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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 오피스 공짜 제공이 안쓰러운 이유

 MS의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두 가지를 꼽으라 질문하면 '클라우드'나 '임베디드'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단연 '윈도우'와 '오피스'인데, 그만큼 오랫동안 소비자 시장에서 사랑받아 온 제품이고,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어 익숙하기 때문이죠. 이 둘을 빼놓고 MS를 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MS가 윈도우를 사면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습니다.




MS, 오피스 공짜 제공이 안쓰러운 이유


 윈도우8 태블릿이 더 강력한 이유로 항상 등장했던 것이 '생산성'이고, 이를 뒷받침하던 것이 '오피스'입니다. 즉, 윈도우8 태블릿이 강력해질 수 있는 이유가 오피스라는 것은 오피스의 경쟁력이 윈도우8 태블릿을 구매하게 할 조건이 된다는 뜻입니다. 딱 거기까지만 보면 윈도우8 태블릿에 무료로 오피스를 제공하는 것은 시너지를 발생시켜 윈도우8 태블릿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아주 좋은 전략처럼 보입니다.




오피스 공짜



 타이페이에서 개최 중인 대만 국제컴퓨터박람회 Computex에 참가한 MS는 기조연설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출시될 x86기반 윈도우8 태블릿에 오피스를 기본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원노트', 4가지의 오피스 제품군 중 가장 인기있고 활용도 높은 제품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기조연설 직후, MS는 자사 블로그에 '모든 윈도우8 태블릿에 오피스가 탑재되는 것이 아니라 에이서 아이코니아 W3와 같은 작은 사이즈의 태블릿에만 무료로 제공된다'고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MS는 새로운 윈도우8.1을 준비하고 있으며, 프리뷰 버전까지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7~8인치 사이즈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아이패드 미니의 성공적인 안착을 보고 더 작은 사이즈의 윈도우 태블릿을 선보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더 작은 사이즈의 윈도우8 태블릿이 아이패드 미니와 같이 성공적일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MS가 빼든 카드가 바로 '오피스 무료 제공'일 것입니다.


 윈도우8 태블릿의 강력한 경쟁력을 오피스가 기본적으로 받쳐준다? 과감한 전략처럼 보입니다. 뭔가 신의 한 수를 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안쓰러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




 MS에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무엇일까요? 소비자가 윈도우8 태블릿도 구매하고, 오피스도 구매하는 것입니다. MS가 최선을 다해야 했던 것은 이 이상을 실현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윈도우8 태블릿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오피스와 합쳐버립니다, 이는 '오피스로 윈도우8 태블릿을 팔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작은 사이즈의 제품에만 탑재된다고 했기에 오피스가 더 이상 팔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MS가 이상을 저버리고 거의 최후에 있어야 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 안쓰러운 겁니다. 만약 윈도우8 태블릿이 스스로 경쟁력을 낼 수 있었다면, 따라서 오피스는 팔려나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MS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었습니다.


 MS 입장으로는 윈도우8 태블릿을 더 많이 팔고, 안드로이드나 아이패드와 견줄만한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오피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수학 숙제를 계산기로 해냈지만, 계산 능력은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계산기로 푼 문제마저 틀렸다면, 갈 길이 없습니다.


 오피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MS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적들에 둘러싸여 마지막 탄창을 마구잡이로 소비하는 것입니다. 그걸 공격적이라 말하진 않죠.




윈도우8과 오피스



 여전히 윈도우8에 대한 회의감은 존재합니다. 점유율이 오르고 있고, 윈도폰의 판매량도 상승했으며, 제조사들은 향상된 윈도우 기기를 차레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것은 윈도우의 판매가 순전히 윈도우8의 강력함을 원해서가 아니라 기존 윈도우 생태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어나고 있는 부분입니다.

 비스타의 저주를 풀어낸 것이 무엇이었나요? 윈도우7이었습니다. 윈도우의 문제를 윈도우가 해결했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운 탓에 오피스의 경쟁력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MS는 윈도우8의 회의감을 윈도우가 아닌 오피스로 해결하려 합니다. 이는 이번 무료 프로그램뿐 아니라 얼마 전 공개된 아이패드와의 비교 영상에서 오피스를 강조한 것 등에서도 드러납니다.


 MS가 윈도우의 문제를 계속해서 윈도우가 아닌 다른 것으로 풀어내려 한다면 윈도우의 경쟁력만 떨어뜨리고, 그와 함께한 오피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MS는 이 상황에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