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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인스타그램의 성장이 페이스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2012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건 충격적이었습니다. 구글처럼 생각해보면 경쟁사를 인수로 없애기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죠. 당시 인스타그램은 고작 2년 된 회사였고, 페이스북이 제시한 금액인 10억 달러로 거금을 쓸만한 이유는 굉장히 추상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성장이 페이스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마치 페이스북이 사들인 것으로 인식되지 않을 만큼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익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어떻게 보면 페이스북이 손해 보면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자금줄처럼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인스타그램의 월간 사용자가 3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월간 사용자 2억 명을 달성한 지 9개월 만의 기록이고, 트위터가 3분기 실적에서 발표한 2억 8,400만 명의 월간 사용자를 웃도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경쟁자가 트위터라는 말이 무색한데, 퓨 리서치 센터 기준으로 지난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점유율이 1% 차이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3억 명의 월간 사용자가 인스타그램이 트위터의 성장 속도를 앞지른 것을 방증합니다.
 
 다만, 트위터는 4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은 매출이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트위터의 매출을 뛰어넘을 성과를 내지 못하면 확실하게 넘어섰다고 말할 수 없죠. 수익 모델이 사용자 경험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고, 트위터도 그 여파에 부딪힌 상태니까요.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이제 페이스북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위치의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월간 사용자 수가 트위터를 따라 잡은 탓에 중요한 위치가 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인스타그램의 행보가 페이스북과 동반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죠. 그건 매출과 상관없이 페이스북의 성장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공유하는 것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혹은 '페이스북 한 가지를 이용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한 가지 서비스만 이용하는 게 접근성은 좋습니다. 대신 인스타그램은 광고가 없습니다. 이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보다 뉴스피드를 통해 콘텐츠를 보는 것에 집중하며, 외부 콘텐츠를 끌어들여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그중 하나이고, 페이스북과 별개로 동작하면서 굳이 뉴스피드를 보지 않아도 사진을 공유하기에 적합하므로 사용자 경험에서 보면 적합한 서비스입니다. 핵심은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사진을 페이스북에도 공유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보면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한 사진이 뉴스피드로 받아보는 사용자에게 콘텐츠가 되고, 이는 그대로 페이스북의 범위 확장에 도움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페이스북의 수익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럼 '트위터 등 다른 공유 서비스도 똑같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콘텐츠를 특화하였고, 공유 서비스임에도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달리 카메라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인스타그램에 차별성을 부여합니다. 트위터나 핀터레스트 등의 서비스보단 VSCO 등의 편집 앱과 비교할만하죠. 이전에 페이스북이 내놓은 카메라 앱을 인스타그램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고, 공유를 늘리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인스타그램은 타입 랩스 기능을 탑재한 동영상 촬영 앱인 '하이퍼랩스(Hyperlapse)'를 출시했습니다. 하이퍼랩스는 여타 타임 랩스 앱처럼 동영상을 빠르게 재생하는 것이 아닌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이용하여 흔들림을 보정하여 높은 품질의 타입 랩스 영상을 제공합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공유와 함께 여타 소셜 미디어 공유도 가능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하이퍼랩스의 영상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할 확률도 높아지고, 이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카메라 역할을 하고 있으나 본질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고, VSCO 등 카메라 기능을 커뮤니티 형식으로 바꾼 서비스보다 포괄적인 공유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덕분에 하이퍼랩스 같은 시도가 인스타그램의 특징을 더욱 뚜렷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hyperlapse로 공유된 영상은 현재 55만 개가 등록되었고, 하이퍼랩스가 아직 iOS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성과입니다. 하이퍼랩스를 통한 콘텐츠 폭을 넓히는 데 성공했고,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채울 콘텐츠 제작의 폭도 인스타그램이 넓혀놓고 있으니까요. 경쟁자가 아닌 두 소셜 미디어의 특징을 명확하게 구분한 것이 시너지의 요인이 된 것이죠.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포지셔닝입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쪽에 인스타그램을 놓아둘 수 있으며, 파이퍼 재프리의 보고서를 보면 10대들은 페이스북이 아닌 인스타그램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10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으로 콘텐츠를 함께 공유하지 않더라도 다른 서비스로 빠지는 10대를 인스타그램으로 막을 수 있고,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늘면 그만큼 공유도 활발해집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독립하여 운영하지만, 결합하지 않고도 충분한 시너지를 내며, 오히려 독자 성장이 더 괜찮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시너지를 내는 두 회사가 같은 회사라는 것이죠.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이 매일 7,000만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되었다.'면서 '사람들의 공유에 대한 열정과 여행이 만든 놀라운 연결과 이 커뮤니티의 성장에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결과 흥분은 알게 모르게 페이스북을 지탱하는 양분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