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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인터넷을 가지려는 IT 업체들

 필자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인터넷 되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전화선 요금 탓에 부모님께 많이 혼나기도 했었고, 접근성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인터넷이 안되는 곳을 찾기가 힘듭니다. 심지어는 손에 조그마한 단말기를 들고도 인터넷 환경에 접근하죠.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가지려는 IT 업체들


 얼마 전, 구글은 무선 네트워크 풍선인 '파이버 앤 룬(Fiber and Loon)'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이 계획은 오지에 네트워크 풍선을 띄워 낮에 일정 범위에 무선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으로 태양열로 동력을 공급받습니다. 지난 6월에 30개의 실험용 풍선을 띄워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죠.




IT 업체




 구글은 자체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파이버(Fiber)'라는 인터넷 브랜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 위성 통신 사업자와 손을 잡고 통신사를 벗어나 자체적인 인터넷 공급을 통해 인터넷 주권을 자신들이 가지겠다는 것인데, 얼마 전 블룸버그는 아마존 또한 자체 무선 네트워크를 실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를 보면 아마존은 쿠퍼티노에서 자사 무선 네트워크를 실험하고 있으며, 위성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글로벌스타가 보유한 주파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스타는 지난해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위성 주파수를 와이파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신청했는데, 이것도 조만간 승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글로벌스타와 협력하여 자체적은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파이버나 아마존의 이번 실험은 통신사라는 중간 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으로 기존 시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측면을 가집니다.


 그리고 아예 모든 인류에게 인터넷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기업들도 있습니다. 구글의 파이버 앤 룬과 비슷한 취지의 프로젝트인데,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크 주크버그는 'Internet.org'라는 기구를 발족했습니다.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전 세계 평균 인터넷 이용률은 35.7%로 70억 명 중 50억 명이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크버그는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세계 50억 명에게 저렴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고, 지식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Internet.org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Internet.org 프로젝트에는 페이스북을 비롯하여 삼성, 퀄컴, 에릭슨, 노키아 등이 참여하며, 이후 더 많은 참여 기업을 포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




 통신 사업자 외 IT 기업들이 인터넷을 서비스하고 보급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터넷 망이 넓게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자신들의 서비스나 제품의 영향력도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보급이 필요한 것이죠.

 파이버 앤 룬이나 Internet.org가 어떤 세계 발전을 위한 취지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한 명이 늘게 되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자신들의 이익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지난 8일,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파이버 앤 룬에 대한 질문에 '내가 볼 땐 말라리아로 죽어갈 때 그 풍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가 설사로 고통받을 때 웹사이트가 그를 도와줄 수 있는가? 나는 디지털 혁명을 지지하는 신자지만, 저개발국가에게 말라리아에 대한 조치를 해준다는 것 외에는 다 쓸데없는 일이다'며 비난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풍선을 띄워놓고 인터넷을 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차라리 보건센터와 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인터넷 보급을 구호 활동으로 둔갑하여 마치 그들을 구원해줄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칫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인터넷이 그들에겐 흉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구글의 파이버나 아마존과 글로벌스타의 협력을 어떨까요? 우리는 대개 통신사업자에 악감정을 품는 일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지만요. 어쩄든 그런 시각에서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업체들이 인터넷 사업을 한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아마존은 웹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이 번창하고 킨들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인터넷이 필요합니다. 그럴러면 자체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것이 좋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킨들이나 킨들 파이어를 구매하면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던지 말입니다. 나아가서는 어떤 제품으로 인터넷에 더 많이 접속하고 어떤 컨텐츠를 더 많이 내려받는지 분석하여 이용할 수 있겠죠. 구글도 마찬가지 입니다. 재미있게도 파이버의 약관에 망중립성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조항이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망중립성에 대해 철저히 통신사와 대립하던 구글이 인터넷 사업을 하자 비슷한 조항을 내걸었다고 말입니다.


 IT 업체들이 인터넷을 가지려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뭔가 홍익인간 정신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인터넷 주권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면 인터넷은 그들의 비즈니스 확장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통신사들이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인터넷




 IT 업체들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에 악착 같이 달려든다기 보다는 분명 제3세계에의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하는 멋진 계획도 들어있을 겁니다. 다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터넷을 가지려는 IT 기업이 늘어나면서 통신 사업자에 품은 악감정이 이들 기업에 호감으로 다가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에 그들이 자체적인 인터넷 환경을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이용하려 한다면 통신 사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필자는 IT 업체들이 자체적인 인터넷을 지니고, 제3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를 늘리더라도 통신 사업자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유지되었을 때 좀 더 공정하고 나은 인터넷 환경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인터넷 망을 쥐고 사용자를 분석하여 서비스와 제품을 판매한다는 자체가 썩 달갑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이 필요 없는 지역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인터넷을 보급할 이유는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억지로 그들에게 인터넷을 밀어넣어 마치 인터넷에 나타난 우리들의 삶이 그들을 변화시키고 발전하리라는 생각은 너무 안일하며, 그 이전에 해야할 일도 충분히 많다는 겁니다. 물론 IT 업체들은 그런 일들보다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인 사업이겠지만요.


 그들이 인터넷을 가지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그 이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