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자회사인 캠프모바일(CampMobile)은 올해 2월 28일 설립되어 '도돌'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런처, 키보드, 파일 탐색기와 같은 모바일 유틸리티 앱을 토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밴드(Band)'입니다.
밴드, 체류시간 20억 분이 의미하는 것
밴드는 네이버의 모바일 역량이 성장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라인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라인의 뿌리가 NHN 재팬에 있다면, 밴드는 네이버에 뿌리를 두고 모바일 앱으로 성공한 쪽에 듭니다. 작년 8월 출시 이후 40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국내 SNS 시장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20억 분
닐슨코리안클릭의 자료를 보면 지난 11월 밴드의 총 체류시간은 20억 분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1월과 비교하여 835%나 성장했습니다. 이 수치는 17억 분을 기록한 네이버 카페를 뛰어넘는 것이며, 14억 분을 기록한 다음 카페는 이미 지난달에 넘어섰습니다. 오랜 시간 커뮤니티 서비스로 주목받아 온 카페를 1년 여 만에 뛰어넘는 성과를 내놓은 겁니다.
밴드가 글로벌 이용자를 약 2,000만 명 확보하고 있지만, 100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카카오의 카카오그룹의 체류시간은 20억 분에 훨씬 미치지 않는 3,100만 분을 기록했습니다. 카카오그룹의 다운로드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사용량에서 밴드가 압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용자만 확보한 것이 아니라 지난 11월에는 밴드 내 '기프트샵'을 열어 회원 간 실물 상품을 선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익 창출 모델도 제시했습니다. 선물할 수 있는 상품은 일반적인 먹거리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시계 등도 등록되어 있으며, 그룹 단위로 소통하는 밴드의 특성을 반영한 상품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밴드의 체류시간은 밴드의 성공 아니라 좀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의미
밴드가 성장하는데 크게 영향을 준 것은 각종 '모임'입니다. 동창회부터 계 모임, 스터디그룹, 동아리 모임, 산악회 등 여러 형태의 모임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한 사람이 엮인 모임이 늘어나니 거대한 그물망처럼 거대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임을 쉽게 웹으로 끌고 온 것은 원래 '카페'였습니다. 개설이 쉽고, 게시물이나 회원 관리가 편리하다는 점에서 포털의 카페 서비스가 유행하면서 여러 모임을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카페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가입자 중 기성세대도 많았으나 PC 사용과 거리가 먼 이용자가 많은 탓에 개설이나 가입은 나름 이뤄졌지만, 실제 사용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전국 학교의 동창회를 다 만든다고 해도 모두가 쉽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주도해도 누군가 따라오기 쉽지 않았던 것이죠.
밴드는 이런 문제를 많이 해결했습니다. 직관적인 터치 인터페이스는 기성세대의 거부감을 덜기 좋았고, 항상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라면 PC보단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가입도 어렵지 않고, 스마트폰이 개인 프로필로 작용하다 보니 기성세대가 어려워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하는 등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존 카페 모임 이용자들의 밴드 이동과 함께 기성세대의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단숨에 밴드가 카페 체류시간을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3~5인 수준의 소규모 모임을 카페로 구축하기에는 관리 등에서 번거로운 면이 있었고,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이런 소규모 모임의 유입도 같이 늘어났습니다. 사용자들이 카페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모바일에서 해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카페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BBS 커뮤니티 성격이 더 확실해지고, 개인을 기준으로 하는 소통은 모바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웹이 아니라 모바일 앱이 모임을 형성하는 수단이 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이 밴드는 지난 4월 PC 버전으로 선보이고,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기존 카페가 PC 웹에서 모바일 앱으로 넘어갔다면, 밴드는 반대로 모바일 앱에서 PC 웹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모바일이 소통의 중심이 되고, PC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쪽으로 기운 것이 메신저 분야뿐만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그룹 SNS
밴드는 '제2의 아이러브스쿨'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동창 모임의 허브로 밴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인데, 여러 문제로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웠던 카페와 다르게 20억 분의 체류시간이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 사용이 많이 이뤄지고 있고, 모임이라는 특성상 유지만 된다면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밴드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밴드만 아니라 다음의 모바일 커뮤니티인 캠프나 막 시작한 카카오그룹까지 그룹 SNS가 높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밴드의 빠른 성장으로 내비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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