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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MS의 타 플랫폼 전략과 닌텐도의 그림자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프트웨어 업계는 신이 났습니다. PC보다 접근성이 높아졌을뿐더러 남녀노소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됨에 따라 거의 독점적 형태를 띠었던 시장이 다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반 회사는 큰 고민에 빠집니다.




MS의 타 플랫폼 전략과 닌텐도의 그림자


 대표적인 기업이 닌텐도였고, 많은 전문가와 여론이 '차라리 닌텐도 게임을 아이폰용으로 이식하라'고 지적합니다. 게임기 하드웨어에 집착하지 말고 흐름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꿋꿋하게 NDS와 3DS를 출시합니다.




MS, 아이폰 게임




 닌텐도처럼 하드웨어 기반은 아니지만, Xbox라는 훌륭한 콘솔 게임기와 윈도우와 다이렉트X를 통한 다수의 PC 게임을 확보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휘청하고 있습니다. 윈도폰은 여전히 희망 고문이며, 윈도우8 RT 태블릿은 괴멸입니다. 거기다 마지막 보류였던 Xbox도 차세대 제품인 ONE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성능이나 정책에 대한 비난이 불거지자 게임 시장에서의 입지도 상당히 위축된 상태입니다. 마치 닌텐도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MS가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닌텐도와 정반대인가 봅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Xbox와 윈도우 PC 게임을 올해 안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의 게임 개발 업체인 케이랩(KLab)은 MS의 게임을 아이폰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증명했습니다. 첫 게임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로 낙점된 것으로 보입니다. 1997년에 처음 출시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최근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개발되어 온 인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게임 팬을 거느리고 있는 게임입니다.

 MS는 이후 점차 게임을 늘려나갈 것입니다. 블랙 앤 화이트, 포르자 등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의 굵직한 시리즈를 출시하면 상당한 파급력을 나타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닌텐도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닌텐도의 그림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온갖 게임들이란 게임들은 죄다 아이폰용으로 이식되었습니다. 고전 게임부터 콘솔 게임을 리메이크하기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신작을 아이폰용으로 함께 출시하기도 하는 등 게임 경쟁은 지금도 치열합니다. 하지만 유명하고 유명한 게임들을 모두 만날 수 있음에도 유일하게 만날 수 없는 게임이 바로 '마리오 시리즈'입니다.

 마리오는 닌텐도가 개발한 캐릭터이고, 따라서 판권도 닌텐도가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닌텐도가 몇 가지 마리오 시리즈를 아이폰용으로 출시하면 닌텐도의 수익에 영향을 줄 것이고, 상당한 인기를 끌 것입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절대 출시하지 않습니다. 마리오 시리즈 뿐 아니라 닌텐도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게임이 그렇습니다. 동물의 숲이 아이폰용으로 나왔다면 난리가 났을 겁니다. 보증된 대박처럼 보이는 스마트폰 이식을 하지 않는 겁니다.

 왜 그런지는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NPD 월간 보고서를 보면, 지난 5월 닌텐도 3DS의 매출이 콘솔게임 부분 북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기 판매량부터 소프트웨어 매출까지 큰 폭 상승한 것인데, 소프트웨어 매출만 전년 대비 60%나 상승했습니다. 이는 탄탄하고 독자적인 게임 구성이 3DS를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닌텐도는 자사의 게임을 3DS와 뭉쳐 완벽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이폰으로 게임을 이식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닌텐도가 게임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3DS의 판매량에 효과를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아이폰용으로 게임을 출시했다면 게임만 파는 회사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MS는 왜 타 플랫폼에 자신들의 게임을 이식하려는 것일까요? MS는 본격적인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하였고, 서피스RT는 힘도 쓰지 못합니다. MS가 블랙 앤 화이트나 포르자, 헤일로를 RT용이나 윈도폰용으로 단독 이식했다고 합시다. 이것으로 판도를 뒤바꿀 수는 없겠지만, 작은 효과라도 볼 수 있습니다. MS의 게임을 플랫폼 구축 기반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것도 아니라 아이폰용과 안드로이드용까지 개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MS는 이미 텐타클스: 엔터 더 돌핀 (Tentacles: Enter the Dolphin), 키넥트 애니멀스(Kinect Animals), 미스 스플로션 맨 (Ms. Splosion Man)과 같은 게임을 아이폰용으로 이미 출시했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첫 진출은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키넥트 애니멀스는 Xbox 360과 연결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3가지 게임 모두 성공적인 성과를 기록했다는 것이며, MS에는 여기서 나타난 가시적인 성과에 주목했다는 점입니다. 닌텐도와 달리 더 많은 플랫폼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윈도우나 Xbox를 연결하도록 유도하면서 결과적으로 MS 제품을 사용하게끔 하는, 닌텐도와는 정반대의 전략입니다.




MS



 닌텐도는 자신들의 전략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MS는 성공한 전략의 정반대를 시도하려 합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 없지만, MS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닌텐도의 그림자를 떨쳐내는 것입니다.

 MS가 타 플랫폼에 내놓은 게임이 잘 팔릴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가시적인 이익을 얻는 것도 명확합니다. 그러나 전체 그림에서 타 플랫폼의 게임만 승승장구한다면 MS의 플랫폼에 치부를 드러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차라리 닌텐도처럼 했어야 한다'는 그림자를 달고 다니게 할 것입니다. 게임을 많이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자사의 플랫폼과 엮어내어 끌어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중 시장에서 타 플랫폼에 게임이나 납품하는 회사로 전락하기 좋습니다.


 MS는 현재 상당히 골치 아픈 상태입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윈도우8과 윈도폰이 모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돌려놓기 위한 화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화력을 분산하여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인지, 아예 타 플랫폼으로 출시한 게임 자체가 망하던지, 아니면 일부 소비자를 MS 쪽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MS의 이번 전략은 현재 MS의 상태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MS가 게임만이 전부인 것도, 닌텐도처럼 게임에 집중하는 회사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세세한 전략 하나하나가 그리 좋지 못한 MS에 끼칠 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 큰 화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MS가 이 부분을 잘 인지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타 플랫폼 전략을 진행해 갈 것인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