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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글래스, 일반 시장에서 멀어질 것

via_Google Glass


 필자는 구글 글래스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사용자화를 거치면 업무 환경이나 교육, 의료 등 분야에 적합하게 넓은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구글은 구글 글래스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멈추길 원하진 않겠죠.
 


구글 글래스, 일반 시장에서 멀어질 것
 
 구글은 가까운 시일에 구글 글래스를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해왔습니다. 지난 상반기 한정적으로 일반인 판매를 진행했지만, 긱들을 제외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정식 출시는 미뤄진 상태입니다. 문제는 출시하기 전에 소비자와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Re/Code는 로이터의 보도를 인용하여 16개의 구글 글래스 앱 개발 업체 중 9곳이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3곳은 구글 글래스 앱 개발을 잠시 미뤄둔 채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구글 글래스 주요 개발자 3명이 퇴사했고, 구글 글래스 개발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컨소시엄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9곳이 구글 글래스 앱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구글 글래스에 위협적인 것은 아닙니다. 개발자 3명이 빠진다고 해서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전문 컨소시엄이 사라져도 투자 활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실리콘밸리의 많은 신생 스타트업이 구글 글래스 앱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구글 글래스만 보고 사업을 시작한 업체도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와 관련한 개발자 이벤트도 꾸준했습니다.
 
 지난달, 트위터는 구글 글래스 앱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서드파티 앱으로 트위터를 계속 이용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주요 협력사가 빠졌다는 게 중요합니다. 트위터가 구글 글래스에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과 같으니까요. 신생 스타트업이 달려들 만큼 기대감이 높았으나 공격적으로 투자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으리라고 본다는 걸 트위터가 방증하고 있습니다. 윈도폰의 위치와 비슷하죠.
 
 구글은 금방이라도 길거리에 구글 글래스 착용자가 하나둘 보일 것처럼 구글 글래스를 내세웠습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공식 석상에 구글 글래스를 항상 착용하고 등장했고, 그처럼 구글 글래스 착용을 원하는 사람들도 열광했지만, 실상 구글 글래스 생태계는 최근 발전보다 더뎌지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현재 구글 글래스는 세그웨이나 3D TV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세그웨이는 마치 자전거를 대체하면서 세그웨이 전용 도로가 생기고, 자동차를 줄이면서 새로운 1인 이동 수단으로 각광 받을 듯 했으나 안정성에 부딪혔고, 3D TV는 3D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3D 생태계가 구축되어 새로운 TV 환경을 가정에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TV 제조사나 콘텐츠 제작자나 3D에 관심을 끊은지 오래입니다.
 
 브린은 구글 글래스, 그러니까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가 고개를 아래에 두도록 하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선을 정면에 두면서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기로 구글 글래스를 구상했다는 겁니다. 목적이 그렇다면 구글 글래스는 스마트폰을 대체할만한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브린의 구상처럼 스마트폰을 대체하지도, 대중성을 얻지도 못하겠죠.
 
 그런데 기대하는 것처럼 생태계 확장이 더뎌지고 있다면 구글 글래스가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생태계를 갖출 수 있으면 구글 글래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이유는 한 가지 기능에 있지 않습니다. 그처럼 구글 글래스의 생태계가 확장하는 단계에 대중성을 포함해야 합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웨어러블 기기로서 착용한다는 점, 착용한 사용자를 바라보는 외부 인식 등 그 뒤에 해결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실마리조차 밟지 못하고 있으니 구글 글래스는 점점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는 이후 구글 글래스의 탄력성에도 영향을 끼칠 겁니다. 구글 글래스 앱 프로젝트를 중단한 일부 업체는 오큘러스 리프트 등의 VR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VR도 생태계 조성이 큰 과제로 꼽힙니다. 구글 글래스와 VR이 분야는 다르지만, 구글 글래스의 자원이 다른 분야로 넘어가고, 다른 생태계가 커진다는 건 그만큼 투자 가치가 옮겨간다는 겁니다. 그건 딱히 구글 글래스와 VR 사이에서만 벌어진 일도 아니죠.
 
 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시하고 싶다면 더는 시장과 멀어져선 안 됩니다. 화려했던 등장과 다르게 시선은 점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고, 구글 글래스가 세그웨이나 3D TV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나마 아직은 구글 글래스를 원하는 긱들이 줄을 설테니 더 늦지만 않길 바랍니다.
 
 


 필자가 상기한 것처럼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구글 글래스는 위험하지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항공 서비스에 활용하거나 오페라 관람, 교통 단속 등에도 구글 글래스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외국 시장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일반 소비자 시장에 나타나는 우려와 다르게 좋은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범용적인 생태계와 함께 대중성까지 포함해야 하는 일반 소비자 시장과 달리 사용자화를 통해 환경에 적합한 활용만 가능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일반 소비자 시장과 멀어지는 구글 글래스에 최적입니다. 대량 공급과 보급에도 훨씬 나은 사업 모델이고, 대중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되레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가치를 낮추는 것보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높인 가치로 서서히 시장에 다가가는 게 좋은 방법이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