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PC를 얘기할 때 꼭 등장하는 브랜드가 있으니, 소니의 바이오(VAIO)입니다. 1996년 바이오라는 브랜드가 창설된 후 우수한 마감, 빠짐없는 디자인,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많은 제품을 선보였고, PC가 완전히 꺾여 들던 때에도 고급 PC의 자리를 꿰차고 있던 바이오였습니다.
소니, 바이오 PC 부문 매각
높은 가격 탓에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면도 보이지만, 제품이 가진 이미지 덕분에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싶은 노트북이 바이오였고, 그 명성만큼은 어느 PC 제조사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바이오가 소니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소니는 바이오의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소니는 2월 6일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가 있은 후 바이오 PC 부문을 사모펀드인 JIP(Japan Indusrial Partners)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매각의 이유는 구조조정으로 사업부를 축소했지만, PC 사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윈도 기반의 PC 생산을 전부 중단하며, 약 250~300명 정도의 PC 사업부 직원이 JIP로 이직합니다.
이런 매각 사안에 대해선 이미 지난 2월 1일, 일본 NHK 방송은 소니가 PC 사업을 레노버에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소니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그럼에도 '여러 방향을 생각 중이다.'고 답하여 매각 자체가 전혀 없는 계획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이어 5일에는 일본 닛케이신문이 '소니가 JIP에 PC 부문을 매각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그러고 하루 만에 소니는 매각 소식을 발표한 것입니다.
매각 협의는 3월 중을 완료할 예정이며, 7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관을 끝마치면 바이오 브랜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다른 제조사로 넘어가게 될지, 아니면 생산 기반을 다시 다져서 PC를 생산하게 될지 두고 볼 부분입니다.
바이오의 매각은 전반적인 PC 시장에 많은 부분을 시사합니다. 먼저 기존의 PC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해왔던 저가 제품을 쏟아내는 일을 소니는 하지 않았습니다. 레노버가 PC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저가 물량 공세가 가능했던 덕분인데, 소니는 일절 저가 라인업을 지니지 않고, 고급 PC를 지향했습니다. 바꿔말하면 고급 PC조차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고급 윈도 PC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이기에 더욱 크게 느껴지는 부분인데, 그나마 남은 것이 델의 XPS정도이다 보니 고급 PC에서의 바이오가 빠지는 부분은 시장 전반을 헤집을 수 있을 만큼입니다. 물론 매각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급 PC를 생산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13년 소니는 580만대의 PC를 판매했고, 이는 2012년보다 20%나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그마저도 태블릿으로 빠져나간 수요자들 외 고급 PC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골수 사용자들을 두고도 줄어든 수치라 매각 이후 계속 고급 PC를 생산하는 것이 사업으로 동의할만한 것은 아닙니다.
결국, 남아있는 고급 PC 수요는 XPS 등으로 넘어가겠지만, PC 브랜드로는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던 바이오라 바이오의 수요보다는 전체적인 PC 수요 감소를 이번 매각이 잘 보여줍니다. 그나마 바이오를 다시 살릴 방법은 레노버처럼 저가 물량 공세로 남아있는 PC 수요를 붙잡는 것일 테지만, 바이오라는 브랜드에 그다지 어울리는 방법은 아니죠.
또한, 소니의 전략도 눈여겨볼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 노트북, 하이브리드 PC 생산을 중단하지만, 태블릿은 계속 개발할 계획입니다. 태블릿을 PC 범주에 놓고 본다면 소니의 완전한 PC 시장 철수라고 볼 수 없으며, 모바일에 중점을 둔 PC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바이오 팬들에게는 차라리 바이오라는 이름을 지닌 고급 태블릿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강할 테지만, 태블릿 쪽의 상황도 썩 좋은 편은 아니므로 매각을 통한 사업 축소로 가닥을 잡았을 터입니다.
매각 협의는 거의 확정적이지만, 소니는 바이오의 봄 라인업까지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 바이오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바이오만의 신성하면서도 우수한 제품의 느낌을 얻고 싶은 소비자라면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입니다.
바이오 매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절차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저가 시장에 더는 남아돌지 않는 수요만큼 붙들고 있던 곳이 고급 시장이었음에도 바이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셈이 되었으니까요. 소니의 사업 전반이 청신호였다면 위험 요소를 감수하면서도 바이오를 지켜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만큼 PC도 PC지만 소니의 상황이 당장 좋다고 할 순 없습니다.
다만, 소니가 특정 부분에 집중하려는 모습은 이후에 어떤 제품을 내놓더라도 좋은 방향이며, 바이오라는 큰 벽을 떼놓고, 그 이상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앞으로 소니의 행보에 더욱 시선을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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