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MS

Xbox ONE, 왜 산으로 보냈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비단 사람이 많아서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것을 한 번에 해내려 하면 원래 설정해둔 방향을 상실하여 산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동서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몸을 가를 수 없는 노릇이니 한 마리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 마땅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욕심을 덜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Xbox ONE, 왜 산으로 보냈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차세대 Xbox인 'Xbox ONE'을 선보였습니다. 소니가 이미 본체를 상실한 플레이스테이션 4(PS4)를 공개했기 때문에 새로운 콘솔을 구매할 소비자들의 이 둘을 비교하기 위해 잔뜩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Xbox ONE은 썩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Xbox ONE



  MS는 20일(현지시각), 이벤트를 열어 'Xbox ONE'을 공개했습니다. AMD 8코어 프로세서와 향상된 GPU, 8GB 메모리, 500GB HDD, Blu-ray, HDMI, USB 3.0 등을 탑재하였으며, 1080p와 4K를 지원합니다. 키넥트(Kinect)가 번들로 제공되며, 250,000 pixel 적외선 센서와 720p 웹캠을 장착해 이전 세대보다 성능이 올랐습니다.

 셋톱박스로 라이브 TV를 시청할 수 있으며, 웹캠으로 스카이프를 이용해 영상 통화가 가능합니다. 스카이프의 그룹 채팅을 이용하면 친구들과 음성으로 대화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글래스 기능으로 Xbox ONE의 화면을 다른 제품에서 볼 수 있도록 하며, 대부분 플랫폼에서 동작하도록 했습니다. 음성인식과 키넥트의 동작인식이 대폭 상향되어 대부분의 조작을 음성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사용자의 신체 변화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하여 좀 더 실감 나는 경험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5', '퀀텀 블레이드', '피파14' 등을 독점 제공하며, Xbox의 대작 타이틀인 헤일로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TV 시리즈로 제작해 Xbox ONE에 독점 제공할 예정입니다.


 기기 자체로만 보자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성능은 향상되었고, 흥미로운 타이틀도 공개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먼저 경쟁 제품인 PS4에 비해 사양이 떨어집니다. PS4의 본체가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 소니가 공개한 사양이 들어맞을지 알 수 없지만, 공개된 사항만 보자면 PS4가 Xbox ONE을 꺾었습니다. 이 부분은 MS도 인정했기 때문에 기기 성능이 떨어진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Xbox ONE을 '콘솔 게임기'보다는 '홈엔터테인먼트 기기'에 중점을 뒀다는 것입니다. 전작인 Xbox 360도 그런 성격을 띠었지만, ONE은 아예 방향을 가족과 함께하는 거실 중심의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제품이 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되었던 바이기 때문에 놀랍진 않습니다. 다만, 거실 중심의 제품이 된 것은 좋지만, 그것과 동시에 코어 게이머들은 무시하는 것이 돼버립니다. 거실 중심적이라는 것 외 그 환경 외의 게임 환경은 철저히 무시한 겁니다. 하위호환도 막아버리고, 중고 거래도 할 수 없도록 합니다. 더군다나 쓸데없이 헤일로 드라마를 공급한다 발표하며, 게임에 중점을 두기보단 '게임은 Xbox ONE의 기능 중 하나이고, Xbox ONE은 종합적인 기기'라고 표방해버립니다. 이벤트 자체도 차라리 블루레이 플레이어 발표회라고 하는 것이 나았을 정도로 게임 외 것에 신경을 더 쓴 느낌이었습니다.







 MS의 전략은 Xbox ONE을 셋톱박스로 내세워 애플TV나 박시, 로쿠 등과 경쟁하고자 한 것일 겁니다. 이것이 틀린 방향은 아닙니다. PS4보다 더 잠재적 경쟁자들이고,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로 그들에게 밀린다면 컨텐츠 사업과 특히 애플의 통합 정책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Xbox로 이에 대응하려 한 것 자체는 옳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Xbox ONE은 어느 쪽도 공략하지 못하는 제품이 됩니다.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Xbox ONE을 구매하려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요? 현재 Xbox ONE의 사양이나 키넥트가 필수 번들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면 아무리 저렴해도 $400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애플 TV는 $99이고, 로쿠는 $49에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럼 코어 게이머는 Xbox ONE을 구매할까요? PS4보다 사양도 낮고, 하위 호환도 안 되며, 중고 거래를 할 수도 없고, 거기에 최악의 게임사인 EA를 끌어들인 점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컨트롤러, 특색 없어 보이게 한 키넥트 등 무엇하나 매력적인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Xbox ONE은 누가 구매해야 할까요?


 MS는 모두를 잡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Xbox가 게임기라는 사실이 MS가 홈엔터테인먼트 제품이라 표방해봐야 변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Xbox ONE을 구매할 소비자층은 코어 게이머들이며, 올바른 방향은 이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면서 셋톱박스로 거실에 자리해 애플 TV나 로쿠 등을 따로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올인원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자리했을 때 출시 주기가 길다는 점에서 Xbox ONE이 거실에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거기서 컨텐츠 사업과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해나가야 했죠. 그것이 애플 TV나 로쿠, 박시 등과 달리 Xbox의 특징을 살리면서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접근하려 했다는 사실이 Xbox ONE을 산으로 가게 했습니다. 게임을 하기 위한 제품이라 얘기하면서 이를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라 말하고,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로의 특징도 없이 크고 비싼 제품을 사라고 권합니다.


 마치 윈도우8을 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 모두에 적합하도록 하려는 걸 되감아 보는 것 같습니다.




MS



 차라리 Xbox의 게임에 대한 설명을 더 늘리고 부가적인 기능으로 셋톱박스를 선보였어야 합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제품이지만, 다른 많은 것도 할 수 있는 기기 말입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기기이고, 게임도 할 수 있는 기기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이는 매우 옳지 못합니다. 아무리 홈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뜨고 있다 한들 콘솔 게임기를 지탱하던 코어 게이머들을 사로 잡지 못한다면 기반을 잃어버리고, 기반을 잃는 것은 경쟁력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MS는 Xbox ONE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하고, 사용자들이 이 많은 것을 전부 사용해주길 바랐습니다. 게임이 중심인 사용자든 그렇지 않은 사용자든 일단 기능이 넘쳐나는 Xbox ONE을 구매할 것을 권유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코어 게이머들의 혹평만 듣게 되었고, 이는 곧 홈엔터테인먼트 제품으로의 매력도 잃었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곧 세계 최대의 게임 박람회인 E3가 개최됩니다. MS는 이번 이벤트에서 공개되지 않은 게임들을 E3에서 공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여기서 Xbox ONE이 챙길 수 있는 독보적인 독점 게임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코어 게이머를 저버린 Xbox ONE을 사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어야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한 것은 그런 게임들의 일부, 그러니까 Xbox ONE의 특징을 잘 활용해 새로운 키넥트, 음석인식 등을 감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당한 오점이며, 그나마 남아있던 기회도 날려버린 것이기에 E3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MS는 산으로 가버린 Xbox ONE을 다시 물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필자는 E3가 키를 다시 잡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보지만, 배가 냇가로 갈지 바다로 갈지는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시간을 기다린 유저들이 있고, 또 긴 시간 시장에 남아있어야 하는 제품이 Xbox라면 MS가 출시 전 영리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들의 생각만 가지고 억지로 무언가를 형성하려는 전략을 버릴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