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단순히 가격만 높은 것이 아니라 일반 제품에서 느낄 수 없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만족감을 주는 고급 제품 말입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기 마련이고,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고급 제품들은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고급 이어폰, 소형 앰프, 고급 휴대용 스피커 등 포터블 추세로 따라가고 있죠. 그리고 '아스텔앤컨'이 있습니다.
아이리버, 고급화 전략의 방향은?
아스텔앤컨 AK100은 아이리버가 야심차게 출시한 '고급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로 심플한 디자인에 울프슨 WM8740를 탑재해 작년에 출시되었습니다. MQS 플레이어로 불리며, 음악 마니아들을 많은 관심을 받았죠. 고음질 음원 판매 사이트가 늘고 고급 이어폰의 수요도 늘었지만, 마땅한 플레이어가 없던 마당에 등장한 아스텔앤컨은 단비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AK120
아이리버는 지난 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하이파이(Hi-Fi) 오디오 전시회인 'High EndR2013'에서 AK100의 후속 제품인 'AK120'을 공개했습니다. 2개의 DAC를 좌우 채널별로 각각 구성하고, 앰프도 둘로 분리하여 더욱 현장감 있는 음악 감상이 가능합니다. AK100보다 조금 커진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클래식과 같은 실황 음반 감상을 위한 갭리스 기능을 탑재하여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메모리는 최대 192GB까지 확장이 가능해 용량이 높은 MQS 파일을 넉넉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140만원입니다.
박일환 아이리버 대표는 '아스텔앤컨은 아이리버 비즈니스 중 가장 핵심적인 제품'이라며,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아스텔앤컨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아이리버의 새로운 글로벌 도약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고가의 제품이지만, AK100은 69만원의 가격으로 2개월 만에 15,000대를 판매하여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보여 가능성을 증명해보였습니다.
어떤 음원을 어떻게 얼마나 잘, 이런건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스텔앤컨이 기존의 MP3플레이어에 염증을 느낀 고급 음향 기기 사용자들이라면 제품 자체만으로 살만한 가치를 얻기 때문에 그 성능 자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좋아졌으니까요. 다만, 아이리버의 고급화 전략의 방향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급화 전략
아스텔앤컨은 분명 좋은 제품인만큼 그만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AK120은 무려 14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AK100보다 2배가 비싸졌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가격이 비싸더라도 나오는 반응은 매한가지입니다. '뭐가 저리 비싸?!?'보다는 '140만원의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제품인가?'에 쏠려있다는 것이죠. '비싸니까 고급 제품이다'가 아니라 '고급 제품이니까 비싸다'로 말입니다.
이는 첫 제품인 AK100의 덕이 컸던 것인데, 다른 것보다 기존 MP3플레이어와 완전 다른 포지셔닝을 보였기 때문에 이미 거기서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소비자들에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고, 가격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 후속작인 AK120은 그 두배의 가격인 140만원입니다. 그럼에도 기존 제품보다 향상되었다는 점을 파고 들기 때문에 역시나 '너무 비싸다'보다는 '훨씬 더 좋아졌구나'의 반응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당연히 AK100의 성능보다 더 높은 성능을 바라는 소비자 입장에선 140만원의 가격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리버 계속 이런 식의 고급화 전략만 구사하면 되는 것일까?'
아스텔앤컨의 제품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스텔앤컨이 아무리 고급스러운 기기라고 할지라도 가격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고급 제품이 아니라 비싼 제품으로 전락해버린다는 겁니다. 기존 AK100은 분명 좋은 포지셔닝의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버벅이는 문제와 반응 문제, 그리고 몇가지 편의 기능에 대한 문제가 계속 지적되었습니다.
많은 양의 음원을 넣더라도 버벅여서는 안되며, 음원을 동기화 하는 방법을 좀 더 간결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음원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지만, 음원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따로 정리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지문 문제나 볼륨 휠의 내구성이 강화 될 필요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원의 확보입니다. 아이리버의 MQS 음원 제공 서비스인 그루버스에 음원이 처음보단 늘어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부족한 음원에 한정적인 음원만을 감상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용자마다 다르겠지만, 아스텔앤컨은 완전히 감상용으로만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선 치명적이며 아이리버에게 가장 큰 문제는 굳이 그루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MQS 음원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겁니다.
모두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고, AK100이 기존 MP3플레이어와의 차이를 벌리면서 고급화에 성공했다면, 이제부터는 전작을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당연합니다. 음악을 듣는 것 외의 부가적인 부분들을 통해 아스텐앤컨이라는 MQS 플레이어의 구입해야 하는지 특별해져야 합니다. 아스텔앤컨만의 생태계와 이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킬만한 플랫폼화가 필요하며, 거기서 브랜딩이 이뤄져 갈 수 있어야 확실한 '고급 제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MQS 플레이어
아이리버의 초기 시장 진입이 매우 수월했지만, 오딘스트 등의 경쟁사들이 좀 더 확장적이고 강력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진입 이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고, 아스텔앤컨이 경쟁사들과 달리 휴대용 거치 방식이 아니라 MP3플레이어와 같은 느낌을 주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 장점을 살려 아스텔앤컨만의 브랜딩을 확고히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그것이 아이리버의 고급화 전략 방향이 되어야 하며, 가격은 둘째 문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필자는 AK120이 기존 AK100의 문제를 충분히 개선한 제품이 되길 바라며, 아이리버가 고급 음향 기기 회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아니, 그것만이 아이리버가 현재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블랙박스니 PC니 스마트폰 따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플랜입니다.
아이리버는 고급화 전략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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