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가 최근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메일 불통이나 악성코드가 삽입된 광고 등 몇 가지 사건이 벌어지긴 했지만, 회사가 존망을 걱정하던 때를 생각해본다면 아주 심각한 상황에 서 있진 않은 것이죠. CEO인 마리사 메이어의 강력한 리더쉽에 힘입어 훌륭하게 재기했습니다.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News Digest)로 본 전략은?
야후는 모바일에 집중하면서 핵심적인 서비스를 8가지로 압축했습니다. 모두 모바일 앱으로 제작했고, 상당한 호평을 받습니다. 특히 날씨 앱은 야후가 만든 앱들뿐만 아니라 여러 날씨 앱 중 단연 최고로 꼽힙니다. 전반적인 교통정리를 어느 정도 마친 야후가 다음으로 눈여겨본 것은 '뉴스'입니다.
야후는 CES 2014를 통해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Yahoo News Digest)’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야후는 섬리(Summly)라는 뉴스 요약 앱을 3,300만 달러에 인수했는데, 그 기능에 기반을 두고, 새롭게 제작된 앱이 바로 뉴스 다이제스트입니다.
뉴스 다이제스트는 하루 두 번, 아침과 저녁에 중요한 뉴스를 야후가 선정하고, 요약하여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입니다. 한 번 알림에 최대 9개의 뉴스가 포함되며, 편집자들이 고르고 고른 '그 날의 뉴스'를 정해진 시간에 전달하는 간단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뉴스 다이제스트의 방식은 최근 뉴스 트렌드를 완전히 역행하는 것입니다. RSS에 기반을 두거나 매거진으로 구성해 자신만의 뉴스 채널을 구성하도록 하는 개인화된 방식이 아니라 야후가 정해준 뉴스를 전달받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야후의 제품 매니저가 된 섬리의 개발자, 닉 달로이시오(Nick D'Aloisio)는 뉴스 다이제스트를 두고, '꼭 필요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개인이 보고 싶어하는 뉴스들만 선정하여 전달받는 기존 모바일 뉴스 체계에 뉴스 다이제스트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꼭 봐야 하는 뉴스'를 꼬집어 주는 역할로 개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온갖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뉴스 피드는 수시로 스마트폰을 울립니다. 사용자는 이것을 보거나 보류했다가 나중에 보거나 혹은 보는 것을 거부하거나 3가지 행동을 취해야 하죠. 보는 것을 거부한다면 사용자는 결국에 큐레이션 서비스를 지워버릴 겁니다. 바로 확인하여 본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은 항상 존재하지 않죠. 만약 뉴스를 놓쳐서 보류해뒀다면 뉴스를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쌓여있는 많은 양의 뉴스를 감당해야 합니다.
뉴스 다이제스트는 이런 상항을 반대로 이용했습니다. 굳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려 하지 않더라도 하루 두 번은 중요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하여 이슈에 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모바일을 통해 안정적인 뉴스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죠. 물론 야후가 선정한 뉴스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알림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용자들에겐 개인화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보다 안성맞춤의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야후가 뉴스 다이제스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야후는 많은 뉴스를 통해 야후 뉴스에 접근하도록 하고, 유입을 늘려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뉴스 다이제스트는 하루 두 번만 사용자를 야후가 선정한 뉴스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그 외에는 뉴스에 신경 쓰지 않아도 좋고, 달리 말하면 트래픽이 줄어들 우려가 발생하죠. 그런데도 야후는 왜 뉴스 다이제스트를 선보인 것일까요?
야후가 섬리를 막 인수했을 때 대개 개인화된 뉴스를 요약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야후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것이 최근의 뉴스 트렌드이자 섬리를 가장 잘 활용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뉴스를 개인화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CES 2014의 기조연설에서 마리사 메이어는 '사용자들이 한 주 동안 스마트폰을 어디에 얼마큼 사용하는가'하는 통계 자료를 내놓습니다. 1위가 날씨였고, 2위가 검색이었으며, 이어 이메일, 사진 공유, 비디오 시청, 스포츠, 주식, 그리고 8위가 뉴스였죠. 그리고 야후를 이 모든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20%만이 한 주에 뉴스를 본다는 결과에 주목해야 합니다.
뉴스 서비스가 뜨고 있지만, 전체 사용자로 본다면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도 결국에는 20% 안에서 움직인다면, 오히려 나머지 80%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뉴스 다이제스트는 그 부분을 파고든 것입니다. '무료로 마치 정기구독하는 것처럼 뉴스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이죠.
이어 '야후 매거진(Yahoo Magazine)'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뉴스 기반을 마련했는데,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였던 데이빗 포그(David Pogue)를 영입해 기술 분야의 매거진을 CES 2014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매거진의 카테고리는 늘려나갈 것이고, 이는 20%를 위한 뉴스 생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후는 직접 뉴스를 생산하면서 유통하고, 유통에 뉴스 다이제스트라는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여 모바일 사용자들이 폭넓게 뉴스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동시에 확고한 뉴스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그것이 야후가 뉴스 다이제스트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며, 모바일 뉴스 사업의 실체입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바일 뉴스에 대한 지배권 강화'라고 해야겠죠. 그만큼 야후의 뉴스 사업 전략은 '볼 사람은 보겠지.'라는 관점을 벗어나 '보지 않을 사람도 이건 봐야 해.'라고 지적하면서 뉴스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있습니다. 그리고 볼 사람은 볼 뉴스 기반은 따로 두었죠.
큐레이션 서비스에 정체된 모바일 뉴스 시장에 야후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입니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뉴스 다이제스트는 벌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주 간편하고, 가장 쉬운 뉴스 앱이라고 말이죠. '가장 쉬운 뉴스 앱', 이 말 자체가 야후의 뉴스 사업이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잘 보여줍니다.
출발은 좋습니다. 이후 야후의 뉴스 전략이 어떤 식으로 빛을 보게 될는지, 혹은 사용자들이 쉬운 뉴스를 거부하는 날이 올는지 기대를 하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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