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 받는 시대입니다. 프레젠테이션 능력이란, 청중들을 휘어잡고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과거에는 광고 분야에서나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나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을 볼 수 있고, 청중의 마음을 매료시킨 프레젠테이션은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프레지의 한국 지사 설립을 환영하며
다만, 프레젠테이션 '기술'이라고 얘길하면 어떤 템플릿을 사용해야하고 어떤 레이아웃이 필요하고, 폰트는 어떤 식으로, 색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등을 배우고 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련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항상 빼먹는 것이 청중에 향한 스피치와 동작, 단순히 그림만 휘휘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의미를 확실하게 집어넣어 전달하는 것 전체가 프레젠테이션을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프레지 한국 지사
클라우드 기반 프레젠테이션 툴 소프트웨어 '프레지'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피터 알바이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3(SDF 2013)에 참석하였습니다. '창조적 사고와 아이디어 경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알바이는 기자간담회에서 '100만명의 한국 가입자 확보를 앞두고 있으며, 아시아 최초로 서울 사무소를 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프레지는 '한국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iOS용 한국어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면서 국내 사용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바 있는데, 이번 한국 지사 설립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프레지(Prezi)는 스토리텔링 툴로 불리기도 하는데, 기존 파워포인트나 키노트처럼 이미지를 끊어서 전달하는 것과 달리 줌인/줌아웃을 통해 한 캔버스에서 다양한 내용을 연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많은 스토리텔러들이 사용하고 있는 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걸까?'의 궁금증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프레지는 이미지의 배치와 패스(Path)의 순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내용을 완전히 다른 내용처럼 보일 수 있도록 합니다. 즉, 발표자의 재량이 매우 중요하며, 그 다음이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는 부분이 뒤따라 오는 것입니다. 세련된 탬플릿의 프레젠테이션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전달할지를 먼저 생각한 뒤 그 생각을 세련되게 보이게 하는 기본적은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프레지를 잘 담고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오래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공모전 참가했고, 제출 서류에 ppt 항목이 있었습니다. 키노트를 사용하고 있었던지라 'ppt로 보내드릴 순 있는데, 100% 호환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더니 주최 측에서는 그래도 ppt로 제출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키노트 하나 때문에 주최 측에 맥을 구매하라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고, 주최 측의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ppt와 함께 PDF도 함께 만들어 최대한 원본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서류는 통과했는데 그 다음 문제가 발생합니다. '발표를 제 맥북을 이용해 키노트를 하면 안되겠느냐?'고 문의했더니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안된다는 겁니다. '내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탁월한 툴이 키노트이고, 내 컴퓨터를 사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다른 참가자와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어떻게보면 호환성 문제에 대해 제가 억지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름 억지였죠. 다만, 돌아왔던 대답이 썩 좋은 대답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건 키노트를 사용하건 무엇이 되었든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려는 사람이 청중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적어도 90%이상은 확실히 전달해야 하고 그 전달 방식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다른 참가자들과의 균형, 그러니까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때 프로그램의 차이로 인해 다른 참가자들과 벌어질 수 있으니 규정해둔 것만을 사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애초 ppt를 제출하라는 것에서부터 고집을 피운 건 인정하지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ppt로 새로 작성해 진행했지만, 썩 제 마음에 들지도 제가 생각했던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도 아쉬움만 남겼죠.
프레지
프레지의 한국 지사 설립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환영하는 바입니다. 사실 파워포인트와 키노트를 많이 비교하긴 하지만 그 차이가 굉장히 뚜렷하진 않습니다. 보통 파워포인트를 호환성을, 키노트는 간결함을 이야기 하곤 하는데, 프레지는 줌인/줌아웃이라는 확실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발표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내용을 전달하기 적합한 툴을 찾아 낼 선택지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프레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프레지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다면 프레제이션 툴이 먼저가 아니라 말하려는 사람이 먼저가 되는 프레젠테이션 환경을 구축하기가 매우 수월해집니다.
필자는 프레지가 국내 프레젠테이션 문화를 바꾸어 그냥 ppt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주가 되고 툴은 그것을 보조하는 수단이 되는 본질적인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프레지가 한국 지사를 설립한다는 얘기가 돌자 많은 사람들이 '프레지가 어떻네 저렇네'라며,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어떤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마치 전체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주도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어떤 툴을 사용하든 어떻게 활용하고 전달할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소프트웨어의 우위점만을 비교하고 늘어진 것입니다. 정형화 된 프레젠테이션 방식이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그리고 그런 전달 방식을 저해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아무리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을 보더라도 또 지루해질 뿐이겠죠.
프레지는 사용자가 어떤 생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프레지 사용자가 늘어나 좋은 결과물들을 많이 배출해낸다면, 파워포인트에 집중된 기술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에 집중된 기술을 이야기 하고, 허용할 수 있는 문화가 발전해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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