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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인텔이 배터리 수명의 큰 이익에 애플을 신용한 이유

 모바일 기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최대 관심사는 빠른 속도도 아니요, 훌륭한 디스플레이도 아니요, 단연 배터리였습니다. 빠른 속도나 디스플레이가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의 탄생부터 여태까지 배터리가 가진 비중이 그 어느 부분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AA 건전지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느냐에서부터 충전기를 들고 다니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빨라지고 선명해져도 배터리, 즉, 모바일 기기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은 언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인텔이 배터리 수명의 큰 이익에 애플을 신용한 이유

 
 그런 배터리 문제가 하루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조차 사용 분야에 따라 금방 달아버리니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기도 합니다. 진정 하루를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등장한 것도 근래입니다. 하스웰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북 에어 말입니다.




맥북에어 하스웰



 지난 WWDC 2013에서 공개되고, 당일부터 판매가 진행된 신형 맥북 에어는 11인치 제품이 9시간, 13인치 제품이 12시간의 배터리 시간을 자랑했습니다. 실생활에서 거의 온종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CNET은 보도를 통해 인텔이 자사 투자자 모임에서 커크 스카우(Kirk Skaugen) 인텔 PC 클라이언트 그룹 수석부사장이 '애플의 맥북 에어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애플과의 협력으로 맥북 에어의 수명이 6시간에서 12.5시간으로 두 배가 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텔의 하스웰 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배터리 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이지만, 이를 두고 인텔은 애플과의 협력이 이뤄냈다고 말한 것입니다.
 
 인텔의 이 같은 반응에 쉽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다른 제조사들은?'입니다. 똑같이 하스웰을 장착한 제품들이 하나씩 출시되고 있는데, 굳이 애플을 빌어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 것을 얘기하는 것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볼 수 있죠.
 
 인텔과 애플이 랩탑을 두고 협력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그 협력으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부분이 맥북 에어의 배터리 수명이며, 실제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랩탑이 나온 것은 소비자로서도 반길만한 일입니다. 다만, 이것이 그냥 그 협력을 통한 성과의 결과물이 맥북 에어이므로 인텔이 애플과의 협력을 신용하는 듯 얘기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좀 더 진득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분명 하스웰 프로세서의 성능으로 맥북 에어의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두고 하스웰 프로세서만의 공으로 돌리기에는 맥북 에어의 역할이 상당했습니다. 먼저 필자는 지난달,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의 배터리 벤치마크 결과를 들어 OS X 매버릭스를 설치한 것만으로 맥북의 배터리 효율이 향상되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적게는 10~20%, 많게는 50%까지 배터리 교체 없이 향상되었으며, MS의 서피스 프로 2가 맥북 에어와 똑같은 프로세서를 장착했음에도 배터리 효율이 맥북 에어보다 두 배나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타났죠.
 
 인텔이 맥북 에어를 들고, 애플과의 협력에 관해서 얘기한 이유입니다.
 
 실제 소비자들이 모바일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했을 때 명시된 배터리 사용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배터리가 소모한다는 느낌을 얻습니다. 더 많은 연산을 하다 보니 그럴 수 있지만, 신형 맥북 에어는 그런 부분과 상관없이 실제 10시간이 넘도록 사용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기존 제조사들은 이런 배터리 관리 부분에서 매우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윈도우의 배터리 효율까지 함께 떨어지니 인텔이 아무리 저전력의 프로세서를 내놓더라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사용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는 별다른 해결책도 없었고, 프로세서의 배터리 효율이 높아진다면 효율은 그대로 둔 채로 배터리 용량을 줄여 두께나 무게를 맞춰내니 매번 제자리걸음이었죠.
 
 그런데 맥북 에어는 달랐습니다. 먼저 하스웰을 떠나 운영체제 측면에서 효율이 향상했으며, 거기에 저전력의 하스웰 프로세서까지 장착하니 하스웰 프로세서의 성능이 더 돋보인 것입니다. 배터리 수명이 두 배가 되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니까요. 만약 애플이 매버릭스로 배터리 효율 개선도 없이 그저 하스웰 프로세서만 탑재했더라면 '하루'라는 실사용 시간과 '두 배 증가'라는 수치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하스웰 프로세서를 장착하는 것으로 배터리가 크게 상승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에 부족했겠죠. 그러나 애플과 협력한 덕분에 하스웰 프로세서의 저전력 부분이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애플에도 배터리 부분에서의 승리지만, 인텔에도 큰 승리입니다.
 
 타 제조사들이 기존의 배터리 용량을 들고, 맥북 에어와 같은 두께와 무게, 성능을 내면서 비슷한 배터리 수명을 맞춘다?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서피스 프로 2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텔의 큰 승리가 제조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증거가 됩니다. 소비자들은 맥북 에어의 배터리 수명에 크게 반응할 것이고, 하스웰 프로세서를 탑재하고서 제대로 된 배터리 수명을 제공하지 못하는 제품은 외면받을 테니까요. 타 제조사들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던 것을 제대로 해내야 합니다.
 
 인텔과 애플의 협력은 소비자로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 이들의 협력이 랩탑의 전반적인 배터리 수명에 관여하는 방아쇠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인텔이 배터리에 있어서 애플을 신용하는 이유이며, 이런 관계가 상당히 밀접해졌음을 커크 스카우가 대변했습니다.
 


 

협력


 큰 마찰이 없다면 이런 관계는 꽤 오래갈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맥북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CEO가 같은 날 투자자 모임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공격적인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전에 제기되었던 애플과의 계약이나 신제품 협력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 큰 파트너로 손을 잡게 되면서 쉽게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애플과의 파운드리 계약이 유효한 것은 아니지만, 애플의 미국 내 생산 강화와 같은 방향의 전환이 인텔과의 관계를 맥북 에어의 배터리 수명에만 얽매여 놓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맥북 에어라는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크르자니크의 파운드리 개방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했을 때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서로 충분한 이득을 가져갔을 때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데, 맥북 에어가 충분히 그런 구실을 한 것입니다.
 
 적어도 맥북 에어로 인텔은 상당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그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한다면 공식적으로 애플에 대해 발언한 것은 시원찮은 칭찬이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인텔의 신용 관계가 애플과의 협력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될지 두고 봐야 하며, 윈텔에 죽을 썼던 애플이 인텔과 긴밀히 손을 잡게 된 것이 흥미로운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