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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F2P 스마트폰 게임, 피로감이 몰려온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을 맛보기로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매력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발달하기 시작했던 시기지만, 패키지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데모부터 즐기던 재미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앱스토어가 열렸을 때, 수많은 게임들이 데모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패키지 게임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을 아이폰에서도 받을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비중이 줄어들었습니다.




F2P 스마트폰 게임, 피로감이 몰려온다


 'F2P(Free To Play)'가 스마트폰에서도 유행입니다. 온라인 게임 등장 이후 급격히 도입되었던 F2P 방식이 스마트폰 게임에도 도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카오 게임 또한 F2P방식으로 무료로 게임을 다운로드 받은 후 IAP로 컨텐츠를 구매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므로 굳이 데모 버전을 내놓을 필요가 없고, 유저를 확보하는 것도 수월합니다.




EA




 얼마 전 팝캡(PopCap)의 인기 게임 식물vs좀비(Plant vs zonbies)의 후속작인 '식물vs좀비2(Plant vs zonbies 2)'가 iOS용으로 출시되었습니다. 팝캡은 2011년, 7억 5천만 달러에 EA에 인수되었습니다. EA는 최근 F2P 게임을 주로 출시하고 있는데, 그 영향인지 식물vs좀비2도 F2P 방식입니다. 기존 식물vs좀비에서 아기자기하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들보다 유료 결제라는 부분이 가장 크게 부각되면서 재미있는 게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쉽다는 평가가 상당합니다.

 EA는 9월에 인기 축구 게임 '피파14(Fifa14)'의 iOS용과 안드로이드용을 발매할 예정인데, 이 또한 F2P로 점찍혀있습니다. 거기다 '마물을 무찌르는 용사'가 아닌 '용사를 막는 마물'이라는 특이한 컨셉의 고전 게임 '던전키퍼(Dungeon Keeper)'도 모바일용으로 발매할 것으로 공개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F2P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가장 F2P 방식에 적극적인 회사가 EA라고 할 수 있는데, PC 게임 또한 오리진을 통해 F2P 방식으로만 발매할 것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게임은 F2P로 발매하겠다는 EA는 이제 대표적인 'F2P 게임사'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F2P가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수익' 덕분입니다. 지속해서 결제하고 게임을 유지하게 하는 F2P 방식은 일단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접근성을 토대로 게임이 재미있으면 결제하도록 하는 심리를 이용해 기존의 시작하기 전에 결제를 하던 방식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만들어 냈습니다. 데모를 따로 만들 수고도 줄어들었고, 유저로서도 편한 방식이었죠.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혜택을 얻은 기분이니까요. 더군다나 F2P 방식이 늘어나다보니 유료 게임에 가는 관심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F2P 방식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게임사도 있었던 것이죠.

 수익성이 기존 결제 방식보다 월등하다 보니 EA는 아예 F2P 게임사로 전향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유저들은 F2P 게임이 계속 쏟아지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피로감


 F2P 방식의 스마트폰이 이제와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얼마전에 서비스를 종료한 '위룰(WeRule)'만 하더라도 아이폰 초창기 게임이었고, '모조(Mojo)'라는 유료 아이템을 판매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모조가 위룰을 진행하는데 큰 장애요소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모조를 결제하는 유저보다 그렇지 않은 유저가 많았고, 실상 모조 없이도 게임을 진행하는데 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제 없이 게임 내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결제가 없으면 게임 진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포켓 레전드(Pocket Legends)'와 같이 맵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확장팩 개념은 납득이라도 됩니다. 하나의 맵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상당하니까요. 그러나 그런 게임도 최근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럼 어떤 방해인가?'

 결제 없이 일반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시간 게임을 진행해야 유료 결제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공짜로 한만큼 더 많이 게임을 해달라'는 자체보다 이를 결제를 유도하는 법칙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3시간을 하면 1천원 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이 있었다면, 이 시간을 늘려 7시간을 해야 1천원 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아가 하루고 이틀이고 주구장창 게임을 해야만 유료 결제를 한 것과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변질됩니다.

 GungHo가 개발한 인기 게임 '발차기공주 돌격대'는 여기에 도박성 시스템까지 집어넣었는데, 일반적인 스테이지 진행으로는 캐릭터 성장이 더딜 뿐 아니라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티켓'을 통해 슬롯을 돌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는 것이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계속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해야 합니다. 프리미엄 티켓은 게임을 진행하면서도 얻을 수 있지만, 확률이 낮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슬롯도 있지만 프리미엄 슬롯만큼의 진행 속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티켓을 결제해야 하는데, 티켓 1장당 $0.99, 대략 1천원입니다. 슬롯을 한번 돌리는데 티켓 5장이 필요하니 5천원은 지급해야 아이템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느냐? 그렇지도 않은 것이 랜덤으로 아이템을 제공하므로 원하는 아이템은 커녕 싸구려 아이템이 등장할 수도 있어 도박성을 띄고 있습니다.


 'F2P가 게임성을 망친다'거나 그런 얘기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성이 우수하므로 F2P 방식의 노가다를 강요해도 게임을 즐기는 것이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결제를 하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점점 도가 지나치는 방식으로 유저들의 피로감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해야 합니다.

 노가다성 플레이로 유료 결제와 같은 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그냥 $4.99든 $9.99든 한 번 결제하고 유료 아이템에 방해받지 않은 채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도 늘어난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반복적인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피로감의 원인이고, 애초부터 결제를 할 마음이 없는 유저는 여기에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PC게임 보다 훨씬 빠른 게임 회전성,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빠른 캐쥬얼 장르 게임이 주를 이루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피로감이 쌓여가는 유저가 늘어나는 것은 그리 좋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당장은 수익이 보장되겠지만, 질리는 순간도 분명히 온다는 것이죠.




F2P



 '그럼 F2P 게임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던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추세가 게임사들이 F2P 방식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탓에 대부분의 게임이 F2P로 개발되고 있고, 이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의 최고 매출 부분만 보더라도 무료 게임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필자가 얘기하는 것은 F2P 게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F2P 방식이 기존 결제 방식보다 월등한 수익을 낸다면 F2P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게임사로서는 옳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피로감을 줄일 필요는 있습니다. 게임이 마음에 든다면 유저는 어떤 식이든 결제할 것입니다. 하지만 피로감이 지속해서 누적되는 게임이 늘어날 수록 스마트폰 초창기처럼 지갑을 쉬이 열진 않을 것입니다.

 게임은 게임성이 생명입니다. 일단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재미가 결제 유도에 막혀서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면 그것은 F2P 방식으로 유저를 피곤하게 할 뿐 아니라 게임을 망치는 짓입니다. 이를 충분히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결제를 유도하고 싶다면, 결제 장벽은 풀어 헤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게임사는 그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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