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애플, 터치 ID로 해낸 것

 애플이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할 것이란 풍문에 다들 흥분했었습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죠. '과연 차세대 아이폰에 지문 인식을 탑재할까?', '탑재한다면 어떻게 동작할까?', '지문 인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속에 애플은 '터치 ID(Touch ID)'라는 새로운 지문 인식 센서를 실제로 선보였습니다.




애플, 터치 ID로 해낸 것


 애플은 아이폰 5s의 홈버튼에 터치 ID를 탑재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스테인리스스틸 링, 정전식 터치 센서, 압력 감지 스위치까지 4단계로 설계된 새로운 홈버튼은 중앙의 사각형이 사라졌지만, 그 속에 아이폰의 새로운 인증 장치를 품고 있습니다.



터치 ID



 터치 ID는 정전식 인식으로 동작합니다. 이 정전식 인식은 피부 아래 진피층 지문의 미세한 부분까지 분석하여 이를 암호화하여 저장하게 됩니다. 융선부 접촉 시 전기장의 변화를 감지하여 형판으로 변환하는 센서로 진피층의 특성을 이용하여 안정적으로 형판을 얻을 수 있습니다. 360도 어느 방향에서든 인식해내며, 여러 사람의 지문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지문 정보는 애플 서버에 저장되거나 아이클라우드로 공유하지 않으며, 다른 프로그램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A7 프로세서의 특별한 공간에 지문 형판을 기반으로 암호와 알고리즘을 설정하여 지문 형판을 저장하는 것이 아닌 지문의 알고리즘을 특수하게 저장하여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길어 보이는 설명이지만, 굳이 이런 설명이 없더라도 그냥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 기능입니다. 이 지문 인식으로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으며, 앱스토어에서 결제 인증도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직 서드파티 앱을 지원하진 않지만, 인증 과정을 API로 차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터치 ID를 두고 어떤 이는 이미 스마트폰에 적용되었던 적이 있었기에 호들갑 떨 기능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또 어떤 이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매우 단순하고 편리하게 만들었기에 지문 인식을 한 단계 진화토록 했다고 말합니다. 뭐 좋습니다.

 잘 알고 있듯이 모토로라의 아트릭스는 지문 인식을 탑재한 스마트폰이었고, 얼마 전 출시된 펜텍의 베가 LTE-A도 지문 인식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아이폰 5s보다 빨리 탑재를 한 스마트폰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공통점은 후면에 지문 인식 기능이 있다는 점이고, 문질러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깨울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버튼인 홈버튼에 지문 인식을 탑재하여 사실상 홈버튼을 누르면 지문 인식이 동시에 이뤄지고, 문지를 필요가 없는 터치 ID는 기존 지문 인식 방식의 단계를 줄여 확실히 단순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둘 다 틀린 얘긴 아닌 겁니다.

 다만, 필자는 이 터치 ID가 다른 것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해낸 것



 이건 정말 재미있는 부분인데 애플은 터치 ID를 설명하면서 아이폰 자체의 보안을 강화했다는 것보다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식으로 인식하며, 그리고 저장된 지문 정보가 안전하게 보관되는지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앞선 지문 인식 방식들은 지문 인식으로 스마트폰이 보안이 얼마나 강화되었는지를 설명하지만, 애플은 그보다 얼마나 단순화되었는지 그리고 지문 정보가 어떻게 안전한지를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지문 인식의 기본적인 지식과 애플의 설명을 비춰볼 때 터치 ID는 지문 형판을 저장하여 형판을 다시 매칭하는 것이 아닌 먼저 융선의 모양을 분석합니다. 아치형, 루프형, 소용돌이형 세 가지로 말이죠. 이 기본 세 가지를 두고 암호화와 알고리즘이 우선 설정됩니다. 그 위로 골, 단점, 분기점, 중심점 등 지문의 특징을 가려내고, 특징점을 짚어내어 암호와 알고리즘에 포함합니다. 지문을 인식하게 되면 이 알고리즘에 따라 암호가 해제되고 인식 과정에 들어갑니다. 이런 특징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기법은 오래전부터 연구됐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A7 프로세서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저장했듯이 CPU의 내장형 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도 지문 인식 분야에서 본다면 그리 흥미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 인식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많은 지문 알고리즘 데이터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애플은 이 방식의 보안에 대해 계속해서 언급했다는 사실입니다. 터치 ID를 발표하기 이전으로 가자면 사람들은 애플이 지문 인식 정보를 어디에 저장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생체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을지 우려했습니다. 굉장히 신기한 현상인데, 기존의 지문 인식 제품들이 아무리 나오더라도 걱정하지 않던 것을 애플이 들고 나오자 그러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에 영향을 준 것은 애플의 잘못이 크긴 합니다. 여전히 미국은 NSA의 개인 정보 수집에 치를 떨고 있으며, 애플도 한몫을 했기에 '설마 애플이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해서 이를 NSA에 넘기는 것은 아니겠지'하는 불안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지문 인식 방식을 처음부터 지문 정보 보호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방식이라 할지라도 지문을 인식할 때 형판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세팅한 여러 알고리즘 데이터를 각기 다른 암호로 저장하므로 이를 누군가 빼가더라도 분석하여 누군가의 지문 형판으로 다시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람마다 특정한 암호를 설정해서 그 암호가 지정된 지문 정보라고 해석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이를 한 번 더 덧씌워 다른 응용프로그램이 접근할 수 없도록 했으며, 애플의 강력한 폐쇄 정책으로 막아놓았습니다. 또 그 정보를 A7 프로세서에 직접 저장하여 인식 처리 속도도 높였고, A7 프로세서에 누군가 접근하려고 할 때 파괴까진 아니겠지만, 데이터 복구를 불가능하도록 하는 정도의 장치는 해뒀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몇 겹의 보안 장치와 이를 해석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하여 사용자의 생체 정보를 보호한다는 것이 기본이 됩니다.


 이는 기기의 보안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생체 정보에 대한 보안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크게 드러내도록 하였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스마트폰이 지문 인식을 달고 나오더라도 지문 인식의 인식률, 속도, 방식보다 '얼마나 내 생체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기능을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생체 정보를 얼마나 확실하게 보호해주느냐에 따라 기능의 사용 여부와 제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이것은 지문 인식뿐 아니라 안면 인식이나 홍채 인식, 목소리 인식, 어떤 것이든 제조사는 이 부분이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터치 ID는 '스마트폰의 생체 정보 인식의 보안을 대중에게 새로 정립하는 것'을 해냈습니다.




지문 인식



 당연한 순서일 수 있습니다. 애플도 이를 두고 '아주 당연한 다음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주 당연한 것, 대중들이 돌이켜 보았을 때 '아, 그랬었지'라는 부분을 파고들어 이를 강조하고 다시 정립해낸 것은 앞으로 생체 인식 기능을 포함한 제품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애플의 터치 ID를 두고 기존의 지문 인식 기업들이 수혜주가 되어 여러 스마트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고 있지만, 이 같은 부분도 제품에 반영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찔러 넣어 기기가 안전한 것이 아닌 사용자가 안전하다는 것을 얼마큼 드러내느냐에 따라 진짜 수혜주와 생체 인식 기능의 덕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생체 정보 사용을 한 단계 앞서도록 했으며, 우리가 생체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했습니다. 그것만으로 터치 ID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보다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