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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우분투 스마트폰이 꼭 내년에 등장해야 하는 이유


 캐노니컬이 우분투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말한 것이 벌써 3년 전입니다. 그리고 우분투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올해 등장할 예정이었죠. 올해가 고작 3일 남았으니 더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마치 타이젠처럼 '정말 출시하는 제품인가?'하는 의문을 품을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분투 스마트폰이 꼭 내년에 등장해야 하는 이유
 
 우분투 스마트폰을 기대하게 했던 건 애플이나 구글보다 앞서 모바일과 데스크톱, 그리고 태블릿 환경을 통합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애플과 구글보다 통합에 늦어지게 되었고, 우분투 스마트폰은 올해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Geek은 '우분투 폰이 드디어 내년부터 판매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의 제조사인 메이주(MEIZU)가 개발 중인 우분투 폰이 몇 달 안으로 출시가 예정되었고, Geek은 2015년 1분기에 중국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출시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메이주는 MX 시리즈의 하나로 우분투 폰을 출시하며, 내년에 출시할 제품은 MX4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주는 캐노니컬이 엣지(Edgy) 프로젝트가 무산하여 올해 초부터 우분투 폰 개발을 진행했었고, 본래 출시도 올해로 잡혀있었습니다. 그러나 캐노니컬의 요청에 따라서 출시가 이뤄지진 않았으며, 캐노니컬은 좀 더 보강한 우분투 폰을 내놓고자 신중을 기하는 모습입니다.
 
 이를 알 수 있는 건 앞서 메이주는 MX3라는 우분투 폰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시연까지 마친 제품으로 캐노니컬이 올해 출시하겠다고 밝힌 주인공임을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실제 성사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내년으로 연기된 겁니다.
 
 그런데 이제 캐노니컬은 우분투 폰의 출시 시기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우분투 폰이 안드로이드 폰이나 아이폰을 따라잡을 가능성을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대신 우분투가 실현하고자 하는 바조차 뒤처졌을 때,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기반이 전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우분투 폰에서 캐노니컬이 가장 강조한 기능이 바로 '컨버전스(Convergence)'입니다. 우분투 폰의 활동을 데스크톱과 연동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의 초석이죠. 예를 들면, 우분툰 폰의 날씨 앱을 데스크톱에서 실행하여 함께 사용하거나 전화를 데스크톱으로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은 올해 애플이나 구글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들입니다. 애플은 '연속성(Continuity)'을 내세워 아이폰으로 온 전화를 맥으로 받거나 핸드오프를 이용해서 맥에서 사용하던 앱을 아이패드에서 이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구글은 크롬북에서 안드로이드 앱이 동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앱 인덱싱(App Indexing)'이라는 기술로 크롬 웹 정보와 안드로이드 앱 정보를 합칠 계획입니다.
 
 캐노니컬이 3년 전부터 강조했던 기능을 애플과 구글은 드디어 내놓았고, 실제 사용도 가능합니다. 우분투가 침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분야에 앞선 기업들이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애플과 구글이 이런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우분투가 통합을 노래할 때 함께 있었습니다. 단지 시기가 우분투가 빠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해당 기능을 시장에서 주목받을 기회를 점점 놓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통합이 우분투에 큰 영향을 끼칠만한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만약 효과가 전혀 없다면 출시가 빨라도 소용이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올해 크롬북이 어떻게 성장했는가 생각하면 우분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크롬북은 올해 미친 듯이 팔렸습니다. 교육 시장과 저가를 발판으로 한 것이 먹혀든 탓이지만, 별 볼 일 없던 크롬이 불과 1년 만에 시장에서 놀라운 지위를 얻게 된 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이 포지셔닝은 우분투와 흡사합니다. 만약 크롬북이 아니라 우분투 랩톱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크롬북은 저가 제품으로 주목받은 것도 있지만, 꾸준한 지원과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와의 연동으로 넓은 활용 폭을 얻은 것이 평가를 새롭게 했습니다. 당연히 기존 윈도 PC보다 활용이 유연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낮은 가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크롬이 교육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잘 대변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꿈꿨던 게 캐노니컬입니다. 그러니까 캐노니컬의 계획을 구글이 실현한 것이죠. 캐노니컬이 먼저 했다면 우분투가 주역이 되었으리라는 건 아닙니다. 단지 캐노니컬이 계획했던 것을 시장에서 실현할 여지가 매우 좁아지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애플과 구글, 그리고 다시 모바일에서 치고 올라오는 MS도 통합을 주요 과제로 삼아서 올해보다 더 단단한 통합을 내세울 것이 분명합니다. 우분투가 모바일에서 설 자리를 마련하기에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우분투 폰은 꼭 내년에 출시되어야 합니다. 판매량이 저조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남아있던 기대감마저 날려버리는 건 지난 시간을 내다 버리는 것과 같으니까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메이주가 출시할 MX4에는 컨버전스를 탑재하지 않으리라고 보입니다. 데스크톱 버전의 우분투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대신 우분투의 강점인 개발자 위주의 사용자층이 출시한 우분투 폰을 기점으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컨버전스를 대비할 것들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장을 마련하는 게 캐노니컬이 가장 서둘러 행동해야 할 부분입니다.