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기술 시장에서 '현상유지'란 단어는 '망해가길 바래'와 일맥상통합니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도태하기 마련이죠. 소니가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습니다. 그렇다보니 기술 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바는 현재의 시장과 앞으로의 시장을 얼마나 빠르게 따라가고 새로운 트렌드를 추구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마치 패션시장처럼 말이죠.
아이폰의 현상유지가 필요한 이유
애플은 변화의 선상에 자주 놓여있었지만, 최근 그런 변화의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많은 시선이 변화를 요구하거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가형 아이폰부터 요즘 뜨고 있는 일명 '아이폰 매스', 4.8인치 제품까지 근래 스마트폰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시장들에 애플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IT 최고의 뉴스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아이폰에 대해 '현상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상유지
아이폰에 대한 현상유지란,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저가형 아이폰도 혹은 대화면 아이폰도 아닌 현상유지를 이어나가는 것인데, 이는 '망해가길 바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의 특징과 현재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의 이익률이 매우 높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이익률을 저가형 아이폰이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은 쉽게 볼 수 있죠. 하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약간 다른 시각입니다. 저가형 아이폰이 애플의 이익률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에 동의는 하지만, 현상유지를 해야하는 이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평준화를 통해 굉장히 느려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저가시장이 뜨거나 태블릿과의 경계를 파고든 패블릿 시장이 수요를 만들어가며 성장 중에 있습니다. 아이폰도 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이 시장이 과도기적이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애플은 빼고 얘기해봅시다. 현재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저가 제품들은 매우 인기를 끌고 있습나다. 특히 화웨이의 경우 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인데, 이들의 공세는 기존 저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챙기고 있던 삼성이나 노키아와 같은 업체들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몇몇 기업들로 인한 주도 상황이었다면 모를까 수개의 중국업체들이 끼어들면서 경쟁은 심화되었고 트렌드로 자리잡은 저가 시장과 패블릿 시장도 꽤나 빼앗긴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삼성이나 노키아 등은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여야 하고 그것이 심화되면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지속되는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블릿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칠 것 없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패블릿으로 박리다매식 운영을 한다면 당연히 기존 업체들의 점유율은 하락할 것이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비슷한 수준의 저가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당연히 전체적인 이익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애플을 끼워넣어봅시다. 애플은 애초부터 고마진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많은 라인을 유지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현재 상황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이익에 반해 오히려 아이폰의 이익률은 더 상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애플이 현상유지를 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경쟁
다양한 라인을 고루 갖추고 있는 업체들은 그 라인을 유지해야합니다. 라인 유지가 되지 않아 잘라버리면 그만큼의 이익이 감소하게 되고 기존 라인에서 메우거나 새로운 라인을 통해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 업체들은 필연적으로 가격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기존 업체들은 거기에 대한 대처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인을 유지하면서 비슷한 저가 정책으로 치킨게임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저가 라인을 잘라버리고 프리미엄 라인을 살려놓을지 고민하게 되겠죠.
이는 현재보다 중국 제품들의 브랜드가 확실해지고 품질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시점에 분명 나타나게 됩니다.
애플이 아이폰의 라인을 늘려 현재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식이 되면, 결과적으로 어쩔 수 없이 중국 업체에 스스로 휘둘리는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라인을 늘려버렸으니 말이죠. 이익률 또한 얼만큼 떨어져 나갈 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유지했을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업고 치킨게임을 하는 무리보다 훨씬 높은 이익률을 낼 수 있게 됩니다. 전체 비율로 따지면 현재의 75%보다 더 높아지겠죠.
정리하자면 '경쟁업체들의 심각한 경쟁에 불나방처럼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시장을 유지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생태계적 이상이 오거나 기존의 고객이 절반 가량 빠져나가지 않는 이상은 4억개의 계정을 지니고 있고 그를 통한 독자 시장 유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히려 현상유지 하는 것이 중국발로 인해 시작 될 비과도기 경쟁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취시키고 이익률을 높힐 수 있는 답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도 저가형 아이폰이나 패블릿을 출시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거죠. 단지 지금의 경쟁 상황에서 조금 뒤쳐져 보일 뿐 그간 이미지를 유지해온터라 오히려 유리한 것은 아이폰입니다.
혹 삼성이나 노키아 등이 저가 시장에서 밀리게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저가 라인을 잘라버리고 프리미엄 라인을 유지하는 방법인데, 애플은 애초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보니 굳이 현재 아이폰에 트렌드를 따라가는 변화를 보여 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아이폰
애플은 파워북과 아이북의 랩탑 라인에서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로 넘어오면서 기존 제품은 부셔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죠. 아이폰에 어떤 변화를 주길 원한다면 저렴해지거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폰을 단종시켜버리고 새로운 핸드셋 제품을 선보이는 방법말입니다.
하지만 현재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울타리에 스스로 갇혀있습니다. 아이폰을 단종시키는 순간 앱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 생태계는 박살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애플이 원래 추구하던 변화의 모습이 아닌 저가 제품이나 크기가 커진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한정짓는 것입니다. 애플이 현상유지를 넘어 뛰어난 변화를 보여주려면 새로운 형태의 핸드셋이나 아니면 연동 제품을 내놓는 것이 해답이고, 아이폰은 그저 현상유지 하는 것이 브랜드를 지켜낼 수 있는 그나마의 방법입니다. 괜한 경쟁을 통한 출혈은 애플로써도 감당하기 힘든 패착이 될 것입니다.
애플이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깨닫고 있다면 2013년 로드맵에서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경쟁으로 가는 것이 아닌 경쟁 업체들이 따라오게 할 무언가가 되어야 합니다. 2013년, 애플에게 있어서 희망적 변화를 보여주게 될 것인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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