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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루카스아츠를 폐쇄 한 디즈니의 결정

  오랜 세월 한 분야에서 명맥을 이으며 최고만을 고집하고 그런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장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나 소설을 보면 이런 장인이 못마땅하여 손가락을 부러뜨리거나 팔을 잘라버리는 잔인한 장면이 나오곤 합니다. 이런 잔인한 결정이 현재에도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필자는 디즈니의 결정을 그렇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루카스아츠 폐쇄 한 디즈니의 결정


  당신이 스타워즈 팬이거나 게임 팬이거나 둘 중 하나라면 '루카스아츠(LucasArts)'라는 이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며, 한 번쯤 루카스아츠의 게임을 손에 쥐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원숭이 섬의 비밀, 룸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게임 명가로 자리한 지 벌써 40년입니다. 이 40년의 역사를 경험하기 위해 출시한 지 10년이 넘은 게임을 찾아 뒤적이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 루카스아츠가 폐쇄되었습니다.



폐쇄



 지난해 10월, 월트디즈니는 $40억에 루카스필름을 통째로 인수했습니다. 인수와 함께 스타워즈 에피소드 7, 8, 9의 제작 의사를 밝혔으며, 7의 기초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골수 스타워즈 팬들은 이 사실에 분노했는데 스타워즈의 후속작이 나오는 것은 좋지만, 디즈니의 물이 든 스타워즈가 기존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와 달리 변색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묻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꼭 영화 팬들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함에 따라 루카스아츠도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문제 된 것이 기존 루카스아츠가 개발 중이던 '스타워즈 1313(Star Wars 1313)'의 개발이 난항을 겪게 된 것입니다. 스타워즈 1313은 지난해 E3에서 공개되며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는데, 루카스아츠가 디즈니 손에 넘어가면서 올해 E3 참가가 불가능해졌다는 뉴스가 떠돌더니 끝내 루카스아츠를 폐쇄함에 따라 개발 자체도 무산돼버린 겁니다.

 디즈니는 공식 발표문에서 '게임 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를 검토해보았다. 루카스아츠를 라이센싱 모델로 바꾸고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에 전반적인 정리해고를 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지난 4일, 루카스아츠의 모든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150여 명의 직원은 해고되었습니다. 회사는 남아있지만 사실상 끝이 난 겁니다. 이후에는 스타워즈 등의 저작권을 가지고 외부 개발사를 통해 게임을 제작할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루카스아츠의 로고를 달아두긴 하겠지만, 디즈니를 먼저 내세울 것입니다.




디즈니의 결정


 디즈니의 결정은 실로 과감합니다. 40년의 역사를 지닌 명가 게임회사를 단숨에 반 토막 내버린 결정 말입니다. 문제는 루카스아츠가 그렇게 하락세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루카스아츠의 명성이 예전만 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아케이드 게임과 콘솔 시장이 주춤하고 있고, 그 때문에 게임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디즈니는 루카스아츠라는 폭탄을 쥐고 게임을 개발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콘솔 시장에서 루카스아츠의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루카스아츠의 마지막 게임이 된 '루카스아츠 키넥트 스타워즈(LucasArts Kinect Star Wars)'는 루카스아츠의 최근 성공을 보여주는 것으로 Xbox의 키넥트를 이용해 액션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컨셉의 이 게임은 국내에서만 한정판으로 300만대가 팔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다소 부족한 캐릭터나 스토리는 논란이 되었지만, 루카스아츠가 키넥트를 통해 새로운 스타워즈를 선보였다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 중이었던 '스타워즈 1313(Star Wars 1313)'와 '스타워즈 : 퍼스트 어썰트(Star Wars : First Assault)도 트레일러만으로 게임 팬들을 흥분시켰으며, 언제 출시가 되는지만 손꼽아 기다리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마저 무산시키면서 루카스아츠를 폐쇄했다?

 디즈니가 내린 결정은 상당히 모호합니다. 마케팅에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루카스아츠의 팬들이나 스타워즈 팬들은 스타워즈를 소비하겠지만, 디즈니를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게임 팬들은 기다리던 게임이 사라지자 분노했고, 추억의 향수도 한 번에 몰살시켰기 때문에 분노는 두 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모두 해고해버린 정리해고 결정은 이제는 루카스아츠라는 이름의 게임을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을 팬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디즈니가 새로운 스타워즈 에피소드를 제작하더라도 그 게임은 더는 루카스아츠의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기존의 스타워즈 시리즈 중 외부 개발사의 손을 거친 것들도 상당합니다. 다만 루카스아츠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극명하며, 디즈니 인터랙티브가 손을 댄 스타워즈에 이미 반감을 품은 소비자들을 달랠 수 있을만한 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디즈니는 위험 요소를 최소화한 것일까요? 아니면 위험 요소를 만들어 낸 것일까요?




아쉬움



 필자는 디즈니의 결정이 매우 아쉽습니다. 반대로 루카스아츠의 매력을 살려 자사와 융합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 최소한 개발 중이던 게임을 출시는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신작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된 게임 팬으로서의 한탄이 아니라 40년의 역사 속에 추억 일부를 끼워 넣은 한 사람의 순수한 아쉬움인 겁니다.

 디즈니가 굳이 루카스아츠를 폐쇄하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스타워즈 게임의 개발도 라이센스를 가지고 계속 진행할 것이며, 단편적으로 보면 디즈니 인터랙티브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망한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임을 못 만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새로운 도전과 게임 창작의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루카스아츠를 디즈니 인터랙티브가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디즈니의 이런 충격적인 결정은 이후 계속해서 거론되며 성공이었는지 실패였는지 회자 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게임 시장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루카스아츠에 필자는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디즈니의 결정이 실패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그들의 결정이 게임 역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디즈니의 태도는 거만하기 짝이 없으며, 위험 요소를 걸러낸 것이 아닌 위험 요소를 들여놓았다는 사실을 디즈니가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나마 남은 스타워즈 에피소드가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작품이 되어 돌아올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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