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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팔로 알토,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설치하라

 생소했던 전기차가 급속도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최근 일입니다. 필자도 어릴 적 학교에서 전기차가 미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는데, 전혀 그럴 기미는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가솔린차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기차의 실용화에 잠깐 의문을 품었지만, 요즘 들어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는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 롤모델이 되었죠.




팔로 알토,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설치하라


 캘리포니아는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전기차만 단독으로 생산하는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올리고 있는 테슬라도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있으며, 가솔린차보다 전기차가 이 지역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 캘리포니아에 속한 팔로 알토는 전기차에 대해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충전시설 의무




 팔로 알토 온라인(Palo Alto Online)은 팔로 알토 시의회가 지난 화요일 만장일치 새로 지은 집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만 되면 팔로 알토의 새 집은 전기차 충전 시설을 하나씩 가지게 되는 것인데, 더 버지(The Verge)는 기존에는 1,000~2,000달러 들던 설치 비용을 이 법안이 적용되면 기반 작업을 미리하므로 200달러로 줄어들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화로 단돈 20만 원입니다.

 공식적으로 채택되기 위해선 다시 투표를 해야 하지만, 시의회는 전기차 활성화에 큰 의지를 두고 있으며, 시장이 그렉 샤프(Greg Scharff)는 '우리는 전기차를 소유하는 데 장애물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일이다'라고 할 만큼 전기차에 우호적인 상태라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팔로 알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슬라도 당연히 함께 동참 할 것이며, 시 전반으로 전기차 수요는 확대할 것입니다.




전기차




 지난 7월 100달러에 머물렀던 테슬라의 주식은 3개월 만에 2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200달러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 350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테슬라의 강세가 무섭다는 것인데, 팔로 알토의 새로운 법안은 테슬라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미 충전소 설립을 지속하고 있는 테슬라는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무료로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이며, 이 충전소를 유지하기 위해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하여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 탓에 전기차에 대한 비호감을 가지는 사람은 가솔린차 애호가정도 밖에 없을 정도인데, 테슬라가 그렇게 해오던 활동에 팔로 알토가 직접 움직이는 것으로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새로 지은 집에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덩달아 전기차의 판매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게 된다면 기존 집에도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는 사람도 많아질 겁니다. 또한, 이 법안의 가치가 팔로 알토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면 캘리포니아 전반에 비슷한 정책이 반영될 여지를 열게 됩니다. 여기에 이미 테슬라가 구축해놓은 충전 시설을 더한다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고, 전기차의 판매량 증대와 활성화로 급속도로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이는 변화를 추구하는 훌륭한 기업과 이를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어째서 필요한지 판단한 뒤 이들의 행보에 발을 맞추려는 행정이 함께 어우러져 가능하게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이번 팔로 알토의 법안은 어째서 캘리포니아가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 롤모델인지 잘 보여줬으며, 전기차를 도입하고자 하는 지역은 어떤 식으로 활성화를 해나가야 하는지 앞서 나가 있습니다.

 물론 주택이 많고, 집집이 차고가 하나씩 딸려있는 지역이라 그렇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고층 아파트가 많은 곳에도 주차장에 당장 공용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아직은 거의 전기차를 쓰지 않다시피 하니까요. 이는 현재의 의지와 제대로 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둬야 하는 것입니다.

 MB정부는 '그린카 선진국'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기차 정책을 핵심으로 내세웠습니다.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해 20조 원 시장을 만들겠다'고 떠들었고, 덕분에 전기차 관련 주식은 상승세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전기차 업체는 퇴출당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실상 소비자에 팔린 전기차는 전혀 없었습니다.

 왜 우리가 전기차에서 실패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캘리포니아가 잘 보여주고 있고, 적어도 정부가 엉뚱한 전기차 정책을 다시 내놓더라도 비판할 거리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기차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이 현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캘리포니아의 사례를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