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방통심의위 '해외사이트 차단', 억압하려 들지 마라

 '불법/유해 정보(사이트)에 대한 차단 안내'
 
 전문적인 음란물 사이트는 그렇다 하더라도 간혹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이트에 접속했음에도 우리는 익숙한 파란색 배경을 볼 수 있습니다. 보호하겠다는 명목의 이 차단 조치는 한국의 인터넷 자유를 억압하고 있습니다.
 




방통심의위 '해외사이트 차단', 억압하려 들지 마라


 그런데 이 차단 범위가 확대된다면 어떨까요? 지금도 억압받는 인터넷 자유에 더욱 더러운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떻겠는가 하는 겁니다. '어떤 잣대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개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명목 외 차단이 지금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더 무슨 잣대가 필요하냐고 하는 쪽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옳겠죠.



해외 사이트 차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7일 10시, 목동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공청회는 지난 11월 27일 입안 예고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 개정안'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검토하여 개정안에 반영하기 위함입니다.
 
 공청회에는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 신용원 법무법인 태산 변호사,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방청석의 질의/답변도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서 방송통신의위원회는 해외 서비스를 국내 규정에 맞춰 위반하게 되면 차단하는 규정을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해외 웹 사이트를 한국 실정에 따라 심의하여 차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삭제하거나 폐쇄하는 것은 아니고, 국내 이용자가 불법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해외 웹 사이트라 하더라도 국내 이용자가 접근하므로 심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법 사이트를 막겠다.',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불법이라는 것을 '나쁘다.'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규정과 맞지 않을 뿐'이라고 본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실상 해당 웹 사이트가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어떤 규정이든 잣대를 들이대면 차단할 수 있는 명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잣대를 쥐여주는 자체가 과연 있어야 하는 일인지 분명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억압



 이것은 단순한 서비스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아마존이나 이베이가 전자상거래법에 걸린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아마존을 차단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므로 '통과되면 차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개정안이 악용되면 전혀 예상 범위의 사이트까지 잘라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당연하게도 우회할 방법은 너무 많습니다. 이를 막을 방법?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선을 모두 잘라버리거나 모든 가정에서 PC를 들어내고, 스마트폰을 압수하지 않는 한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중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정안의 실효성은 아주 떨어집니다. 차라리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데 세금을 쓰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아주 멍청한 법안입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을 내놓았다는 '의미'는 무시할 수 없게 합니다.
 
 도대체, 왜, 어째서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일까요? 무엇이 두렵고, 어떤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기에 가장 극단적인 통제 방법인 '차단'을 아무렇지 않게 내세우고, 이를 통해 제어하려는 것일까요? 이런 차단 규정은 '국민 모두를 인터넷에서 보호한다'라고 하는 전체주의적인 사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통제된 사회에서 개인의 모든 활동이 국가에 의해 억압당해야 한다는 자유를 기만하는 저급한 처사입니다.
 
 규제가 완전히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만약 국내 저작권 문제가 해외 웹 사이트에서 발생하거나 국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만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웹 사이트라면 그냥 넘길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안이지 차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국내 도서 다수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해외 사이트가 있다고 합시다. 이를 차단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앞서 말했듯이 우회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차단을 하더라도 우회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한, 국내에서만 이 웹 사이트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해외에서 접근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차단을 해봐야 '우리나라에서만 보지 못할 뿐', 전달된 정보 자체를 웹에서 걸러낼 순 없습니다. 고로 차단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정보 유통을 차단한다는 것' 이상 어떤 이점도 없다는 겁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식한 발상이고, 해결 방안이 아닌 것을 해결 방안으로 삼았을 때 나타날 현상은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국가는 자유를 통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고, 그 안전을 위한 정보 전달의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안전하지 않은 사이트를 차단한다'는 것은 어쭙잖은 변명이며, 안전이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타인을 침범하지 않고, 타인의 자유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고, 지켜주지 않으려 한다면 어디서 자유와 안전을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자유



 
 페이스북이 제출한 IPO 서류에는 4개의 국가가 등장합니다. 시리아(SYRIA), 이란(IRAN), 중국(CHINA), 북한(North KOREA)입니다. 'SICK 국가'로 불리는 이 4곳은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없는 국가입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제하고, 국가가 나서서 웹을 검열하고 차단하는 대표적으로 자유를 억압당하는 지역입니다.
 
 자, 그래서 이들의 통제와 검열이 방통심의위의 개정안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요? 물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다르죠.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째서 SICK 국가가 하는 통제와 검열을 하려는 걸까요? 적어도 페이스북은 한국 법인이 있으니 SICK 국가로 분류되진 않겠지만,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통제 상황을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으니까요.
 
 무엇을 위한 차단입니까? 필자는 얘기합니다. 이 개정안의 통과 여부를 떠나 국민은 자유를 통제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오만한 권력에 고개 들지 말고, 오히려 현재 차단하고 있는 것들을 다시 풀어놓기나 하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