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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의 점진적 게임 시장 진출의 결정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콘솔 게임기 경쟁이 출시 전부터 치열합니다. 사양, 지원, 가격 모든 면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가 압도적이라고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ONE은 비장의 무기인 키넥트를 숨겨둬 실제 판매에서는 어떤 진행 양상이 될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애플의 점진적 게임 시장 진출의 결정타


 지난 11일, E3에 참가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전에 발표하지 않고 넘어갔던 대량의 게임 타이틀을 공개했고, PS4의 컨트롤러만 보여줬던 소니는 본체와 함께 가격, 정책, 게임을 쏟아냈습니다. 뒤를 이어 닌텐도도 차세대 콘솔 시장의 불을 지폈는데, 여기에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애플'입니다.




 




 WWDC 2013 키노트에서 iOS7이 공개된 후 SDK 이야기가 나오면서 여러 가지 개발자가 접근할 수 있는 API가 나열되었습니다. 아이비콘스(iBeacons), 새로운 멀티태스킹 API, 오토매틱 컨피그레이션 (Automatic Configuration),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보입니다.


 'MFi 게임 컨트롤러 (MFi game controllers)'


 SDK, API, 게임 컨트롤러, 여기까지만 들어도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도 어떤 것일지 대충 감이 잡힐 것입니다. 애플은 iOS7부터 하나의 표준화 된 게임 컨트롤러를 서드파티 업체에 라이센싱을 부여해 iOS로 동작하는 게임에 포괄적으로 컨트롤러를 제작/지원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존에 iOS용 컨트롤러는 서드파티 업체와 게임 제작사가 협의해 하드웨어를 지원하도록 했을 때 가능했지만, 애플이 공식적으로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게 되면 서드파티 업체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컨트롤러를 제작하면 되고, 게임 제작사는 이 표준 코드를 지원하는 게임을 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애플은 아이팟 터치, 아이폰, 아이패드에 에어 플레이 미러링을 지원하고 있으며, $99짜리 애플 TV만 있다면 서드파티 업체들이 제작한 컨트롤러로 다양한 iOS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장




 애플은 2009년 9월 스페셜 이벤트에서 아이팟 터치의 게임 기능을 부각합니다. 소니 PSP와 닌텐도 DS, iOS를 비교하면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타이틀 수가 PSP가 607개, 닌텐도 DS가 3,680개, iOS가 21,178개라며 comScore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합니다. 지금에야 익숙하지만, 당시 각종 타이틀을 iOS용으로 이식하면서 게임의 수가 급증했고, 앱스토어를 통한 접근성이 좋아 시장 형성이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이벤트에서 iOS용 어쌔신 크리드가 공개되었는데, NDS 수준의 그래픽으로 성능 문제에 있어서도 큰 논란도 없었습니다. 뭐 모든 타이틀이 그 수준이 아니었기에 단순 숫자 비교한다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말이죠.


 이후 성능이 향상된 게임은 계속 등장했고,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매우 줄어들었습니다. 소니가 야심 차게 비타를 출시하고, 닌텐도가 3DS를 출시했지만,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iOS 게임 시장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훌륭한 그래픽의 액션 게임부터 MMORPG, AOS, 캐쥬얼, 보드 게임까지 '게임을 하려고 아이폰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게임 시장의 강자가 됩니다. 하지만 비타나 3DS를 시장에서 압도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문제가 있었으니 '컨트롤러'였습니다.


 충분히 우수한 타이틀과 기기 성능을 뽑아내지만, 게임을 조작하는 것에 있어서는 터치 인터페이스의 한계에 항상 부딪혀야 했습니다. 그랬던 것에 애플이 직접 컨트롤러를 지원한다고 나선 것입니다.



 무엇보다 애플이 지원하는 것이 iOS에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것이지만, 미러링을 이용면 콘솔 게임기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 휴대용 게임기와 가정용 콘솔 게임기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가능합니다. 16GB의 새로 출시된 아이팟터치는 $299, 애플 TV가 $99로 $328면 iOS로 가정에서 게임을 즐길 준비가 끝이 납니다. 컨트롤러 가격을 포함하면 PS4 수준의 가격이겠지만, 훨씬 저렴한 타이틀 가격과 휴대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컨트롤러와 어울리는 대작 게임만 출시되면 굳이 콘솔 게임기를 구매하지 않고도 가정용 콘솔 게임 시장에 자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아이팟의 성능이 PS4나 Xbox ONE에 비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코어 유저들이야 콘솔을 당연하게 구매하겠죠. 하지만 기존 애플 유저였거나 혹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라면 크지 않은 추가 비용으로 굳이 콘솔 게임기를 살 필요 없이 거실 게임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Xbox가 파고들고자 했던 거실 중심 플랫폼에 더 어울리는 형태입니다. 더군다나 애플 TV만으로 가족 구성원, 지인, 친구 어떤 iOS 기기든 연결할 수 있다는 확장과 접근성은 콘솔 게임기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생태계 입니다. 가능하려면 먼저 게임기를 iOS만큼 팔아야 하니 말이죠.


 E3에서의 불꽃 튀는 콘솔 경쟁 옆에 남들 모르게 참가한 애플이 있었고, 애플은 소니와 MS에 있어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컨트롤러 하나만으로요.




점진적





 애플은 왜 갑자기 콘솔 시장의 경쟁자로 부상한 것일까요? 컨트롤러 하나를 지원한다고 했을 뿐인데 누가 봐도 가장 위협적입니다.


 애플은 점진적으로 게임 시장을 확장해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만 부각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생태계 속에 '게임'이 강하다고 매번 강조해왔었죠. 새로운 아이폰을 꺼낼 때마다 게임을 시연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게임기로 구매하지도, 앞으로도 그렇게 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러면서도 강력한 게임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접근성에서 콘솔을 능가해버립니다. 콘솔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미 콘솔 기기를 하나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게 하였습니다. 거기에 게임 성능은 조금씩 높여왔고, 애플TV를 내놓더니 미러링을 지원합니다. 정말 천천히 지금껏 쌓아온 것으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먹어치우더니 컨트롤러를 지원하면서 콘솔 시장까지 넘보는 곳까지 온 것입니다.


 애플TV가 결국에는 게임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계속 언급되어 오면서도 '그래도 게임을 하려고 애플TV를 살까?'라는 의문을 달고 다녔지만, 그냥 iOS의 게임을 컨트롤러로 가능하게 하고 미러링으로 TV에 뿌리게 하는 등 정말 천천히 게임 유저를 확보함으로써 강력한 경쟁자 위치에 놓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TV인 Xbox ONE은 상대도 되지 않으며, PS4는 코어 유저 외의 iOS 유저만 확보할 수 있으면 깔끔합니다. 소니와 MS는 애플을 가장 잠재적이고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해야 할 것이며, 이미 캐쥬얼 게임에서 iOS에 밀렸던 닌텐도는 좀 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iOS의 생태계는 애플이 의도하기만 하면 어느 쪽으로도 뻗는 것이 가능할 만큼 무서울 정도로 단단합니다. 그런 부분이 콘솔 게임 시장에서 드러나는 것이며, iOS로 탓에 콘솔 게임 시장에 변화가 있을지, 밋밋할지 차세대 콘솔 경쟁의 문턱에서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