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CS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년입니다. 여전히 가장 강력한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제품군이고, 최신 버전인 CS6까지 출시되었습니다. 사진을 수정했다는 말이 '포샵'이 되었을 만큼 국내에서 CS 제품군 중 하나인 포토샵의 인지도는 높습니다. 하지만 CS로 불리던 이 패키지에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입니다. 어도비는 클라우드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로 체제 전환 이룰까?
클라우드가 유행하니 클라우드로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도비의 제안은 파격적입니다. 전면적인 클라우드 기반을 구축하여 CS6에서 선보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이는 오토데스크나 다쏘, 마이크로소프트, 라이나서러스 등의 경쟁 업체 중에도 클라우드를 포함하는 업체들이 생기고 있지만, 어도비와 같이 전면에 적극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완전히 기존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체제 전환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CS6부터 포함된 어도비의 클라우드 패키지입니다. 어도비는 MAX 2013에서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S) 이후 온라인 구독 서비스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CS6에 포함되었던 구독 서비스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CS를 이어 제공된다는 것이며, 명칭도 CC로 변경됩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6월 17일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현재 어도비는 50만 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하였고, 여기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면적인 클라우드 체제를 갖춘 기업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도비 제품 마케팅 선임 이사인 Scott Morris는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집중할 것이며, 이 결정은 CS로 체제 전환을 했을 때보다 더 큰 결정이다'며, 클라우드 체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CC는 1년 회원제로 한 달간 $44.99의 구독료가 발생하며, CS3~CS5.5 사용자는 교육 할인처럼 한 달 구독료는 $22.99로 할인해 줍니다. 또는 한가지 소프트웨어만 사용할 때 매달 $19.99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체 사용을 신청하면 사용자당 $69.99지만, 100GB의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협업 기능 등 강력한 기능이 제공됩니다. CS6 마스터콜렉션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한 달 구독료를 지불한다 하더라도 매우 저렴하며, 클라우드 업데이트를 통한 지속적인 최신 버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사용자에게 있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체제 전환
클라우드 기반으로 간다고 하지만 완전히 온라인상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패키지 제품을 판매하지 않을 뿐이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고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씩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며, 구독료도 함께 지불해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정액제를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한국저작권협회(SPC)의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온라인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중 두 번째로 많이 복제된 것이 포토샵이었습니다. 기존 패키지 방식으로는 인증 시스템이 있어도 막을 방도가 없었고, 최신 버전인 CS6조차 불법복제에 노출된 상태에서 전면적인 클라우드 체제는 방지하는 방법으로 가장 적절합니다. 패키지의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어도비 계정에 구독료를 지불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모든 제품은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한 번의 인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달마다 진행되니 어느 정도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CC가 불법복제 방지책으로만 유용한 것은 아닙니다. 클라우드의 가장 큰 매력은 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CC를 통한 클라우드 협업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CC의 특징이 적은 비용으로 모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부서마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이용해 기본 디자인부터 승인, 출판까지 다이렉트로 진행할 수 있게 합니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어도비가 웹 서비스와 다양한 모바일 앱을 구축해놓고 있는데,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재택근무를 통해 작업물을 어도비 커넥터로 기획자에게 보여주고 이를 클라우드로 다른 부서에 넘기거나 회사 밖에서 아이폰으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짜놓고 이를 디자이너에게 전송한 뒤 사무실에 오면 개요 결과물을 PC에서 바로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방식의 협업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용을 할 것입니다. 적어도 시간과 비용 절약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어도비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특정 가격에 팔고, 또 새로운 버전을 파는 식의 단편적인 사업 모델이 아니라 클라우드를 통해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거기서 크리에이티브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이어지는 사업 모델을 CC로 구현해냈습니다. 이는 어도비의 새로운 체제 전환 플랜이며, 향후 10년 이상 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클라우드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도비
하지만 이런 체제 전환이 한순간에 일어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먼저 사내 부서들이 클라우드의 개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컨슈머라이제이션이 갖춰졌을 때 CC의 장점을 살려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내 구조가 자리잡혀 있지 않다면 굳이 한 달 구독료를 내는 것보다 기존 CS를 그대로 사용하는 회사도 적지 않을 것이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정부기관이나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규모의 대기업은 클라우드로 인한 보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구 버전을 사용하면서 어도비가 어떤 식의 대책을 내놓을지만 주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도비는 확실히 오랜 준비기간과 절제 된 라인 확장, 그리고 웹과 모바일 서비스 강화로 완벽한 크리에이티브 제품군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사용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당분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어도비에 대한 이목이 집중될 것입니다.
어도비가 기존 CS 생태계 이상의 성과를 CC를 통해 보여준다면, 체제 전환에 완벽히 성공한 것일 테고,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면 한동안은 끄떡없는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이 될 것입니다. 누구보다 앞서 나간다는 점이 중요하며, 클라우드가 본격적으로 도입 될 신호탄의 기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얼마나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이때까지 준비한 것들이 조화를 이뤄낸다면 클라우드에 대한 불식을 잠재우며 전반적인 크리에이티브 시장에 영향을 주는 체제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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