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PPLE/APPLE Geek Bible

아이폰 5c, 8GB는 새로운 전략 아닌 단종의 포석






애플 CEO 팀 쿡은 회계연도 1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이폰 5c의 수요가 예상과 달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실패!'로 낙인찍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폰 5c의 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이폰 5s의 판매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었습니다. '만약 아이폰 5s만 집중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을 남기는 거죠.






아이폰 5c, 8GB는 새로운 전략 아닌 단종의 포석

애플이 실적발표에서 아이폰 모델마다 판매량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인포월드(InfoWorld)는 여러 시장 보고서를 토대로 2013년 4분기 1,300만 대의 아이폰 5c가 팔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아이폰 5s는 3,200만 대로 146%나 더 팔렸는데, 아이폰 5c가 단일 기종으로 보면 적게 팔린 수준도 아니지만, 아이폰 5s의 판매에 영향을 끼친 수요 예측이라면 애플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8GB의 아이폰 5c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16GB와 32GB 아래에 용량과 가격을 낮춰 모델을 늘린 것인데, 가격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16GB보다 6~7만 원 낮아진 수준으로 판매됩니다. 색상은 똑같이 5가지가 제공되며, 용량이 낮아진 것 외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 출시 없이 옵션을 변경하는 일은 자주 있지 않습니다. 그것도 6~7만 원 수준에 용량을 반으로 줄인 제품으로 판매량을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또한, 많은 이가 '도대체 8GB 옵션을 내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폰 5c에 대한 기대도 애플이 직접 꺾어버렸으니 전략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가격을 더 낮추거나 16GB를 8GB 위치에 놓아야 한다는 거죠.

괜찮은 의견입니다. 8GB의 아이폰 5c가 어떤 전략적인 위치에 있다고 전재를 했을 때나 말입니다. 도리어 이상한 8GB 모델 등장에 시장 전략의 한 축으로 내다보기보다는 좀 더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게 더욱 정답에 가깝습니다.


아이폰 5c의 가격이 어중간하게 6만 원 정도 낮춰진 것은 여전히 8GB 아이폰 4s가 판매되고 있는 탓입니다. '그럼 아이폰 4s를 왜 단종하지 않았는가?'하는 의아한 점이 발견되는데 아이폰 5c가 중간인 제품이라면 아이폰 4s가 단종되었을 때 하단을 채워줄 제품이 없어집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폰 5c의 성능이 아이폰 4s보다 좋고, 용량만 내렸다면 아이폰 4s를 단종하여 출시하는 것이 가격만 내리는 것보다 더 어중간한 라인을 제공했을 겁니다.

달리 말하면 아직 아이폰 4s를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 준비는 도중에 끝이 날수도 있습니다. 아이폰 4s의 재고만 처리하면 8GB 아이폰 5c를 그 자리에 놓을 수 있겠죠. 단지 아직은 아이폰 4s의 존재가 필요하므로 아이폰 5c의 가격을 이보다 더 내릴 순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아이폰 4s의 가격을 낮추면 아이폰 5c의 가격도 낮출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귀찮은 일은 더 만들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아이폰 4s와 함께 가격이 내렸다면 아이폰 5c의 실패에 대한 눈초리는 더 강해졌겠죠.

그럼 왜 이제 와서 8GB일까요? 이 8GB 제품은 미국에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아이폰이 활발하게 판매된다는 일본에도 출시되지 않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중국까지 5개국만 판매가 이뤄지는데, 8GB 제품에 대한 이 지역들의 연관성은 찾기 어렵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8GB 아이폰 5c는 단종 절차를 밟기 위한 포석입니다. 새로운 걸 내놓았는데, 단종이라니? 애플은 아이폰 5c의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이후에는 두 가지 모델이 아닌 한 가지 모델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가지를 내놓더라도 아이폰 5c와 같은 시도는 하지 않을 거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상위 모델 판매에 더욱 집중해야 할 테니까요. 다만, 확실하게 아이폰 5c의 판매가 그나마 지속하는지, 아니면 하락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확인하기 위한 제품이 바로 8GB의 아이폰 5c이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아이폰 점유율이 유독 강한 지역이 아닌 5개의 주요 지역을 뒀다고 해석합니다.

애플은 8GB 아이폰 5c를 가지고 아마 두 가지를 생각할 것입니다. 하나는 새로운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아이폰 5c를 현재 아이폰 4s 자리에 놓을 것인지, 하나는 아이폰 5c를 완전히 단종하고, 그 자리에 아이폰 4s를 그대로 둘 것인지. 아이패드 2의 단종이 어제 이뤄졌다는 사실을 볼 때 아이폰 4s를 계속 연명하게 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폰 5c의 성능에 수요가 발생할지, 아니면 더 작은 화면에 출시 3년째인 아이폰 4s에 수요가 발생할지 애플은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으로 아이폰 5c의 단종을 선택할 것이고, 이는 6개월 이내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아이폰 4s와 아이폰 5c의 생존 게임입니다.


올해 아이폰 라인업은 새로운 아이폰('들'일 수도 있겠지만)과 저렴해진 아이폰 5s, 그 아래의 아이폰 4s 또는 아이폰 5c가 될 것입니다. 만약 아이폰 4s와 아이폰 5c가 비슷한 수준의 판매 양상을 보인다면 두 가지 모두 살려놓을 수도 있고, 혹은 둘 다 없애버릴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현재 라인업은 애플이 이전처럼 미들레인지 제품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게 했고, 다시 미들레인지가 강세를 보이게 하려면 아이폰 5s를 하위 제품으로 놓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입니다. 아이폰 5c처럼 미들레인지의 전략적인 제품을 내놓아서 판매에 대해 해명할 필요도 없어지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제품이 아이폰 5c이고, 아이폰 4s를 살려둔 이유이며, 굳이 8GB를 만들어 아이폰 4s와 비교하도록 구도를 잡은 이유입니다. 필자 역시 이번 8GB 아이폰 5c의 출시가 어떤 이유가 되었든 그다지 좋은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용량을 떠나서 가격 정책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이고, 이전과 같은 전략으로 대처하려는 애플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시장에서 상위 모델뿐만 아니라 미들레인지를 강화하고, 그보다 더 하위 제품의 판매까지 재고하려면 이전 판매 방식이 아닌 좀 더 다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시도 중 하나가 아이폰 5c라면 그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하려는 것보다 상황을 바꾸기 위한 묘수를 찾으려는 모습이 절실합니다. 다만, 이번 판매에 따라서 애플이 움직임이 현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