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페이스타임 오디오의 의미

 페이스타임은 가장 잘나가는 영상통화 서비스지만, 애플 제품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크게 와 닿지도 않고 관심도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애플 사용자들에는 상당히 유용하고 직관적인,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상통화 서비스입니다.





페이스타임 오디오의 의미


 애플은 WWDC에서 iOS7을 발표하며 '페이스타임 오디오'를 언급합니다. 기존 페이스타임은 영상통화 기능이었지만, 음성만으로 통화가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애플 제품 사용자들만 사용할 수 있으며, OS X 매버릭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타임 오디오




 크게 호들갑 떨만한 기능은 아닙니다. 스카이프, 구글 보이스, 페이스북도 최근 음성통화가 가능해졌으며,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도 보이스톡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음성통화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해서 놀라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페이스타임 오디오만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 부분에 주목해봅시다.


 애플이 페이스타임을 처음 내놓을 때 통신사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아무래도 mVoIP 논란이 심각하던 때이기 때문에 3G 사용이 불가능했고, 당연히 음성통화를 침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하지 못했던 것이죠. 더군다나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통신사와의 줄다리기는 다른 mVoIP 업체들보다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가지 못합니다. 통신사들은 페이스타임의 3G 사용을 허용했으며, 버라이즌과 AT&T는 음성통화를 전면 무료화하면서 데이터 요금에 주력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통신 3사가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을 내놓았으니 사실상 음성통화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라져가는 추세입니다.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그 추세에 맞춰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 중심이 되면서 mVoIP 서비스가 자유롭게 되었지만, 사용량은 많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성통화에 요금이 들지 않고, 데이터 사용에 요금이 부과되니 기존 음성통화 사용량이 매우 증가합니다. 애초 mVoIP가 데이터에 제한이 걸리더라도 전체적으로 많이 사용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요금 변화로 음성통화가 더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제한 음성통화 때문에 통신료 절감의 대안으로 꼽히던 mVoIP의 경쟁력이 낮아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 시점에 페이스타임 오디오를 내놓은 것일까요?




의미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애플 제품끼리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것 말고도 한 가지가 더 떠오릅니다. 아이메세지입니다. 아이메세지가 공개될 때 상당한 회의감이 나타납니다. 애플 제품끼리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이미 잘나가는 제품이 있다는 것, 사실 별다른 특징도 없고 기능면에서도 떨어집니다. 그런데 아이메세지의 하루 전송량은 25억 건에 달합니다. 왓츠앱의 210억 건에 비하면 형편없어 보이지만, 애플 제품 간 메세징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아이클라우드 가입자는 하루에 평균 8.5개의 아이메세지를 주고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하루 평균 전송량이 40억 건이고, 아이폰 유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면 상당한 양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데이터로 메세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데이터 사용으로 '무료'라는 점이 강점이었습니다. 그게 전부였다고 봐도 좋죠. 사실 무료 아닌 무료지만, 와이파이 상태에서의 메세지 전송 등 전부 요금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메세징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처음에는 한 발짝 물러나 있던 통신사들이 자체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조인이라는 통합 메세징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는 메세징 기능만 가지고는 경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차이가 더 중요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아이메세지가 애플 사용자들에 녹아든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냥 애플 제품끼리 메세지를 주고받는 것뿐인데?', '카카오처럼 복합적인 플랫폼도 아닌데?'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 간결함이 아이메세지의 경쟁력입니다. 아이폰의 메세지앱은 하나지만 SMS와 아이메세지를 철저히 분리합니다. 만약 아이메세지를 전송할 수 없는 상태라면 알아서 SMS로 전송하며,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라면 애플 사용자에 무조건 아이메세지로 전송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메신저 앱에 각각 대화 내용이 나뉘고, 목록이 나뉘고, 전송 방식이 나뉘는 모든 것을 아이메세지가 메세지 앱에 통합된 덕분에 한 번에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블랙베리가 왜 최고의 메신저폰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기기 간의 장점 비교가 아니라 iOS 사용자로서는 아이메세지가 iOS 속에서 이런 간결함을 주는 기능이었기 때문에 아이메세지에 최적화해두고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메세지 버튼의 색을 보고 아이메세지 사용자를 미리 체크해둔다던지 말이죠. 그러므로 애플 제품 간 사용 제한에도 많은 양의 메세지가 전송될 수 있는 것입니다. 페이스타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타임은 통화 목록에 통합되고, 전화 중이나 메세지 중 페이스타임 전환 등도 간편해 페이스타임에 최적화하여 사용하면 굉장히 간결하게 영상통화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예 페이스타임용 아이패드나 아이팟터치를 구매하는 수요도 늘어났죠. 이는 또 3G 제한이 풀리면서 요금 측면보다는 간결한 방식에 장점을 두고 사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통신사들이 음성통화 요금을 포기하고 데이터 요금에 집중한다는 것은 mVoIP의 비용 절감이라는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애플이 페이스타임 오디오를 내놓은 것은 통신사의 빗장이 풀렸기 때문도 한몫한 것이지만, 간결함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전화는 간결합니다.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으로 걸고 받고 하는 것이 전부죠. 그렇다고 그 이상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애매합니다. 있다면 다중 연결 정도를 얘기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페이스타임 오디오의 간결함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나오는데, 아이폰뿐 아니라 맥, 아이패드, 아이팟터치와의 통화나 일반 전화와의 빠른 전환, 그리고 아이클라우드를 통한 통화 목록 통합, 수신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의 와이파이 연결 등 그리 쓸만한 일이 없어 보이지만, 필요에 따라 쓰게 될 간결함이 나타납니다.


 이는 곧 페이스타임 오디오가 월등히 우수한 mVoIP라는 것보다는 mVoIP들이 무료통화를 선언한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비용 절감이 아닌 다른 특별한 것을 내놓아야 경쟁력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mVoIP



 스카이프가 항상 내세우던 것이 '저렴한 비용'입니다. 해외 통화에서 아직 mVoIP의 경쟁력이 살아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비용 절감 부분에서 밀려났습니다. 애플은 그 비용 절감 부분과 상관없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한 mVoIP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애플 제품끼리 사용할 수 있음에도 그 부분까지 경쟁력이 되면서 아이메세지와 페이스타임이 초기의 회의감과 달리 자리 잡을 수 있게 하였고, 이제는 페이스타임 오디오입니다. 남은 부분이 있다면 음질과 끊김 문제일 텐데 이런 부분만 제대로 잡아낼 수 있다면 페이스타임 오디오도 충분히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메세지, 전화, 영상통화가 기존에 머물러 있는 형태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이며 제한이 없이 제공되어야 할 부분이며, 사용자들이 요금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도 않아도 되는 판국입니다. 그렇다면 mVoIP가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페이스타임 오디오의 의미는 크고, 휴대폰의 기본 기능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제공되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