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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IT블로거가 기술 이야기를 하면서...

 IT블로거, 신문사에 글을 송고 할 땐 IT칼럼니스트, 토론을 할 때는 IT논객, 강연 땐 IT 연사, 뭐든 좋습니다. 어쨋든 필자는 기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그런 위치에서 활동해왔습니다. 그 중심인 '후드래빗의 맥갤러리'는 발행한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을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장벽이 존재합니다. 아니, 필자는 그 장벽을 낮추는 데 힘을 썼다고 생각하지만 벽 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여전한 겁니다.




IT블로거가 기술 이야기를 하면서...


 맥겔러리를 오랫동안 구독하셨던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사실 필자는 기술의 정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크게 없습니다. 대부분 일반 대중들을 독자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가볍게 쓰는 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사람들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달하고 소통하고 누구나 읽어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다소 전문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고, 성에 차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민



 이미 페이스북의 후드래빗 페이지를 통해 전달 받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필자는 열흘 전 6개월 간 활동했던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비석세스의 기고단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기고라고 해봐야 요즘 할 일이 많아 뜸했었는데 비석세스 쪽에서 블로그에 올라온 글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며 가져가도록 하는 식으로 진행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비석세스의 독자층과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현업종사자들이 몰려있다보니 좀 더 전문성이 풍부하고 기술 집약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반면 필자의 글은 부정적인 의견들에 부딪혀야 했던 것이죠.

 필자의 글이 완벽한데 독자들이 이를 안받아들인다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부족한 내용도 있고 수많은 오탈자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다만, 여지에 대한 소통은 없고 기술 이론에 대한 탁상공론만 내세우며 '네 이야기를 틀렸어'라고 어깨를 으쓱하는 반응들에 질린 겁니다. 아니, 정확히 '틀린'이야기라면 고개 숙이고 들어가겠습니다만, 기술 우위에 대한 정점과 자신의 기술에 대한 지식이 완벽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성에 차지 않는다고 객관성을 따지고 드려는 그것에 질렸다는 겁니다. 기술 낙관론자들 말입니다. 도대체 각기 다른 사람들을 객관성을 따지고 들어서 어떻게 나열해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기술의 우위점이야 수치상 판별을 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이해를 해야한다고만 생각할 뿐 인정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석세스에서 빠지겠다고 얘기했을 때도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차라리 비석세스 독자층들이 만족할만한 기술 얘기를 따로 써나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원해 추구했던 대중들과의 기술 얘기를 통한 소통을 먼저 생각할 것인가 말입니다.






 먼저 어떤 반응들이었나에 대해서부터 얘기하자면, 지난번 작성 '카카오 게임을 왜 카카오가 관리해야 하냐고?'와 같은 의견들 말입니다. 덕분에 비석세스를 나오게 되었지만, 딱히 그런 반응들이 비석세스에서만 일어났던 건 아닙니다.

 위 사진은 4월 17일에 작성한 '구글 글래스가 실패할 3가지 이유'의 다음뷰 메세지에 올라왔던 내용입니다. 내용 자체가 얼마나 기술 우위의 낙관적인 형태이며, 자신이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데 넌 모르지 않으냐며 깔보는 형태인지 한눈에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증강현실을 몰라서 그럴까요? 저 의견대로라면 만약 구글글래스가 쫄딱 망했을 경우 '사람들이 구글글래스의 위대함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준입니다. 사람이 소비하는 재화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우위에서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 믿는, 아니,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런 형태가 필자가 기술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가장 큰 벽입니다.


 상상력이 기술로 구현되면 마치 그것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문인 것처럼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반응이야 말로 필자가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대중들과 함께 기술적 교감을 통해 기술이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취지 자체에 벽을 둔다는 겁니다.

 '난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점을 이해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아니 왜, 모두가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있다거나 이해할 수 있다거나 이해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는 겁니까? 오히려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벽을 쌓아서는 안되며, 인정을 하고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만이 기술점을 폭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마치 제대로 이야기 해주지도 않고서는 모른다며 깔보는 건 뭐란 말입니까?


 그 벽 아래에 있는 수 많은 사람과 벽을 쌓아두고 아래를 지켜보려는 사람... 거기서 무슨 인문학적 기술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까요? 애초 필자가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기술 용어만 줄줄이 나열하여 긱들만이 만족할 수 있는 열린 이야기가 아닌 닫힌 이야기만 하고 있었을 겁니다.




후드래빗




 필자는 필자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던 목적을 잊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단단해졌습니다.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의견을 듣고, 그리고 거기서 대중들이 생각하는 기술의 방향과 생각에 더 다가가면서 제 글의 목적도 뚜렷해졌고, 전달하려는 의지도 강해졌습니다.

 '긱들만이 기술을 논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삼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기술에 접근하고 기술 소비자로써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며, 그것이 인문학적 기술 가치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

 얼마전부터 강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웹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리허설을 하다 호되게 당했습니다. 리허설 도중 듣던 분이 치고 들어오시더니 '웹이 뭐에요?'라고 질문을 던진 겁니다. 기술 이야기를 항상 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웹이라는 개념이 그리 낮설지 않지만, 그 외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어려워하고 있다는 겁니다. 필자는 내용에 전문용어를 쓴 것이 크게 없었습니다만, 웹이라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의 용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을 찾아내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떤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분명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의 기술 이야기가 기술낙관론자들에게 크게 호응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항상 기술을 최고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람이 받아들였을 때, 그리고 그 사람이란 기술 접근성이 그리 높지 않은 일반 대중들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벽이 더 높아지는 것을 막아서고 대중들이 기술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허브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제 신념을 믿고 앞으로도 기술 이야기를 꾸준히 해보려 합니다.

 그것이 후드래빗이 추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되었을 때 좀 더 나은 기술 발전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