. 부족함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이 부족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부족하다'던가 '크게 바뀐 것 없다'던가 삼성의 비어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합니다.

 필자에게 삼성이 부족한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집중'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근접한 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에 필요한 것은 '집중'


 '집중'이란 단어가 매우 포괄적여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삼성에 집중이 필요한 것은 제품 뿐만 아니라 조직까지 모두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제품이 우수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의 제품은 우수하고 잘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제품들에 위화감이 있고 꽤나 많은 제품 라인을 보유한 삼성이기 때문에 그 위화감이 여기저기서 나타납니다. 단지 휴대폰이나 태블릿 뿐 아니라 냉장고나 에어컨 등 전반적으로 말이죠.




삼성 임원




 필자는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접했습니다. 삼성의 최고전략책임자인 손영권 사장의 MIT Technology Review와의 인터뷰 내용이었는데, 그는 업무에는 삼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집에서는 맥,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즐겨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삼성 임원이 애플 제품을 사용한다더라'로 끝맺었다면 굳이 다루지 않았을 겁니다. 중요한 얘기는 뒤에 이어집니다.


 애플의 매력은 개별적인 제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클라우드와 같은 '생태계(ecosystem)'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TV나 휴대폰 등 많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범위, 많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플랫폼이지만 이는 '개별적인 제품 중심'적이고 제품을 중심으로 경험을 만들어내지만 그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구입한 소비자가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싶어하고, 맥을 구입하려는 것과 달리 갤럭시 제품을 산다고 해도 삼성의 TV를 사야겠다거나 PC를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소비자들이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는 삼성이 이에 대한 지원을 늘릴 방향이고, 보여줄 것이라고 마무리 지었는데 어찌되었건 애플과 삼성의 차이에 대해서 인정을 한 것입니다. 이는 최고전략책임자라는 직책에 걸맞는 판단과 분석이고 어찌보면 삼성의 미래가 긍정적임을 시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다만 지원만 한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삼성에게 있어 큰 과제인 것이죠.




집중




 삼성은 '생태계'에 대해서 착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필자는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집중의 사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디바이스 중심적인 제품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제품에 완전히 집중한 제품이라는 것이죠. 다만, 이것이 삼성의 의도한 바가 아니라 삼성의 주력 제품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반대로 얼마 전 출시한 '갤럭시 카메라'를 생각해봅시다. 대표적으로 굉장히 잘못된 제품 사례입니다. 카메라가 카메라의 기능보다는 공유라는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는 카메라를 생각하기 이전에 공유를 통한 생태계 구축을 먼저 고려한 제품이죠. 그래서 그 생태계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판매하자는 의도가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생태계 구축의 매우 잘못된 예입니다.


 삼성은 이뿐아니라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의 대형 가전제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TV의 경우 휴대폰의 성장과 함께 그와 유사한 시스템 구축을 하려는 모습은 지금껏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갤럭시 카메라와 달리 TV의 본질적인 부분에 매우 신경을 써왔었습니다. 문제는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에도 이런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하는데 문제점이 가장 잘팔린 스마트폰 중심으로 디바이스의 본질은 본질대로, 생태계는 생태계대로 따로 노는 형식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냉장고나 세탁기는 모바일 기기가 아니잔아?'라고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만, 만약 그렇다면 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굳이 자신들의 생태계 부분에 포함시키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갤럭시 시리즈는 집중을 통해 나타난 매우 잘만들어진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생태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이 제품 중심적인건 맞지만 이는 생태계와 결부 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애플도 제품 중심적입니다. 다만 아이폰을 쓰다가 아이패드를 써도, 아이패드를 쓰다 맥을 써도 크게 위화감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생태계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일까요? 아이폰은 아이폰대로, 맥은 맥대로 따로 집중해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여기에 한가지의 에코 솔루션을 융화시킨 것뿐이죠. 처음부터 '아이폰과 맥은 연결해야 하니까 이런식으로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아이폰 한가지의 생태계나 갤럭시 한가지의 생태계나 비슷하지만 연결되었을 때는 '1+1=3'과 '1+1=2'로 격차가 발생합니다.


 삼성의 문제점은 여기에 있다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집중에 대한 고민




 무작정 제품을 엮어서 생태계처럼 보이려고만 하는 것은 실패하기 딱 좋습니다. 인공적인 생태계의 균형이 잘맞아 떨어질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사자는 이만큼, 들소는 이만큼하고 녹음을 이정도로 해두면 생태계가 완성되겠지 같은 생각으로는 절대 제대로 된 생태계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겁니다.


 제품을 개발 할 때는 제품 중심적으로 집중하여 개발해야 합니다. 제품의 본질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죠. '스마트'가 대세라고 무조건 스마트해야 한다며 이것저것 집어넣어서는 안됩니다. 카메라는 렌즈의 성능을, 냉장고는 보관의 성능을, 에어컨은 온도조절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집중이 필요하고 이런 집중을 통해 각자 탄생한 제품을 서서히 자신들의 에코 솔루션에 포함 할 수 있도록 조절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건 이렇게 만들고, 여기에 이걸 집어넣으면 다른 제품과 연결되겠지'를 생각해선 안됩니다. 그것이 삼성의 생태계를 구축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은 갤럭시를 구입하더라도 'TV는 LG, 소니와 비교', '카메라는 니콘, 캐논과 비교' 같이 소비자는 제품을 살 때마다 따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죠. 애플처럼 아이폰 구입자가 곧장 '아이패드를 구입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제품에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제품마다 연결고리를 달아두고 끼워 맞추는게 아니라 제품마다 이음세를 만들어 연결고리를 걸어서 어떤 제품과도 자연스럽게 연결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단정 짓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생태계가 소비자에게 있어서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부정적인 면이지만, 자연스러운 연결이 사용자를 얼마나 편하게 만드는지 애플은 잘보여주고 있고, 삼성도 그에 따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못 생각해서는 안되며 더 신중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서별로 집중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수평적으로 부서가 협업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수직적 구조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이기에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집중을 위한 체계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소니와 같은 관료주의에 빠지기 딱 좋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경우 전반적인 제품을 모두 관리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카메라, 세탁기, 냉장고, 모두 한 곳에서 연결 할 수 있는 에코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데 모아야 합니다.


 삼성이 진정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면 집중해야 합니다. 제품이든 구조든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