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폰 같은 롤러코스트 스타트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시간에 이런 굴곡을 넘나드는 기업은 흔치 않은데, 그만큼 그루폰이 유행이라는 파도를 직접 몸으로 맞은 기업이라는 뜻입니다. 그루폰이 설립된지 5년이 되었고, 5년만에 창업주이자 CEO, 그리고 CFO였던 앤드류 메이슨은 경질 당합니다. 도저히 회사가 이런 상태로 안정적인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루폰의 앤드류 메이슨, 새 스타트업을 꿈꾸다
지난 3월, 메이슨은 경질되었습니다. 후임을 찾을 때까지 에릭 레프코프스키 회장과 테드 레온시스 부회장이 CEO 임무를 대행하며, 창립자인 메이슨을 쫓아낸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메이슨의 해고가 확정된 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나 급등했습니다. 메이슨의 경영 문제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러자 메이슨은 아예 다른 스타트업을 차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 스타트업
Business Journals는 앤드류 메이슨이 Y Combinator와 접촉해 새 스타트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메이슨은 자신의 블로그에 '그루폰은 떠나야 한다면,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동시에 얻는 것'이라며, 그루폰에 미련이 없음을 전했습니다. 이어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아이디어로 수주잔량을 축적했다. 가을에 새 회사로 전환 할 것'이라며 오랜시간 새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왔음을 밝혔습니다.
그는 얼마 전, 젋은 직장인이 들으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동기 부여가 되는 음악 7곡을 담은 앨범을 녹음하여 아이튠즈에 등록했습니다. '가수가 될 생각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애초 메이슨은 컴퓨터를 전공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전공했으며, 이후 웹디자인을 배운 뒤 IT 스타트업에 뛰어든 인물입니다. 아직 그는 그루폰에 남아있는 상태이지만, 그루폰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자신이 전공했던 음악이나 만들며 새로운 사업에 대한 생각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올해 3분기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할 계획입니다.
그루폰
앤드류 메이슨은 훌륭한 아이디어로 그루폰을 창립하긴 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CEO로 그루폰을 구겨버렸습니다. 그루폰은 2008년에 창립하였지만, 2년 반만에 IPO를 신청했습니다. 급성장한 그루폰은 43개국에 7,000명의 직원과 8,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겁이 날 것이 없었죠. 그루폰을 모방한 수많은 경쟁자들이 등장했지만, 그루폰은 발빠른 해외 진출로 대응하며 투자시장에서도 블루칩으로 떠올랐습니다. '포스트 월마트'로 불리기도 했으니, 그루폰이 당시 얼만큼의 기대를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경영학을 공부한 적도 없었고, IPO 이후에도 막대한 투자금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투자자 관리는 커녕, CFO 자리에 있으면서 회계 기록도 제대로 하지 않았죠. 소셜커머스가 거품이 빠지기 전에 그루폰 자체에 문제가 많았던 겁니다. 그리고 IPO 3개월이 되기 전에 경질당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앤드류 메이슨이 문제였는지, 그루폰의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였는지로 논쟁하고 있지만, 그루폰은 둘째치고 메이슨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명확합니다.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애송이도 선도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다면서 메이슨을 조롱하기도 했으니, 메이슨 자체의 경영자로서의 문제점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 메이슨이 새로운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루폰으로 운좋게 대박을 터뜨린 메이슨이 사기 IPO로 모은 돈을 날려먹으러 작정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메이슨은 성공이란 멋진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능력으로 실패도 맛본 인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보다는 자신의 원래 전공이었던 음악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편이 나아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고, 이전의 성공은 과감하게 내던졌습니다. 그의 그런 도전적 모습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앤드류 메이슨
하지만 그런 도전을 뒷받침 하려면 먼저 리더로서의 자질을 먼저 갖추는 것부터 이뤄야 할 것입니다. 메이슨은 분명 창의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하는 활동들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고, 그 때문에 음악을 전공했는지 모릅니다. 메이슨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자질입니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가능하다?' 그것은 이처럼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기 전의 일입니다. 경쟁 업체들은 더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투자자들은 굉장히 유동적입니다. 그리고 거대 기업들의 인수전이 치열한 가운데 CEO의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으며, 그에 걸맞은 경영 지식과 결단력과 회사의 이미지라는 인식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메이슨이 그걸 알았다면 전체회의에서 맥주를 마시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며, IPO를 하기보다 구글이 손을 내밀었을 때 그루폰에 팔아치웠으면 진작 스타트업 신화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메이슨의 새 스타트업은 그가 그루폰에 보였던 실패를 딛고 리더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될겁니다. 메이슨이 자신이 그루폰에서의 문제점을 깨닫고 있다면 이번엔 적어도 경질 당하진 않을 것이고, 최악의 CEO라는 오명도 씻어낼 수 있습니다. 메이슨에게 새 스타트업은 그런 도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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