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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종이책과 전자책 사이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지만, 지금처럼 이북리더와 태블릿의 발달로 좀 더 체계적인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전자책은 편리함을 겸하고 있으며 빠르게 종이책을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종이책과 전자책의 간극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사이


 어느 쪽이 우수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둘의 장단점이 있으니 각자의 성향에 따라 구매하세요'를 읊조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 간극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으며, 적어도 필자는 최근 들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굳이 앞서서 설명하자면 비용에 대한 문제지만, 아깝기 때문이 아니라 과연 이것이 언젠가 좁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필자는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열렬한 지지자며, 이들이 남긴 인류의 유산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에 당연한 듯 가게 되었었죠. 사진전을 둘러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었지만, 막판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토존과 이벤트 응모까지 마치고 세계지도를 나눠주는 코너에서 정기 구독 응모에 붙잡힌 겁니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을 구독해왔었는데, 아이패드를 구매하면서 이를 전자책으로 돌려놓았었습니다. 정기 구독 의향을 묻는 직원에 '나는 이미 아이패드로 구독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설명했더니 이 직원이 '종이책은 전자책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서 종이책의 장점을 나열하며 전자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얘기하는 겁니다. 반대로 필자는 왜 전자책으로 구독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며 따로 정기 구독을 하지 않겠다고 맞섰습니다.

 전자책을 부정해서였다기 보다는 정기 구독을 강요하는 듯 보여 구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보든 존중해달라는 의사가 강했기 때문에 맞섰던 것이었고,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와 각 장단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구독 요청의 강요에 뿔이 났던 거죠.


 그럼에도 그 직원의 말이 틀렸던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필자가 '구겨짐 없이 고화질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자 롤페이퍼를 펼치며 '이렇게 길게 한눈에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더군요. 스크롤링을 통해 보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하자 '그럼 '책장에 꽂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보관에는 전자책이 더 용이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가격과 구독 편의에 있어 전자책이 더 편리하지 않으냐'고 질문하자 '특전이 제공되지 않아 재미를 느낄 수도 없다'고 말하더군요. 눈의 피곤함 정도나 디바이스의 보관, 데이터로서의 소멸, 종이의 내구성 등 온갖 내용이 오고 갔습니다.




간극



 마치 초등학생 둘이 유치하게 싸우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필자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 다른 인물을 통해 격돌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직원으로선 정기 구독을 따내기 위해 종이책을 변호했던 것이었겠죠. 하지만 그것이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필자는 이 때문에 종이책과 전자책을 두 번 구매하는 수고를 합니다. 앞서 얘기했던 '비용문제'말입니다. 둘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선택한 방법인데, 문제는 비용은 2배로 들면서 좁혀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동시에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전에는 종이책을 두 권사서 하나는 보관해두고 하나는 찢어지더라도 막 읽는 쪽을 택했었기 때문에 인스턴트로 볼 수 있는 전자책이 종이책 한 권을 대체하긴 했지만, 종이책의 장점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몇몇 기술적인 부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면 종이의 장점을 포함할 수 있다거나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화면이 휘어지더라도 종이책처럼 서재에 넣을 책을 몇 부나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태블릿과 같은 전자책 형태인데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일까요. 차라리 찢어지지도 불에 타지도 물에 젖지도 변색하지도 않는 종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이상적일 겁니다. 그렇다면 또 전자책의 편의는 져버려야 하겠죠.




고민


 필자는 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이 간극이 결국에는 좁혀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좁혀질 수 있을까에 의문만을 던집니다. 종이책의 느낌도 전자책의 편리함도 어느 한 쪽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한가지가 이를 완전히 수용할 수 없는 사이에 있어 양쪽이 각기 발전하는 형태는 생각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둘을 한번에 수용하는 방법을 존재하게 하는 것은 마치 마법 세계를 이야기하는 수준이 되어야 할 테니까요. 책장에서 꺼낸 책들이 합쳐져서 전자책 디바이스가 되고, 이것이 다시 종이책이 되어 읽을 수 있는 정도의 공상 수준은 되어야 할테니까요. 이런 상상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기술과 상상력이 해결할 수 없는 이 고민이 요즘 제 마음에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