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공장을 세우지 않더라도 협력을 통해 개발하거나 소규모로 연구를 실행하는 예도 종종 나타나는데, '잘나가는 IT 기업은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다.'는 듯이 잦아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사의 경쟁력을 확고히 할 하드웨어를 통한 플랫폼 확장도 고민 대상이 된 것이죠.
에버노트, 어떤 하드웨어를 만들까?
밸브를 봅시다. 게임이나 만들 것 같던 이 회사는 얼마 전부터 콘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탈 윈도우를 꿈꾸며, 게임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에 많은 소비자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이지만, 하드웨어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넥서스 시리즈나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구글 글래스도 있군요.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홈이라는 런처와 함께 HTC와 협력한 퍼스트라는 스마트폰을 얼마 전 공개했습니다. 비슷하기도 하고 각기 다르기도 하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시각이 예전과 달라진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필 리빈
에버노트 CEO 필 리빈(Phil Libin)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뉴 이코노미 서밋(New Economy Summit)에서 IDG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제조사가 될 생각은 아니지만, 공동 설계로 전용 기기를 만들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5년 후에는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하드웨어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새롭고 마법 같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는데, 몇 년은 기다려야겠지만, 에버노트가 하드웨어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이미 에버노트는 제조사들과 협력해 노트 기능과 아카이빙을 활용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스캐너부터 프린터, 메모용 태블릿, 혈압계, 체중계 등 카테고리가 한정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CES 2013에 공개 된 삼성의 냉장고인 T9000에도 에버노트가 탑재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었습니다. 메모와 아카이빙을 앞세운 에버노트의 하드웨어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전용 기기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는 흥미를 끌만합니다. 어떤 제품이 될까요? 스마트폰? 태블릿?
하드웨어
3~5년 뒤라고 얘기한 것으로 보아 아직 어떤 형태의 제품을 만들 것인지 구체적으로 구상한 단계는 아닐 겁니다. 스마트폰이 단기간에 이렇게 발전한 것만 보더라도 3~5년 뒤의 발전 정도가 어느 단계에 서 있을지 예상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에버노트도 형태만큼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두진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하드웨어가 나와야 한다는 정도는 생각하고 있겠죠.
에버노트의 하드웨어 전략은 다른 업체들보다 조금 특별합니다. 구글은 자사의 서비스를 위주로 컨텐츠를 내세웠고, 아마존은 자신들의 강점인 컨텐츠를 고스란히 태블릿에 옮겼습니다. 그와 달리 에버노트는 메모와 아카이빙이 주력입니다. 원래 컨텐츠 비즈니스를 하던 업체가 아니라 아카이빙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하나의 두꺼운 노트를 만드는 것이 주요 모델입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제품에 에버노트를 심어두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이 컨셉을 어떻게 하드웨어에 담아낼 수 있을까요?
에버노트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8가지나 되는군요. 굳이 풀어보자면 Evernote Hello는 연락처입니다. 세련된 연락처죠. 음식을 기록하기 위한 Evernote Food? 푸드 플레이스 서비스입니다. Evernote Clearly와 Evernote Web Clipper이 브라우저에 탑재된다면 색다른 웹브라우징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Skitch는 S메모와 비슷한 간편 메모 기능이 될 수 있고, Penultimate는 멋진 수기 프로그램입니다. 그리도 모두 에버노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들어간 하드웨어가 상상이 되시나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가 항상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공유하거나 인쇄하거나 업무에 활용하거나, 일상에 자연스럽게 기록이라는 행위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에버노트가 원하는 하드웨어일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태블릿의 형태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이 되었든 에버노트의 아카이빙 시스템이 동작하여 기록할 것을 유발하는 하드웨어 말입니다. 'Sky WIFI Smartpen'라는 제품을 봅시다. 이 제품은 그냥 일반 잉크 펜모양을 하고 있지만, 종이에 필기하거나 녹음하면 에버노트와 동기화하여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그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작성했던 순서를 되돌려 볼 수도 있으며,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펜의 형태를 띠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쓰지 않더라도 기록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인데, 이런 형식으로 어느 상황에서의 기록이든 아카이빙 플랫폼에 엮어내려 할 것입니다.
에버노트
생각해보면 우리는 기록의 연속 속에 살고 있습니다. 딱히 에버노트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거나 페이스북에 포스팅하거나 가계부를 쓰는 것조차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영역을 플랫폼으로 지닌 에버노트는 가장 강력한 인간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컨텐츠 마켓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음악 서비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누구처럼 소셜 서비스를 하지도 않지만, 기록이라는 영역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담고 있기에 필 리빈의 말처럼 마법 같은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을 에버노트는 놓쳐선 안 됩니다. 얼마 전 에버노트 해킹 사건을 생각해봅시다. 애버노트는 아카이빙 플랫폼을 자사의 계정에 묶어두려 하겠지만, 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기록 영역을 다른 플랫폼들에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에버노트에 집중시키려 하므로 보안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올 우려가 있습니다. 필 리빈은 이중 보안 체계 등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수년 뒤 하드웨어가 나올 시점에선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클라우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에버노트는 오프라인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선 연 $45를 지불해야 합니다. 클라우드가 아카이빙에 있어 절대적인 안정성을 보장해주진 않기 때문에 프리미엄에서 오프라인 노트북을 불러오는 비용을 제외해야 할 것이고, 하드웨어 스토리지에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노트북을 위해 결제한 사용자들을 하드웨어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고, 수익이 일정 상쇄할 수 있어야 하드웨어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받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클라우드만 사용하기에는 사용자들이 에버노트의 의도인 기록 활동에 얼마나 적극 참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지기에 하드웨어의 컨셉이나 성능이 비즈니스 문제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수년이라곤 했지만, 에버노트는 계속해서 제조사들과 협력하여 하드웨어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만족할만한 에버노트를 통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으려 하겠죠. 그것이 필 리빈이 말한 준비일 것이며, 에버노트가 어떤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해낼지 기대해봅니다.
반갑습니다, 후드래빗입니다.
후드래빗 독자들을 대상으로 BYOD(Bring Your Own Device)와 관련해 리서치를 진행하고자 공지를 띄워봅니다.
업무에 자신의 기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그럴 예정, 혹은 회사에 특별한 BYOD 정책이 있거나 MDM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편의나 불편한 점, 자유로운 생각 등 BYOD에 대해 마음껏 의견을 주시면, 의견들을 모아모아 BYOD와 관련해서 다양한 분석을 해보고자 합니다.
후드래빗 역사상 처음있는 리서치라 두근거리기도 하고 미흡할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는 시도라 생각하고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길 바래봅니다 ;ㅅ ; ....()
조사양식은 아래 링크에 접속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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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참여하기 : http://go9.co/jK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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