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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알뜰폰, 어디까지 유지될까?

 통신비를 줄이려는 방법으로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결합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었지만, 자급제 시작과 함께 '알뜰폰'이 주목받으면서 통신사에 쫓기지 않는 방법으로 인기를 몰고 있습니다. 알뜰폰의 폭발적인 인기에 평균 가계통신비 절감을 이뤄질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알뜰폰, 어디까지 유지될까?


 알뜰폰이 저렴하지만, 문제는 옮기는 소비자가 한정적이라는 겁니다. 알뜰폰 정착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늦었고, 인식이 개선되곤 있으나 이미 저렴한 통신비보다는 좋은 통신 서비스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 형태를 전체적으로 바꾸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알뜰폰 성장



 우체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알뜰폰 가입자가 2만 명을 달성한 지 9일 만에 3만 명을 넘기는 소위 초대박을 쳤습니다. 9월 27일 판매를 시작한 우체국 알뜰폰은 한 달을 넘기지 않은 10월 23일에 1만 대를 달성했고, 지난 3일에는 2만 대, 그리고 공휴일을 제외한 9일이 지난 16일에 3만 대 판매로 집계되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의 기본료가 1,000원인데다 일반 판매자가 아닌 우체국이라는 점이 소비자를 신뢰하게 하는 큰 역할을 했다는 것과 어디든 있는 우체국의 접근성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월부터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홈플러스가 현재 3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우체국 가입자는 정말 빠르게 늘어난 셈입니다.
 
 지난 10월, 우체국에 이어 알뜰폰 판매를 시작한 이마트도 두 달 만에 가입자 8,000명을 확보했고, 막 한 달이 지난 신협도 꾸준하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농협과 새마을금고도 알뜰폰 경쟁에 뛰어들면서 사실상 누구나 전국 어디서든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러나 주요 판매처와 함께 총 27개의 사업자가 알뜰폰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통신 3사를 두고 치열했던 고객 모시기를 알뜰폰 시장은 더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것이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존 통신사 경쟁과 일부 수요를 두고 27군데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이들이 고객 확보를 빠르게 하고 있음에도 흑자 전환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계



 알뜰폰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은 지난 3분기 알뜰폰 사업으로 50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분기마다 가입자가 늘면서 이 적자도 많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체국이나 이마트가 짧은 시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이조차 흑자 전환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럼 흑자를 내기 위해선 가입자를 더 유치해야 한다는 답에 도달하게 되는데, 알뜰폰 경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가 바로 신규 가입자 확보입니다.
 
 분명 우체국과 이마트의 선전을 보면 알뜰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으며, 가입자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통신 시장보다 회전력이 빠르지 않다는 겁니다. 알뜰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학생이거나 노년층입니다. 이들이 모두 알뜰폰으로 모인다고 하면 좋겠지만, 알뜰폰을 이미 도입 중인 국가들을 볼 때 최소 500만 명이 알뜰폰을 사용해야 흑자를 내면서 사업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존 선지급제 휴대폰 가입자를 포함하여 알뜰폰 사용자는 220만 명 수준이고, 지금보다 2배 이상 가입자를 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선지급제 휴대폰 사업자가 아닌 우체국 등의 신흥 사업자가 끌어모을 수 있는 가입자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이 한계선이 멈춰버리면 27개의 사업자 내에서 회전이 크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기존 통신사 가입자는 연령층이 다양한 덕분에 교체 주기가 상당히 짧은데, 이는 신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와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면서 나타난 것입니다. 반면, 알뜰폰의 주 고객인 학생과 노년층, 특히 노년층의 교체 주기는 빠르지도 않고, 사망으로 가입자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어서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고 축소되는 순간부터는 성장 자체가 어렵습니다.
 
 당장 내년에 흑자 전환하기도 쉽지 않지만, 흑자로 전환하더라도 유지한다는 점이 기존 통신 시장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고, 유지하더라도 성장 지연으로 언제 적자로 돌아서게 될지 알 수 없는 시장입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현재 통신사의 망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가격이 가입자가 많으면 더 저렴해지는 특성이 있어서 낮은 회전력에 따라 가입자가 줄게 되면 그만큼 망 사용료도 더 내야하고, 줄어든 가입자만큼 수익도 적어져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작년과 올해 알뜰폰 가입 추세를 볼 때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면 내년에 50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내년이 알뜰폰의 가장 빨리 성장할 시기면서 성장이 멈춰버릴 시기가 된다는 겁니다. 이후에는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만이 방도이며, 약정이 끝난 알뜰폰 사용자 일부가 기존 통신 3사로 재가입할 가능성도 두어야 하므로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그다음 해부터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알뜰폰



 알뜰폰이 줄일 수 있는 가계통신비 범위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미래부는 초기 단계의 알뜰폰을 두고 가계통신비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위해서 통신 3사의 보조금 단속 등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한계에 도달했을 때 이후를 전재에 두고 있진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해선 통신 3사의 요금을 조정할 필요가 여전하며,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알뜰폰과 큰 낙차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그 낙차를 좁혀야 합니다.
 
 '그럼 알뜰폰은 경쟁이 안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입자가 모여도 흑자전환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결국은 한계에 도달하는 알뜰폰이기에 성장이 멈추면 유지하는 것 이상 어떤 현상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계점에서 성장이 어렵다면, 통신 3사의 요금을 조정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중요한 쟁점은 현재 가계통신비 절감에 알뜰폰을 밀고 있지만, 알뜰폰 이슈가 끝나는 지점, 앞서 설명한 내년부터 다시 잦아든 요금제 인하 방안이 논란으로 떠오르게 될 겁니다. 그러니 한계가 분명한 알뜰폰으로 가계통신비 문제를 몰아넣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알뜰폰 유지와 함께 전체적인 가계통신비를 줄일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알뜰폰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을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영향이 벽에 부딪히는 것이므로 알뜰폰에 대한 너무 큰 기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보진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