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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라인의 힘은 '멀티플랫폼'


 라인(Line)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카카오톡(KakaoTalk)의 사용 비중이 높은 탓에 라인의 인기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가입자가 1,000만 명이 넘은 국가만 6곳을 보유한 초대형 메신저로 전 세계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많은 메신저가 있음에도 라인이 이렇게 치고 나갈 수 있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인의 힘은 '멀티플랫폼'


 라인의 인기 비결로 '깔끔한 스티커'를 말하기도 하고, 안정성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죠. 그렇다면 라인의 높은 인기 비결의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필자는 '멀티플랫폼 전략'에서 그 비결을 찾고 싶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6일, 201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실적발표에서 나온 라인의 성적은 놀라웠는데, 가입자만 3억 4,000만 명. 하루 60만 명의 사람이 라인에 가입하고 있다고 네이버는 밝혔습니다. 매출은 1,36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2% 상승했습니다. 아직 대부분 수익이 일본에서 나오고는 있지만, 세계적인 가입자 확보를 통해 수익 상승의 여지를 여전히 열어두고 있으므로 매출 곡선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라인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에 따라 기호가 달라지는 플랫폼에 따른 전략 덕분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의 안드로이드 사용 비율은 90% 이상으로, 국내 실정을 두고 전략을 기획해야 한다면 안드로이드에 비중을 더욱 둘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며, 특정한 지역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선호 플랫폼에 대한 편차를 두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라인이 그렇게 했느냐?'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하더라도 라인이 가장 인기가 높은 지역은 일본이고, 일본의 아이폰 점유율은 70%에 육박합니다. 일본의 라인 가입자만 5천만 명이라 iOS에 대한 지원을 게을리했을 때 그 타격을 빗겨갈 수 없을 것이고, 매출마저 일본에서 80% 수준을 벌어들이는 덕분에 일본의 선호 플랫폼인 iOS를 공략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라인이 안드로이드에 소홀하지도 않습니다. 전 세계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80% 이상이고, 현재 라인의 주요 신규 유입이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높은 곳에서 발생합니다. 당연히 확실한 지원이 이어져야 하죠.
 
 여기까지 들으면 '대개 메신저가 iOS와 안드로이드를 지원하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인이 다른 점은 어느 플랫폼에도 편중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공 서비스에 따라서 편중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보다 지원에 대한 균형이 아주 잘 잡혀있는 것이 라인입니다. 예를 들어 라인은 지난해 9월에 iOS 7 지원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iOS 7이 출시되는 시기에 맞춰서 지원한 것인데,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로 iOS 7을 지원하는 업데이트를 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라인처럼 전면적인 업데이트가 아니었고, 10월 말에 되어서야 iOS 7 스타일의 키보드를 지원했으며, 이후에도 iOS 7 스타일의 팝업창도 11월에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이는 라인과 카카오톡의 iOS 대응 그룹의 지원 규모를 비교할 수 있는 단적인 것으로 라인이 멀티플랫폼 전략에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분명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부분은 iOS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인데, 윈도폰을 보더라도 윈도폰 용 카카오톡과 윈도폰용 라인은 확연하게 기능이나 성능, 지원에서 차이가 벌어집니다. 물론 윈도폰의 점유율이 낮은 탓에 카카오톡이 지원 여건을 늘려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라인의 성과를 두고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인도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0%지만, 윈도폰이 그 뒤를 이어 2위이며, 인도의 라인 가입자는 1,600만 명 수준입니다. 1,600만 명 중 윈도폰 사용자가 몇 명이나 될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카카오톡 없어서 윈도폰 안 산다.'는 말이 있었던 때를 생각했을 때 윈도폰 용 라인을 지원하는 것은 인도에서 윈도폰을 구매하는 것에 큰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윈도폰 용으로 다른 메신저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라인이 지원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은 라인 사용자들이 어떤 제품의 구매를 결정해도 라인을 사용하도록 하는 이유가 되므로 라인에 있어서 인도에서의 윈도폰 점유율 상승은 중요한 성과가 됩니다.
 
 


 라인의 멀티플랫폼 전략은 경계가 없고, 무차별적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지난 2월 4일에는 파이어폭스 OS 용 라인이 출시되었습니다. 파이어폭스 OS를 지원하는 이유는 중남미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스페인의 통신 회사인 텔레포니카(Telefonica)와 제휴를 통해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텔레포니카가 파이어폭스폰으로 중남미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라인 지원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미 멀티플랫폼 지원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제휴도 수월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으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므로 라인의 의지 반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또한, 파이어폭스가 저가 시장 공략에 나서기 이전에 이미 노키아의 저가 라인인 아사(Asha)에도 라인이 탑재되었던 것으로 볼 때 '웬만한 플랫폼은 모두 지원한다.'는 것이 목표처럼 느껴집니다.
 
 PC 지원에서도 라인은 강합니다. 구 윈도를 지원하는 것과 윈도 8용 앱도 제공하며, OS X도 지원합니다. 특히 OS X에서 라인의 인기를 놀라운 수준인데, 라인 사용 비중이 높은 일본, 인도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전체 앱 상위에 있고,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페이스북 사용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보더라도 라인 사용자가 모바일 이용을 함께한다고 했을 때 OS X 지원이 라인의 미국 공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멀티플랫폼 전략을 갖추지 않은 메신저 업체는 거의 없습니다. 사업 규모가 정말 작거나 취미 수준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지 않다면 멀티플랫폼 전략은 당연하게 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을 하나의 메신저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라인의 멀티플랫폼 전략은 이런저런 업체들과 다릅니다. 효율적인 플랫폼으로의 편중보다는 등한시하는 플랫폼을 줄이고, 그 사용자의 흡수와 함께 효율적인 플랫폼의 사용자와의 연결로 라인이라는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라인의 기세가 무섭기에 멀티플랫폼 지원이 원활한 것이 아니라 원활하기에 라인의 기세를 더욱 무섭게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애초부터 다듬어 온 멀티플랫폼 전략이 텔레포니카와의 제휴로 이어지기도 했고, 이는 세계 시장을 상대로 경쟁하기에 강력한 힘이 됩니다. 현재 라인을 통해 하고 있는 광고나 스티커, 게임 사업 외에도 세계 시장을 중점에 둔 플랫폼 확장이 더욱 수월해지고, 그만큼 사용자 확보와 새로운 플랫폼 지원으로 나서기가 수월하므로 라인에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게 합니다.
 
 


 라인은 멀티플랫폼 전략으로 큰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포기한 효율을 좀 더 나은 효율로 바꿔놓은 것이고, 이는 세계 시장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내 플랫폼 업체들에 본보기가 됩니다.
 
 특히나 경쟁자인 카카오톡이 먼저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고, 선발 주자 노릇을 했음에도 라인이 강세가 되었다는 것은 카카오톡이 가장 잘 못하고 있는 멀티플랫폼 전략에서 뒤처졌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선보인 음악 서비스인 카카오뮤직보다 라인이 선보일 예정인 음악 서비스가 더욱 기대되는 까닭도 세계 시장 대응에서 라인이 멀티플랫폼 전략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라인조차 현재의 멀티플랫폼을 유지할 때 계속해서 나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라인의 지탱하는 힘이라는 점도 절대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