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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웨어러블, 패션을 품어가다


 웨어러블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필요성에 대한 회의감이 가장 큰 부분일 테고, 가격도 고민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대중화에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바로 외형입니다. 패션 감각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웨어러블, 패션을 품어가다

 필자는 이전에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경쟁자는 기존 시계 업체'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IT 업계에서 스마트워치로 경쟁을 해봐야 기존 시계 시장과 경쟁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손목에 첨단기술이 탑재된 시계를 채울 수 없다는 겁니다.
 
 


 킥스타터 신화인 페블(Pebble)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CES 2014에서 이전의 플라스틱 소재의 스마트워치가 아닌 금속 소재를 채용한 '페블 스틸(Pebble Steel)'을 공개했습니다. 페블 CEO인 에릭 미기코브스키(Eric Migicovsky)는 '페블스틸은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고는 싶지만, 스포츠 시계 같은 외형이 아닌 일반 시계 같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메모리를 제외하고는 기존 페블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금속을 둘렀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았습니다. 249달러의 가격으로 기존 페블보다 100달러 비싸더라도 가격보다는 스타일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탓입니다.
 
 The Verge는 페블 스틸을 두고, '비즈니스를 위한 제품'이라면서 일반적인 시계 외형, 훌륭한 알림과 앱, 직관적인 사용성이 장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리뷰는 단순히 IT 기기를 조명한 것이지만, 마치 패션 잡지의 시계 소개를 보는 느낌을 전달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습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에 새로운 옷을 입혔습니다. 지난달 28일, 구글 글래스 공식 웹 페이지에 '티타늄 컬렉션’(Titanium Collection)'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기존 구글 글래스에 추가 225달러를 내면 5가지 색상의 4가지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안경을 착용한 사용자를 위한 제품으로 고안되었지만, 선글라스 2종류를 추가하여 상황에 따라 구글 글래스를 착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렸습니다. 이렇게 추가된 외형의 선택지는 무려 40여 종으로 이후 계속해서 추가될 것을 생각해본다면 고글이나 스포츠 글래스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안경원에서 안경테를 고르는 마냥 구글 글래스를 고를 수 있게 된 셈이고, 외형적인 부분이 다듬어지면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구글 글래스가 레저활동에 활용하기 좋은 제품이라 다양한 외형과 결합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겠죠.
 
 


 웨어러블 제품이 기능의 우위보다 패션을 품어가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을 페블과 구글 글래스가 최근 보여준 것입니다. 하나의 패션 플랫폼이라고 규정한다면 페블은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재질의 페블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분명 스마트워치로서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시계 제품 라인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페블 스틸을 통해 방증했습니다. 구글 글래스도 안경이라는 기존 장치의 역할을 구분하여 구글 글래스를 장착하면서 기존 장치의 원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세부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옷만을 입지 않고, 한 가지 시계만을 착용하지 않으며, 한 가지 신발만을 신지 않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한 가지만 착용하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죠. 대중성을 위해서는 이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되며, 기술을 주축으로 한 패션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 웨어러블의 방향입니다. 패션 업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꼭 패션 업체가 되지 않더라도 이 요소를 수행할 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인텔은 CES 2014에서 바니스 뉴욕(Barneys NewYork),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 등과 협의하여 더 나은 외형의 웨어러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직접 패션 업체가 되진 않지만, 기존 패션 업계와 손을 잡고 기술과 패션을 융합하는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도가 늘어남에 따라서 웨어러블을 개발하려는 업체들의 고민을 착용 부위를 특성화나 기능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디자인에도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입니다. 시계, 팔찌, 안경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티셔츠나 신발까지 컴퓨팅을 적용할 생각이라면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또한, 유명 패션 업체들과 IT 업체 간의 콜라보도 늘어날 것이며, 특히나 협력에 따라서 판매량이 좌우될 수도 있는 부분이므로 패션 동향을 함께 주시하는 것이 웨어러블의 쟁점이 될 것입니다.
 
 


 웨어러블이 패션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웨어러블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패션 잡지를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확대될 것이 분명하므로 IT 업계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는 기존의 제품 외형에 대한 고민에서 한 층 더 뻗어 간 것이며, 웨어러블이 진정 차세대 주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방안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좋은 평가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반적인 의류나 잡화판매장에서 IT 제품을 손쉽게 만날 날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당장 국내는 아니지만, 나이키만 하더라도 매장에서 퓨얼밴드를 바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 아예 이런 제품만 판매하는 전문 매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고, IT 웨어러블과 패션의 조합은 상당한 부가 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얼마 전, '2014년이 웨어러블의 해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괜찮은 웨어러블 제품이 등장하긴 하겠지만, 대중화에서는 동떨어져 있고, 그걸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패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