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얼마 전, 낸시 도허티(Nancy Dougherty)와 라비 나라시만(Ravi Narasimhan)이라는 의료 센서 전문가를 영입했습니다. 의료 센서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고용했다는 사실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애플이 의료 분야에 걸음을 떼려한다는 것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애플 FDA 접촉, 아이워치와 관련있을까?
이미 작년에 출시한 아이폰 5s에는 동작 관련 데이터를 따로 처리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icrocontroller ; MCU)인 M7이라는 보조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이 M7은 각 센서의 정보를 아이폰이 처리하는 것을 따로 담당하게 되며, 그것으로 전력소모를 줄이는 등의 효과를 위한 것입니다. 의료 센서 전문가와 센서의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 두 가지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의료 관련 진출에 관해 못 박을 수 있는 새로운 정황도 포착되었습니다.
지난 2일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정표를 보면, 마거릿 햄버그(Margaret Hamburg) FDA 국장을 비롯한 FDA 관계자들과 애플 영업 부문 수석부사장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와 함께 여러 애플 임원이 작년 12월에 만났으며, 모바일 의료 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뉴욕타임스의 기술 블로그 비츠(Bits)는 익명의 소식통으로 지난해 애플에 합류한 케빈 린치(Kevin Lynch) 전 어도비 임원이 시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쪽은 모바일 의료 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한쪽은 시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무언가 어긋난 두 가지처럼 보이지만, 두 가지를 하나로 놓고 본다면 얘기는 빨라집니다. 논의된 모바일 의료 앱이 시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라고 말입니다.
이런 예상이 가능한 것은 이미 애플이 의료 분야와 함께 시계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점을 계속 언급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센서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에 있어서 분명 의료와 관련된 센서를 개발 중이라는 점을 알 수 있고, M7이 이를 작동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본다면 의료 분야와 시계, 속칭 '아이워치(iWatch)'로 불리는 스마트워치의 관계를 엮어놓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9To5mac은 이런 정황을 두고서 '애플이 iOS 8에 헬스북(Healthbook)이라는 건강관리 앱을 탑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헬스북은 애플의 전자지갑 앱인 패스북(Passbook)과 비슷한 형태로 심박 수나 도보 수, 열량 등을 표시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미국 버몬트에 있는 스키 리조트인 '오키모(Okemo)'라는 코드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장치가 바로 아이워치라는 것입니다.
9To5Mac의 이야기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은 현재 M7의 활용 현황입니다. M7가 장착되고, 아이폰 설정의 개인 정보 보호 메뉴에는 '동작 활동'이라는 분류가 마련되어있고, 이 분류에 해당하는 앱도 몇 가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앱이 '나이키+ 무브(Nike+ Move)'라고 할 수 있는데, 앱을 사용하게 되면 M7 프로세서에 대한 접근을 승인하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M7를 활용하는 앱이라는 것을 승인했고, 이를 사용자도 승인하게 되면 M7이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M7를 활용이 몇 가지 제한이 있는 탓에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사용될 것이라는 공개 당시 전망과는 다르게 도보 수, 이동 거리, 열량 측정 등에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분명 애플은 M7을 공개할 때 건강과 관련된 앱에 M7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활용은 피트니스 부분에서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애플이 피트니스 앱의 래퍼런스 격인 나이키+ 무브를 내놓았지만, 건강과 관련해서 내놓은 것이 아직은 없다는 것으로 연관 지어 볼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M7이 건강관리 앱의 활용까지 이어지는 것에 애플이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를 연결짓게 되며, FDA와의 논의는 실제 사용에 대한 검토와 관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아이워치를 끼워 넣게 됩니다. 애플이 직접 건강관리 앱을 개발 중이라면 몸 상태를 지속해서 확인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9To5Mac의 예상처럼 패스북과 같은 형태라면 서드파티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의료 센서 개발자를 직접 고용할 이유가 축소됩니다. 특히 라비 나라시만은 센서 관련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는 탓에 단순히 서드파티의 검토 따위를 위해 고용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또한, 센서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아이폰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것도 무리겠죠. 아이폰으로 심박 수를 지속 표시하는 등의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개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고로 아이워치까지 연결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워치는 아이폰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보조 장치인가?', '건강 관리에 특화된 제품인가?'라고 말입니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애플이 스마트워치의 핵심으로 건강관리를 꼽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조 장치에 대한 질문도 아이클라우드가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아이폰, 아이패드, 맥이 개별적인 제품이지만,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간단한 질문이죠.
애플의 FDA와의 접촉은 아이워치와 관련을 지어 생각해보아도 마땅한 타당성을 얻습니다. 달리 말하면 아이워치에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관건은 출시 시기입니다. 포착된 정황들이 나열되면서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드러난 윤곽이 아주 넓은 것이어서 서둘러 출시하더라도 새로운 카테고리를 출시하겠다던 팀 쿡의 얘기처럼 하반기에 제대로 된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아이패드 이후 새롭게 이어지는 제품의 하나라면 애플에 매우 중요한 제품이고, 팀 쿡 체제에서 처음 출시될 새로운 카테고리이므로 평가에 대한 압박도 상당할 것입니다. 거기다 기존 스마트워치를 표방하면서 등장했던 타사 제품들이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었기에 답습하지 않기 위한 전략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애플이 제시할 스마트워치가 어떤 것일지, 그리고 건강관리와 관련해서 어떤 방향을 제시하게 될지, 잠재력을 지닌 시장에 애플이 다시 한 번 활기를 불어넣는 장본인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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